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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5G, 피해 보상엔 ‘온도차’] 보상금으로 달래는 KT, 보상 없다는 SK텔레콤·LG유플러스 

 

이통사 실적 악화에 대규모 투자 어려워… 성급한 상용화에 고객만 ‘울상’

올해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5G 속도와 품질 등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정부가 5G 기지국 등 관련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5G 상용화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5G 기반의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이동통신업계에서는 “고주파 대역인 5G의 경우 LTE(4세대 이동통신기술)보다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해 조기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이 5G 이용 피해 보상과 관련해 서로 다른 노선을 걷고 있어 이용자 사이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위원회의 조정종결서에 따르면 KT 측은 지난 6월에 5G 속도·품질 등의 문제와 관련해 분쟁 조정 신청인에게 5G 요금 1개월분을 환급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따라 지난해 6월 통신분쟁조정위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해당 신청인은 “올해 초에 분쟁 조정을 신청해 당초 4월쯤 분쟁 조정 결과를 받았어야 했는데, 코로나19 등으로 연기되면서 지난 6월에 분쟁 조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통신분쟁조정위는 분쟁 조정 신청을 접수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해 조정안을 작성하고, 부득이한 경우 1회에 한해 30일 이내의 범위에서 처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 신청인은 KT 측으로부터 약 10만원의 금액을 돌려받았다고 한다.

이 신청인은 KT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을 상대로도 분쟁 조정을 신청했는데, SK텔레콤 측이 통신분쟁조정위의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최종 결렬됐다. 이 신청인은 “방통위로부터 비밀유지 서약과 분쟁 종료를 조건으로 약 37만원의 보상금을 받는 내용의 조정안 수락서를 받고 서명했으나, SK텔레콤 측이 가입 당시에 ‘5G 가용지역 확인 동의’에 서명한 것을 근거로 보상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며 “8개월간 SK텔레콤 5G를 한 번도 이용하지 못했는데 보상도 받을 수 없다고 하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5G 가입 과정에서 ‘가용지역에 대해 판매자를 통해 충분히 안내받았고, 전국망 구축 전까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가용 지역에서도 일부 음영 지역에서는 LTE로 제공될 수 있다’는 내용의 5G 가용지역 확인 동의를 받는다. LG유플러스 역시 5G 보상금을 지급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3사 가운데 KT가 유일하게 5G 분쟁 조정 등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KT 대리점 직원이 5G 이용과 관련해 분쟁 조정을 신청한 이용자와 130만원에 합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대리점 직원이 서류 대필 등 불완전 판매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와 개인 간 합의한 건으로, KT가 5G 이용과 관련해 보상금을 지급한 사례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분쟁 조정을 통해 지난 6월 KT로부터 5G 요금 1개월분을 환급받은 이용자는 “KT 법인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조정종결서에는 피신청인 성명에(주)케이티라고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KT 측은 “통신분쟁 조정위의 분쟁 조정에서 5G 이용과 관련해 자사가 보상한 건은 없다”고 재차 밝혔다.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KT 5G 이용자가 위약금 없는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분쟁 조정을 신청하자, KT 측에서 4개월간 사용 요금 32만원의 보상금을 제안했다가 거부당한 일도 있다.

이동통신업계 일각에선 “KT가 5G 이용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KT의 보상금 지급으로 5G와 관련한 모든 문제의 귀책사유가 통신사에만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했다.

문은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지난해 12월부터 5G 이용 관련 피해를 접수해 통신분쟁조정위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상태”라며 “현재 19명의 이용자에 대한 분쟁 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오는 8월 말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통신분쟁조정위에 접수된 분쟁 조정은 380건으로, 이 가운데 5G 이용 관련은 23%(87건)다.

5G 인프라구축 멀어 피해보상 늘어날 듯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의 5G 회선 현황을 보면, 가입자는 상용화된 지난해 4월 27만1686명에서 같은 해 6월 133만6865명으로 늘어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 2019년 8월 279만4536명, 11월 435만5176명, 올해 2월 536만699명, 4월 633만9917명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말에는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폭증하는 가입자의 실제 5G 이용률은 부진하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이 지난 6월 발표한 한국의 ‘5G 이용자 경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 말까지 국내 이동통신 3사의 5G 가입자의 이용률은 SK텔레콤 15.4%, LG유플러스 15.1%, KT 12.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기부는 이르면 7월 말에 5G 품질 평가를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와 이동통신 3사 등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5G 가입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5G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기영 과기부장관은 지난 7월 15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구현모 KT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이동통신 3사 대표와 5G 인프라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이동통신 3사와 SK브로드밴드 등 4개사는 5G 인프라 조기 구축을 위해 2022년까지 약 24조5000억~25조7000억원(잠정)의 투자를 추진한다. 과기부에 따르면 7월 기준으로 5G 기지국인 3.5기가헤르츠(Ghz) 기지국 구축 현황은 SK텔레콤 3만7207국, KT 4만1026국, LG유플러스 4만3532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제시한 기준이 이통사별로 15만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용화된 5G는 고주파인 3.5Ghz 대역이라, LTE보다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며 “LTE 전국망 구축까지 2~3년 소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2년까지 5G 전국망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5G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LTE보다 1.5~2배 정도의 투자가 집행돼야 하는데, 최근 2~3년간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실적 악화를 겪고 있어 대규모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통신사 투자 확대 독려를 위해 세액공제 등 지원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1545호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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