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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주도주 올라타든지, 이참에 쉬든지 

 

IT ·바이오·통신업 주도현상 지속될 듯… 언택트 세상 본격화는 시간 걸려

3월 23일은 코로나19로 급락했던 주식시장이 다시 반등을 시작한 날이다. 비슷한 시점에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 나라 주식시장이 평균 28% 올랐다. 그러나 상승세는 여전하지만 종전에 비해 오른 폭이 둔화됐고, 일시적으로 나오는 매도를 견디지 못해 갑작스럽게 하락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을 보면 상승 동력이 많이 약해진 게 사실이다.

이런 주가 움직임을 보면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와 질병 발생 이후 발표된 각종 완화정책 사이 균형점에 도달한 것 같다. 주가가 올해 고점보다 평균 15% 낮지만, 하반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된 경제지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할 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예외는 미국 시장이다. 나스닥 사상 최고치와 현재 주가 사이에 격차가 3%로 줄었다. 3월 23일 기록했던 바닥에 비해서는 40% 넘게 올랐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이 나스닥에 조금 못 미치는 상승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 또한 미국 이외 다른 선진국의 주가상승률보다 15% 이상 높다.

미국 주가 상승은 이미 확인된 1분기 실적과 동 떨어진다. S&P500 기준으로 95% 넘는 기업이 실적 발표를 마쳤는데 그 중 31%가 예상보다 못한 성적을 내놓았다. 그 결과 1분기 주당순이익(EPS)이 14.6% 줄었다. 연초 전망이 4.6% 증가였으니까 전망과 실제 사이에 20%포인트 넘는 격차가 생긴 것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분기에 S&P500기업의 이익이 15.7% 감소한 이후 가장 많이 줄어든 건데 1분기 실적 둔화로 2분기 이후 이익 전망치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2분기 주당순이익 감소율이 -42.9%, 3분기도 -24.8%로 예상되고 있다. 3분기에 코로나19의 영향이 반영된 경제지표가 나오면 실적 전망치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 안정으로 경기부양대책 강도 약화


최근 선진국 시장은 코로나19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 하반기에 V자 경기 반등이 당연하고, 코로나19 이후 세상이 달라져 언택트와 바이오 상승이 탄탄한 기반을 갖게 될 걸로 믿고 있다. 코로나19도 하반기에 진정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은 V자 경기 반등만 확실할 뿐 뒤에 나머지 둘은 모호한 상태다. 언택트가 중심이 된 새로운 세상이 나오더라도 이는 기술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결과일 뿐, 코로나19 때문은 아니다. 따라서 시장의 기대와 달리 언택트 세상이 본격화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사례에서 보듯 코로나19 확진자는 정점을 지난 후에도 일정 규모가 꾸준히 발생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그 규모가 경제 활동을 위협할 정도냐가 관건인데 다행히 하반기에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관계없이 경제활동이 계속될 걸로 보인다. 코로나19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3~4월처럼 질병과 경제가 분리되는 게 아니라 같이 가는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2년 동안 선진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쏟아 부은 돈은 국내총생산(GDP)의 7% 정도다. 코로나19가 확산된 후 한 달 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쓰겠다고 계획한 금액이 12%이다. 1.5배가 넘는 돈을 쓰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금융위기 때에도 계획은 컸다. GDP의 15%를 넘을 정도였는데 상황이 개선되면서 집행 금액이 줄어들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이번에도 상황에 따라 부양책의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미 부양책 축소가 시작됐다. 3월말에 5861억 달러였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주간 자산 매입 규모가 5월 셋째 주에 1030억 달러로 줄었다. 파월 연준 의장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을 일축해 버린 것도 더 이상은 완화정책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정책이 축소된 데에는 금융시장 안정의 영향이 컸다.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심리적 불안이 완화됐고, 각국의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실업이 줄어들 거란 기대가 커졌다. 모두 정부의 개입을 약화시키는 요인들이다. 문제는 주가가 계획한 대로 정책이 집행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당장 드러나지 않아도 정책 규모가 줄어들 경우 주가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장입장에서 보면 달가운 일이 아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어떤 악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시장 분위기에 악재가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락이 시작된 후인데 사라졌다고 믿었던 악재가 나와 주가를 끌어내린다. 아직은 시장에 숨어있는 악재가 힘을 발휘할 때가 아니다.

새로운 주도주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

일시적으로 성장주가 약해지고 업종 대표주가 오르는 반전이 일어났다. 상승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려 주가 차이가 심해지자 이를 좁히기 위한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성장주의 주도권이 약해지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특정 섹터가 주도주로 자리하고 난 후 상승 중간에 주자가 바뀌는 경우는 흔치 않다. 주도주 교체는 종합주가지수 상승이 끝나고 시장이 완전히 하락 국면으로 바뀐 후에나 일어난다. 그래서 시장이 굳어진 후에는 주도주와 비주도주 사이에 수익률 격차가 생각보다 커진다. 지금 주식투자를 할 것이라면 주도주에 올라타고 그게 부담이 되면 쉬는 게 좋다. 하락이 시작된 후 손실까지 감안하면 비주도주로는 크게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된 후 우리 시장을 끌고 가는 업종은 IT와 바이오를 포함한 헬스케어 그리고 통신업이다. 모두 언택트 혹은 치료제 등 코로나19와 관계가 깊은 종목들이다. 연초 이후 세 업종의 수익률은 평균 18.6%이며 5개월 새 시가총액 비중이 4.9%포인트 증가했다. 미국 시장도 사정이 비슷해 시장을 주도한 상위 3개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4.5%포인트 증가했다. 반대로 위상이 약해진 쪽은 경기관련 주식과 필수 소비재, 그리고 금융업이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길어질 것이라는 두려움과 금리 인하로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당분간 이 상황이 계속될 걸로 보인다. 시장은 이미 성장주 쪽으로 기울었다. 코로나19의 영향뿐 아니라 경기 둔화도 성장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 유의할 것은 성장주 강세가 계속돼도 지금 주도업종에 새로운 업종이 추가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점이다. 현재 주도주가 꺾이면 시장 전체가 조정에 들어갈 뿐 새로운 주자가 나오기 힘들다. 주가가 많이 올라 나올 수 있는 상승 주자는 이미 다 나왔다. 소외주를 매수하는 어정쩡한 전략으로는 현재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없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38호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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