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수수료의 세부 기준은 지자체 몫… 표심 민감한 단체장들 부담 느껴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이 독과점에 가까운 지위를 활용해 플랫폼 이용 기업들에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율 상한이 법으로 강제되는 카드업계 등과의 역차별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2015년 이후 요지부동인 부동산 중개보수(수수료)를 부동산 가격 폭등에 맞춰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2007년 이후 총 12차례 인하됐다. 일반 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2007년 4.5%에서 3.6%로 조정된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정부는 2012년부터는 3년마다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을 산정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 3억원 이하 영세가 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8%다. 중소가맹점의 경우 연매출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3%이며,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는 1.4%,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는 1.6%다.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가맹점은 전체 가맹점의 96%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가맹점 모두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다.
2007년 이후 카드 수수료 12번 ‘인하 러시’카드업계 안팎에선 곤두박질친 가맹점 수수료율 탓에 수수료 부문 수익이 급감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하나·롯데·BC카드)의 매출을 보면 카드론 수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243억원 증가한 반면,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945억원 감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수수료율은 법으로 정해진 반면,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업체들은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수수료만 놓고 보면 사실상 동일한 사업인데 카드사만 수수료율 인하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이라고 했다.카드업계가 수수료 수익 감소에 허덕이는 사이에 플랫폼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간편결제업체들은 카드사보다 높은 수수료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권칠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전자금융결제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전자지급결제대행금액 상위 10개사 중에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업체는 네이버페이 등을 제공하는 네이버파이낸셜,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다.권칠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의 전자지급결제대행금액을 바탕으로 수수료율을 추정한 결과, 네이버파이낸셜의 수수료율은 2018년 3.2%, 2019년 2.8%, 올해 상반기 2.8%인 것으로 추산됐다. 우아한형제들의 수수료율은 2018년 3.5%, 2019년 2.8%, 올해 상반기 2.8%로 추정된다. 이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년셜이 최근 3년간 수수료를 통해 올린 수익은 약 1조12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우아한형제들은 3600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기존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카드 수수료보다 높은 수수료를 추가로 납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권칠승 의원은 “카드사는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결제 수수료 인하 및 면제 등의 지원 대책을 꾸준히 마련해왔으나,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체는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고 있음에도 가맹점이나 영세 판매업체에 대한 보호조치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폭등에 중개수수료 인하 목소리정부가 소상공인 지원 등을 근거로 12차례 카드 수수료 인하를 단행한 것과 대조적으로 지난 2000년 마련된 부동산 중개수수료 체제는 20년간 거의 변화가 없다. 국토교통부가 주택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지난 2014년 고가주택 기준을 상향하는 내용의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 개편안’을 마련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조례 개정을 권고한 것이 전부다. 이 개편안은 이듬해 6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는데, 부동산 중개수수료 최고요율이 적용되는 고가주택 기준을 매매·교환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임대차 등은 3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또한 주택 매매·교환 거래금액에 6억~9억원, 임대차 등의 거래금액에 3억~6억원 구간이 신설됐고, 각각 0.5%, 0.4%의 상한요율이 적용됐다.최근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 중개수수료 1000만원 시대에 진입하자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대학원)는 “1억원의 부동산이나 30억원의 부동산이나 매매할 때 공인중개사가 하는 일은 동일인데, 중개수수료는 수천만원 차이가 난다”며 “부동산 가격 폭등과 취·등록세 인상에 중개수수료마저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어 서민들의 주택 매입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권 교수는 “중개수수료의 상한요율이 아니라 기본요율을 정하고, 거래금액이 높을수록 기본요율이 낮은 역진세 방식을 도입해 중개수수료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개수수료율 부과 기준인 주택 거래금액을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에 대한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해 소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중개수수료의 세부 기준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결정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표심에 민감한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공인중개사들의 반대에 부담을 느껴 조례 개정을 꺼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법 시행 규칙 제20조(중개보수 및 실비의 한도 등)에는 주택 중개에 대한 보수는 중개 의뢰인 쌍방으로 각각 받되, 그 일방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한도는 매매·교환은 거래금액의 0.9% 이내, 임대차 등은 거래금액의 0.8% 이내라고만 명시돼 있다. 나머지 기준은 각 시·도가 조례를 통해 정하는 구조다. 예컨대 서울시의 경우 주택 중개보수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9억원 이상 주택의 매매·교환 중개수수료 상한요율을 거래금액의 0.9%로 규정했다. 6억~9억원 미만은 0.5%, 2억~6억원 미만은 0.4% 등 금액에 따라 상한요율을 세분화하는 것도 서울시의 몫이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