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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각국 주식시장 1등] 바이오·IT 등 성장주 강세가 글로벌 트렌드 

 

코로나19 이후 성장성 부각 업체 주목… 과도한 기대감은 단기 주가 하락 위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할퀴고 간 국내 증시에 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업종 대형주가 주도주로 등장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LG화학, 삼성SDI,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7종목은 ‘BBIG7’으로 묶이며 증시 전반을 좌우하는 대세주로 자리 잡았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들 종목들이 조정을 받자 거품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 환경과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을 들어 당분간 시장 주도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BBIG7은 4월 이후 국내 증시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7월 20일 종가를 기준으로 BBIG7 종목들의 주가는 연초 대비 69% 가량 올랐다. 덕분에 지난 6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조사한 ‘코로나19 시대에 성장한 글로벌 기업 100위’에 BBIG7 종목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LG화학 등 3종목이 포함됐다.

상반기 시가총액 증가 상위 독차지


상승세가 가파르다 보니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BBIG7 종목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10%에서 7월 20일 16% 수준까지 높아졌다. 코스피 전체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증가액이 가장 큰 7종목 역시 BBIG7 종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들어 6월 30일까지 시가총액이 23조원이나 늘었다. 셀트리온과 네이버는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각각 17조원, 13조원 증가했다. LG화학과 삼성SDI, 엔씨소프트 등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시가총액 증가액이 10조원 가량에 이른다.

BBIG7 종목들이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한편에서는 조정 가능성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고 있다. 단기간 상승폭이 높아 가격 부담이 커진 만큼 언제든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7월 들어 BBIG 7종목들 사이에서 약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증시 주변의 유동성 자금이 넘쳐나는 상황과 코로나19로 인해 대다수 기업들의 사업 환경이 변화했다는 점이 바뀌지 않는다면 주도주 교체까지는 이어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에서 돈풀기에 나서면서 증권가에서는 역대급 유동성 장세를 경험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집계한 투자자예탁금 잔액은 지난 6월 26일 5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7월 들어서는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45조원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2019년 말 투자자예탁금 잔액은 27조원 수준으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증시 대기자금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시장에는 역대급 유동성 자금이 풀렸지만 마땅히 투자할만한 곳이 없다는 점은 변하지 않고 있다. 반면 BBIG7 종목들의 영업이익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증권에서는 BBIG7의 2020년 영업이익 합계액이 전년 대비 66.1%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위기 극복을 위한 글로벌 정부 정책 수혜와 지역 간 이동 제한 등이 더해지며 언택트 기업들에게 유리한 환경”이라며 “이번 사이클에서 BBIG 7 주도주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오나 배터리, 인터넷, 게임 업종처럼 성장성이 부각되는 업종의 대표주들이 시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은 국내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미국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부터 이미 페이스북과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을 묶어 ‘FAANG’으로 지칭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전후로는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가 추가돼 ‘FANGMAN’이 됐다. 이들 7종목의 시가총액은 7조 달러를 넘어서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美·英·日에서도 주도주에 큰 변화

미국 역시 ‘FANGMAN’ 주식들이 주도하는 증시 상승세가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주식 시장이 기업들의 실적 전망 보다 앞서 간 것 같다”며 “향후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증시 전반에 조정 가능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주도주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영국 역시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금융과 석유화학 기업이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던 영국에서는 제약·바이오 종목들이 치고 올라왔다.

지난 2019년 초만 하더라도 영국에서 시가총액 상위 5곳에는 로열더치셸과 HSBC홀딩스, 유니레버, 브리티쉬페트롤리움(BP), BHP그룹 등이 포진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친 7월 초 시가총액 순위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유명세를 떨친 아스트라제네카가 1위에 올랐다. 제약업체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은 한때 2위까지 치고 올라가기도 했지만 7월 23일 기준으로는 세계최대 광산 업체 BHP그룹에 자리를 내주고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본 역시 코로나19 이후 제약·바이오와 언택트 관련 종목이 시가총액 상위로 치고 올라왔다. 2019년 초 도쿄증권거래소 시가총액 순위와 비교해보면 여전히 도요타자동차가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위 NTT도코모는 6위로 밀려났다. 반면 스마트 팩토리 및 자동화 기술 업체 키엔스가 3위로 치고 올라왔다. 혈우병A 치료제 ‘헴리브라(Hemlibra)’로 유명한 주가이제약은 4위까지 상승했다.

모두 코로나19 이후 성장성이 부각되는 업체들이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성장주 강세는 한국 외에도 전 세계 증시의 공통적 현상”이라며 “풍부한 유동성이 낙관적 성장 기대감을 반영시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기대가 과도하게 앞서가면 단기 주가 하락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45호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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