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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희의 테크&라이프] 세계 지배하는 테크 플랫폼, 반독점으로 해체? 

 

구글·아마존·애플·페이스북 등 반독점 결론 나면 기업 분할도 가능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왕에게 절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도 온라인 경제의 황제들에게 절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구글·아마존·애플·페이스북 등 미국 테크 업계 ‘빅4’ 수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 청문회에서 데이빗 시실린 위원장이 한 말이다.

과거 미국의 독립운동을 이끈 사람들은 영국에 있는 왕에 맞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려 했다. 그리고 그렇게 세운 정부가 국민을 억누르지 못 하도록 다시 행정과 입법, 사법이 서로를 규율하는 삼권분립을 확립했다.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강력한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 견제와 균형은 미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한 축이다.

시실린은 현대 미국의 시민들이 견제해야 할 새로운 ‘왕’으로 거대 IT 기업들을 지목한다. 그는 “이들 기업은 현대의 삶에 너무나 중심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사업 방식이나 결정은 우리 경제와 민주주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시장 넘어 일상을 지배하는 테크 플랫폼

이는 과장이 아니다. 세계 검색 시장의 95%를 차지한 구글은 모든 정보와 지식에 접근하는 문고리를 쥐고 있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를 장악하고, 인접 산업으로 무자비한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14억 개의 애플기기는 사람들의 실생활과 디지털 세상을 연결한다. 소셜네트워크를 독점한 페이스북은 월 26억명의 사람들이 타임라인에서 보고 듣는 것을 통제한다. 이들 4개 기업의 시가 총액을 합치면 대략 5조 달러, 우리 돈으로 6000조원에 가깝다. 세계 1등 디지털 플랫폼의 값어치다.

이들의 움직임은 수백만, 수천만 명의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영향력은 세계 전체에 미친다. 그렇다면 이 기업들은 시장에서 다른 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벌이며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받고 있을까?

시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기업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적용한 것이 반독점 규제다. 삶을 편리하게 하는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어느새 일상을 지배하는 권력이 되었다는 의심을 받는 거대 IT 기업들에 대해 반독점 규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에 대한 규제는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 대부분은 구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가 깔린 스마트폰이나 애플 아이폰 중 하나를 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덕분에 싸이월드는 사라졌고, 아마존에서 대형 TV를 직구 하느라 남의 나라 추수감사절 블랙 프라이데이 이벤트에 신경 쓰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데이터는 이미 이들 해외 기업의 서버에 쌓여 철저하게 분석되고 있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 각 주 검찰은 최근 이들 기업의 행태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해 왔다.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자사 플랫폼에서 다른 기업을 배제하는 불공정 행위를 했는지가 주요 관심사다. 경쟁의 싹을 미리 꺾으려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한 것은 아닌 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하원 청문회는 그간의 조사를 결산하고 논란의 기업 CEO들로부터 직접 증언을 듣는 자리였다.

구글은 검색 결과에 식당 리뷰 사이트의 콘텐트를 표시하는 등 다른 기업의 자산을 훔쳐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사용자가 구글 사이트에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다. 검색 등 구글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인터넷 트래픽을 분석해 경쟁사를 제압하는데 썼다는 의혹도 받았다.

아마존 역시 아마존에서 활동하는 외부 판매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자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썼다는 공격을 받았다. 아마존에 입점한 외부 판매자 제품과 아마존 자체 수급 제품이 경쟁하는 플랫폼 특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수개월째 판매가 막혀 있는데 아마존에게 정확한 이유도 듣지 못했다는 온라인 책 판매자의 육성 증언이 공개되어 제프 베조스 CEO를 당황하게 했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앱과 유료 아이템 수익의 30%를 가져가는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앱스토어에서 앱 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권력을 바탕으로 수익 배분에 있어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공격이다.

페이스북은 경쟁자를 제거하려 인수합병을 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은 사진 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과 메신저 왓츠앱을 각각 10억 달러와 160억 달러라는 엄청난 가격에 인수했다. 당시 이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는 했으나 수익도 없었고, 직원은 수십 명에 불과했다. 이 두 인수 건은 대박이 되어 페이스북의 든든한 미래가 되었다.

조사 과정에서 마크 저커버그 CEO 등 페이스북 임직원들이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메일을 주고받았음이 드러났다.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창업자는 “인수합병에 동의하지 않으면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베껴) 시장에서 축출하려 할 것 같다”는 두려움을 토로했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를 무효화하고 별개 회사로 쪼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공화당 의원들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민주당에 기울어져 보수 성향 의견을 검열한다는 비판도 잊지 않았다.

여론은 일단 규제 강화에 우호적 분위기

미국은 독점 기업에 분할이라는 극약 처방을 한 경험이 있다. 석유 사업을 독점한 스탠다드오일, 전화망을 독점한 벨을 여러 회사로 쪼갰다. 가깝게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분할 위기에 몰렸다가 겨우 위기를 넘긴 바 있다.

빅4 테크 기업에게 반독점 규제를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독점을 통해 가격이 오르는 등 소비자 후생이 악화되어야 규제 대상이 되는데, 이들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판매자 간 경쟁을 촉진해 가격을 낮추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일상적 경영 활동을 부정적으로 해석해 공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배력이 1위 기업에 크게 쏠리고, 사용자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소비자 편익이 커지는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과거의 반독점 규제 패러다임으로 보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 이는 이유다. 소비자 편익을 기준으로 테크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한 대안이다. 혹은 플랫폼 편의성을 위해 희생되는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근거로 소비자 편익을 재정의해. 이들 기업이 소비자에게 해를 끼쳤음을 주장하는 새로운 논리를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테크 대기업의 그늘에서 괴로움 당하는 소상공인들의 모습이 노출되면서 여론은 일단 규제 강화에 우호적으로 바꾸는 분위기다. IT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는 세심한 분석을 바탕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다만, 다가오는 대선의 추이와 이 과정에서 테크 플랫폼이 언론 향방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 대상이 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1548호 (202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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