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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국내 발전사, 품질 조작 석탄 반입 차단] 한국남동발전·중부발전, “ALS 품질 인증 석탄은 공급받지 않겠다” 

 

국내 발전 5개사 전체로 확산 조짐… “발전사가 책임 전가하고 있다” 지적도

국내 발전 공기업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중부발전이 석탄 품질 조작 의혹을 받은 호주 석탄 품질인증업체 ALS Limited(이하 ALS)를 차단 조처했다.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중부발전은 지난 5월 진행한 석탄 구매 입찰에서 ALS의 품질 인증을 받은 석탄은 구매하지 않기로 정했다. 지난 4월 20일 [이코노미스트]가 호주산 석탄의 품질이 부풀려졌다는 현지 내부고발 소송 문서를 입수, 2018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만 67만t이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중부발전으로 흘러들었다고 보도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관련기사: 단독 호주산 ‘품질 위조 의혹탄’ 국내 반입됐다].

입찰안내서에 ‘ALS 허용 않는다’ 명시


특히 국내 발전사가 특정 업체를 지목해 석탄 구매 입찰에서 제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품질 조작 석탄의 국내 반입 보도 이후 석탄 품질 조작에 따른 전력 생산 비용 증가 및 온실가스 배출 증가 문제가 드러났다”며 “이례적 조처의 근거가 됐다”고 말했다. 앞서 ALS는 발전 효율(열량)이 떨어지는 석탄을 질 좋은 석탄인 것처럼 품질인증서를 조작했는데, 이때 열량 오차는 석탄 투입 비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품질 조작으로 발전량 오차가 발생할 경우 발전사는 그만큼 많은 석탄을 투입해야 한다.

한국남동발전이 가장 먼저 품질 위조 의혹 석탄의 도입을 막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한국남동발전의 ‘2020년 제4차 유연탄 현물입찰 구매 입찰안내서 변경’ 문서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은 지난 5월 8일 ‘ALS를 국제 독립 검사기관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입찰안내서에 추가했다. 한국남동발전 연료조달부 관계자는 “ALS가 품질을 인증한 석탄은 공급받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남동발전이 2018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도입한 ALS 품질 인증 석탄(31만t)은 ㎏당 평균 -121㎉의 열량차를 보였다.

변경된 입찰안내서는 지난 5월 8일 한국남동발전이 진행한 석탄 구매 현물계약부터 곧장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남동발전은 오는 7월 13만~15만t, 16만t으로 각각 도입 예정인 석탄 구매 단기 계약 입찰안내서에 ALS를 국제 독립 검사기관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또 지난 5월 26일 진행한 ㎏당 열량이 5000㎉ 이하 석탄 구매 계약 입찰에도 ALS 거부 조건을 명시했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당 5000㎉ 이하 석탄은 호주산을 가져오는 경우가 적은데 한국남동발전이 이를 명시한 것은 ALS 인증 석탄 수입을 완전히 막겠다는 것”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중부발전도 최근 ALS를 입찰 가능 품질인증 업체에서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한국중부발전의 지난 5월 21일 석탄 도입 장기계약 입찰안내서에 따르면 한국중부발전은 오는 7월부터 3년간 총 48만t을 도입하는 장기계약 조건에 ‘ALS를 국제 독립 검사기관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한국중부발전 연료총괄부 관계자는 “지난 4월 20일 ‘호주산 품질 위조 의혹탄 국내 반입됐다’는 기사 이후 처음 진행한 입찰이라 공표가 늦었을 뿐 ALS 제외 절차는 보도 직후 진행됐다”고 했다.

한국중부발전은 지난 5월 4일 이미 석탄 공급사에 “ALS 인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서신을 보냈다. 한국중부발전이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중부발전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된 ALS 인증 호주산 석탄 총 67만t 중 절반이 넘는 36만t을 들여온 데 따른 조처다. 품질 인증 조작도 두드러졌다. 예컨대 한국중부발전은 2018년 8월 8일 호주산 석탄 약 14만4000t을 구매했다. 다만 하역 이후 품질을 분석한 결과는 계약 열량(5803㎉/㎏)보다 ㎏당 119㎉가량 열량이 떨어졌다. ALS가 계약 열량과 동일한 5803㎉/㎏로 품질인증서를 발행한 것과 대조된다.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중부발전은 향후 ALS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중부발전은 품질 조작 관련 사실 관계 확인을 공식 요청한 데 더해 법적 절차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중부발전 관계자는 “ALS는 국내에 사무실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회사”라면서 “ALS 인증 석탄의 전체 도입 규모를 살펴 손해배상 청구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ALS 입찰 제외는 국내 발전 5개사 전체로까지 번지고 있다. 국내 발전 5개사는 지난 5월 29일 진행한 석탄 구매 계약 공동 입찰에서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중부발전이 입찰안내서에 담은 ‘ALS를 국제 독립 검사기관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오는 8월 총 91만5000t 분량의 석탄을 국내로 들여오는 계약을 진행하면서 ALS를 입찰서 제외한 것이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주간사인 한국중부발전의 입찰 규정을 도입한 결과”라면서 “발전 5개사 전체가 ALS 품질 조작에 대한 대응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중부발전 등 국내 발전사가 ALS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등은 품질 위조 의혹 석탄을 도입해 열량 오차를 파악하고도 가격 조정이나 입하 거절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각 발전사는 열량 조작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벌칙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성환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확보한 국내 발전사 ‘석탄 품질 미달시 페널티 부과 내역’에서도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남동발전은 ALS 인증 석탄에 벌칙 규정을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책임 전가 대신 산업전반 재검토해야” 지적

ALS 제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석탄 심판분석 기준’을 제정해 열량 품질에 관한 허용오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남동발전은 “㎏당 5500㎉ 이상인 석탄은 플러스마이너스(±) 112㎉까지, ㎏당 5500㎉ 이하인 석탄은 ±136㎉까지를 석탄 심판분석 기준에 따라 분석 오차로 인정한다”면서 “ALS 품질 인증 석탄은 심판분석 기준에서 정한 분석 오차 안에 있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는 “석탄화력발전은 석탄 도입에서부터 투명성이 크게 떨어졌다”면서 “산업 전반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38호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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