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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저커버그의 수모회사 다니면서 이런 고민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고 과장 중후반쯤 되면, 성장기 때 사춘기를 겪는 것처럼 다들 한 번씩 겪는다. 다른 곳에 가서 그나마 적응할 수 있는 한계선쯤 되는 나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박과장처럼 다니는 회사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을수록 고민은 깊어지고 일에 집중하기 힘들어진다.이상한 건 회사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보면 다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들 이대로는 안 된다며 변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렇듯 모두들 한 목소리를 내는데도 말만 무성할 뿐, 변하는 것도, 나서는 사람도 없다. 이러니 더 답답하다. 도대체 왜 우리 회사만 변하지 않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물론 셀 수도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낚시꾼이 고기 못 잡는 이유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적지 않을 것이다. (혹시 주변에 ‘도시 어부’를 자처하는 사람이 있으면 물어보라. 수도 없는 이유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물고기 숫자보다 많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 여기서는 이 가운데 주요한 세 가지만 알아보자.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으니 말이다. ‘고’(go)를 하든, ‘스톱’(stop)을 하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예전 적자투성이 회사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한 최고경영자(CEO)의 이야기다. 가서 보니 바꿔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완전히 바꿔야겠다고 결심하고 면담과 설문조사를 했더니 기가 막힌 대답들이 나왔다. 대답들을 종합해 보면 이랬다. ‘맞다. 완전히 모든 걸 뜯어고쳐야 한다. 하지만 나는 잘하고 있으니 건드리지 말고.’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박과장 회사 사람들이 사석에서는 모두들 변화를 외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 게 이 때문일 것이다. 나를 빼놓고 다 바꾸라니, 누가, 무엇이 바뀔 수 있을까?생명체는 일단 자신의 생존이 안정화되면 위기가 아닌 이상 바꾸려 하지 않는다. 바꾸는데 에너지가 많이 드는데다, 바꾼다고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아니 사실은 웬만한 위기가 닥치지 않으면 바꾸지 않고 버틴다. 총론으로는 변화에 찬성하면서도, 그 변화가 자기에게는 미치지 않았으면 한다. 애써 안정시켜 놓은 삶이 불확실해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 많은 연구가 밝혀내고 있다시피 우리 인간은 기회보다 손해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뭔가 바꾸려 할 때 손해는 눈에 보이지만 기회는 저 멀리에 있다.여기에 우리 안에 있는 또 하나의 뿌리 깊은 성향이 이 무의식적인 저항을 지원한다. 얼마 전 방한한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윌리엄 바넷 교수가 들려준 에피소드가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 제자가 괜찮은 스타트업 창업자가 있다고 해서 강의에 초대했다. 학생들에게 특강을 해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수락, 캐주얼한 옷차림에 배낭을 메고 와서 자신이 창업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반응이 어땠을까?학생들은 바넷 교수의 수업 중 가장 형편 없었다고 평가했다. ‘들을 가치도 없다’ ‘저런 사람이 기업가라?’ 다들 이랬다. 그런데 2년이 지난 후엔 완전히 달랐다. 같은 창업자가 와서 특강을 하겠다고 하니 서로 듣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왜 그랬을까? 그 창업자가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였던 것이다. 그런데 2년 전에는 왜 그렇게 혹평을 했을까? 그때는 유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그의 잠재력을 본 게 아니라 눈앞에 있는, 대학생 같은 옷차림에 배낭을 멘 저커버그의 모습만 봤다.대니얼 길버트 하버드대 교수는 사람들이 이러는 게 ‘현재주의’ 성향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과 사람을 평가할 때 오늘, 지금, 현재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저커버그의 얘기를 듣고 그의 가능성을 평가해야 하는데 그의 옷차림만 보고 평가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라고 다를까? 자, 대형 마트에 쇼핑하러 갔는데 배가 고프다. 이럴 때 우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밥을 먼저 든든하게 먹고 쇼핑을 하든가, 아니면 눈 꼭 감고 참으며 쇼핑을 한 다음 밥을 먹는 것이다. 혹시 이 두 상태가 쇼핑에 영향을 미칠까?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어차피 사야 할 걸 사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등 따습고 배 부른 상태에서 쇼핑을 하면 상대적으로 적게 사고, 배고픈 상태에서는 많이 산다. 역시 현재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조직을 변화시킬 때도 마찬가지다. 현재 기준으로 판단, 손해 가능성부터 떠올리니 부정적인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어 보이지 않는 심리적 저항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한다고 되겠어?” 이런 말이 나온다. 전력투구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이러면 변화는 산 넘어 산이 되고 만다.
