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단위로 보험료 내고, 결혼식취소도 보장지난 3월 캐롯손해보험이 내놓은 ‘퍼마일 자동차보험’도 온디맨드형 이색보험으로 꼽힌다.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매년 갱신해야 하는 기존 자동차보험의 보험료 체계를 벗어나 매일의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한다. 가입할 때 첫 달 기본료와 주행거리 1000㎞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선납하면 매달 자신이 운전한 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낼 수 있다. 캐롯손해보험 관계자는 “산책과 주행거리로 단순화하면서 보험은 복잡하다는 인식을 깨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KB손해보험 역시 ‘시간제 이륜차 보험’을 내놓는 등 이색보험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시간제 이륜차 보험’은 배달의민족 라이더(오토바이 배달원)가 시간, 분 단위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기존 ‘유상운송용 이륜차 보험’은 개인이 감당하기에 보험료가 높아 가입률 자체가 매우 저조했지만, 시간 단위 보장을 채택해 보험료 가격을 낮췄다. 또 배달근무 중 사고가 발생해도 라이더가 별도로 가입한 자동차보험에 보험료 할증 등 불이익이 붙지 않도록 구성했다.에이스손해보험은 층간소음 피해를 보상해주는 이색보험 ‘Chubb층간소음피해보장보험’을 내놨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층간소음으로 공동주택 거주자 사이에서 분쟁이 생길 경우 피해를 보상해 준다. 월 780원을 내면 층간소음 피해를 본 계약자에 최대 5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공동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는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 단 층간소음 보험은 결합판매 상품이다. 기존 주택화재보험 보험료에 780원을 더 내면 특약으로 추가되는 형태다.보험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MZ세대(1980년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인 Z세대를 합친 용어)’의 등장과 관련이 깊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보험 가입 연령층인 40~50대의 보험 비가입률은 10%대인 반면 MZ세대인 20~30대의 보험 비가입률은 20%를 넘어섰다. 이들 MZ세대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보다 현재를 즐기는 성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가 필요할 때마다 가입할 수 있는 이색보험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실제 보험사의 이색보험 출시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캐롯손해보험의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지난 3월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지 3개월 만인 지난 6월말 기준 가입자 3만 명을 모았다. 지난 5월 2만명을 넘어선 지 1개월여 만에 재차 1만명이 추가로 가입한 것이다. 김혜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두드러지는 이색보험의 특징은 가격이 저렴하고 기간이 비교적 짧고, 피해와 배상 기준이 쉽다는 점”이라면서 “MZ세대의 특징과 맞물려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이색보험이 인기를 끌면서 보험의 진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예컨대 GS리테일이 지난 8월 보험 플랫폼 오픈플랜과 함께 판매를 시작한 ‘홀인원 골프보험’이 대표적이다. 홀인원 보험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라는 보험의 개념보다 성과에 대한 보상 측면이 강한 데다 유통업체의 진출로 주목받았다. 2500원으로 가입 후 홀인원 시 100만원을 받는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으면서도 작은 금액으로 최대한 보장을 제공하는 보험”이라고 설명했다.반품보험도 등장했다. 캐롯손해보험은 지난 2월 11번가와 손잡고 고객의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비를 지원하는 ‘반품보험’ 서비스를 도입했다. 소비자가 반품할 때 배송 비용을 보험사가 대신 지급하는 상품이다. 악성코드 보험도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7월 보안 스타트업 엑소스피어랩스와 함께 내놓은 ‘랜섬웨어 피해 보장 보험’을 출시했다. 악성코드로 컴퓨터 내부 파일을 모두 암호화한 이후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해 오는 경우 피해를 보상해 준다.
이색보험 인기에 판매도 넛지에서 온라인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 개발이 제한적인 생명보험사마저 소액으로 단기간 특정 질병 등을 보상하는 이색보험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른바 미니보험이다. 미래에셋생명이 지난 7월 출시한 6개월 만기의 입원비 보장 상품인 ‘입원 보장보험’이 대표적이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생명보험사는 인체와 관련한 상해, 질병 혹은 사망을 중심으로 상품을 설계해야 해 손해보험사에 비해 이색보험 개발이 어렵다”면서도 “소액·단기간 상품을 계속 내놓고 있다”고 했다.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의 이색보험 출시가 앞으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의 복잡했던 보험 상품과 달리, 이색보험이 주로 단순하고 저렴하게 출시되면서 판매 채널 자체가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소정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보험산업은 보험설계사들이 상품을 설명해 파는 ‘넛지(Nudge,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형 구조로 움직여왔는데, 구조가 단순하고 소액인 이색보험은 넛지형 영업이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