변화에 눈감고 현실에 안주하면 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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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했던 상사도 앞길 막는 걸림돌자신의 이권에 눈이 어두운 기득권자들만 그러는 게 아니다. 의도치 않게 변화를 막는 이들이 있다. 디지털카메라(디카)를 개발해 놓고도 시장에 출시하지 않았다가 폭삭 주저앉은 코닥 경영진은 사리사욕이 가득한 사람들이었을까? 유능한 덕분에 고위직에 오른 그들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었다. 디카가 없어도 잘 나가고 있으니 천천히 출시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유능한 덕분에 고위직이 된 이들이 자신들의 일하는 방식이나 사고방식을 고집해 변화를 정체시킨 것이다.알다시피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성공적이었던 건 차에 탄 채 검사를 받는 드라이브스루 같은 신속한 대응책들 덕분이었다. 예를 들어 드라이브스루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국내 코로나19 환자 1호 주치의 김진용 씨인데(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 그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런 말을 했다. “전통적인 감염병에는 경험 많은 원로가 대응을 잘 하지만, 신종 감염병은 경험치가 통하지 않아요. (이번에는) 497(40대, 90년대 학번, 1970년대생) 세대 의료진의 역발상과 순발력이 통했어요. (...) 사태 초반 위원회 윗사람들은 회의실에서 도시락 먹으면서 대책회의를 하자고 했습니다. 40대 의사들은 한시가 급하다고 생각해 줌·스카이프·카톡으로 실시간 대응을 했어요. 자가격리 매뉴얼도 단톡으로 소통하며 몇 시간 만에 만들었고요.”‘높은 분’들의 방식으로 대응했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수많은 조직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것들이 한둘이 아니고,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데 자신들에게 익숙한 방식을 고수한다. ‘높은 분’들이 이럴수록 변화는 강 건너 남의 일이 되고 만다.
경영자의 기술 편중도 실패 원인조직의 변화가 더딘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최고경영자들의 관심이 조직보다는 기술에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과거의 성공 경험에 갇힌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알다시피 우리는 추격자 전략, 그러니까 선진국을 따라잡는 전략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뤘다. 그들의 기술을 획득하고 개발하는 게 최고의 지름길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기술이 성공의 전부라고 여기는 경영자들이 한둘이 아니고, 조직 시스템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기술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요즘 잘 나가는 세계적인 회사들은 하나 같이 조직의 변화를 통해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데 여전히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한 중견기업 사장이 한 말이 있다. “기술은 눈에 보여요. 하지만 조직 변화는 답이 없어요.”이런 조직으로는 안 되겠다는 걸 느끼고는 있지만 기술 우선 성향이 뿌리 깊은데다 조직을 통해 성장해 본 적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잘못했다간 조직이 망가질 수도 있으니 더 그렇다. 젊은 세대들이 답답해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중첩돼 있다.조직 변화에 성공하거나 실패한 곳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관건은 언제나 사람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을 넘어설 때 성공했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했다. 변해야 할 때 변하지 못한 조직은 젊은 세대를 압박, 숨을 못 쉬게 하는 것으로 등을 떠밀어 떠나게 한다. 젊은 피가 사라지니 미래도 사라진다. 그건 그렇고 박과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언급한 세 가지 중 두 가지가 강하다면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셋 모두 강하다면? 그가 바라는 미래가 쉽게 오지 않을 게 확실하다.※ 필자는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이다. 조직과 리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콘텐트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사장으로 산다는 것] [사장의 길] [사자도 굶어 죽는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