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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브랜딩 1 | 충성도 높은 팬덤 형성BTS의 성공 비결에 대한 많은 논문, 방시혁 대표의 인터뷰 기사에서 이구동성으로 분석하는 것이 있다. 1300만명의 팬덤(아미)이다. 아미는 BTS의 음악과 브랜딩의 성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팬덤은 누구나 원하지만 ‘아미’는 더욱 특별하다. 일반적으로 팬덤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자체가 삶에 활력을 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아미 팬덤은 열광적인 지지와 응원뿐만 아니라 BTS가 전달하는 ‘선한 영향력’을 타인과 세상에 적극적으로 쓰기 위해 ‘행동’ 한다.무엇이 이같이 특별한 팬덤을 만들었을까? BTS의 소통 방식이다. BTS는 나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우상으로서 아이돌이 아니다. 자신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와 같다. BTS에게 위로를 받은 팬들은 이들의 노래를 사랑하고 전파하게 된다.물론 이러한 평등의 소통방식은 처음부터 의도된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비주류인 이들은 자본과 기획력으로 무장한 주류와 경쟁에서 자신들을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SNS를 택했다. 그래서 그때까지 금기시(여러 가지 부작용과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에) 되었던 팬들과의 직접 소통을 시작했다. 자신들의 소소한 일상과 연습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을 콘텐트로 전달했고, BTS와 팬들은 이러한 소소한 일상까지 공유하는 특별한 관계로 발전했다. 자연스럽게 아미들은 BTS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별한 팬덤으로 진화했다.스타트업이나 자본력이 약한 비주류 기업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시대다. BTS의 팬덤 현상을 이런 기업의 관점에 접목할 수 없을까?우선 그들의 서비스·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념과 철학에 동조하는 서브 컬처에 주목해야 한다. SNS가 만든 세상은 그동안 비주류였던 수많은 서브 컬처가 결집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제공했다. 좀비처럼 골방에 앉아 식음을 전폐하고 게임에 몰두했던 비주류의 대표였던 컴퓨터 게이머들은 이제 당당히 수억원을 벌어들이는 영웅이 됐다. 이런 게임을 욕설하며 해설하는 ‘퓨디파이’ 같은 친구는 유명 유투버가 되어 수십억원의 돈을 번다.이처럼 자신의 브랜드와 연결되는 서브 컬처를 발견하고 그들을 팬덤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그들의 아픔과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친구 같은 브랜드를 만들어 보자. 한국의 ‘배달의 민족’이 그랬던 것처럼. ‘배달의 민족’ 초기 브랜딩은 대표적인 배달음식인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서브 컬처에 주목해 크게 성공했다. 또한 조직의 최말단에 있지만 배달음식 주문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던 ‘조직막내’를 위로하는 B급 콘텐트로 이들을 광팬으로 만들었다.
글로벌 브랜딩 2 | 시대정신을 진정성 있게 소통하다BTS에게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드는 힘은 시대정신과 진정성이다. 2013년 활동을 시작한 BTS는 그들의 메시지에 시대에 대한 저항과 자아성찰 그리고 현실참여를 통해 퍼지는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3포 세대 5포 세대 그럼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 왜 해보기도 전에 죽여…” _ [쩔어’ 中]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저항은 매우 거칠지만, 10대~20대 청춘들의 가슴에 와 닿는다. 언더독(underdog,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약자를 말함) 출신의 아이돌은 이 시대 언더독의 고민을 이해해준다. “나도 그랬어”라고 진정성 있게 말해주는 모습에 전 세계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BTS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심 어린 대안을 제시했다.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하자. … 우리 인생은 길어. 미로 속에선 날 믿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은 오는 거야…” _ [‘Love myself’ 中]이렇게 한국어로 된 가사는 전 세계 청춘에게도 통했다. 방시혁의 통찰처럼 “문화는 달라도, 전 세계 청춘들이 가진 고민의 본질은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대안은 어떤 철학책보다 큰 울림을 줬고, 청춘들의 공감을 얻어냈다.브랜드의 진정성 이슈는 SNS 시대 브랜드 전략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비슷비슷한 기능을 가진 수많은 상품과 브랜드가 넘쳐나고, 진실 같은 거짓이 판을 치고 있다. 심지어 ‘뒷광고’라는 듣도 보도 못한 용어가 횡행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SNS 시대는 소비자가 정보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주체다. 진실은 더욱 쉽게 드러난다.‘러쉬(Lush)’라는 영국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 천연원료라는 콘셉트를 표방하기 때문에 모든 제품에 실제 천연원료를 사용했고, 그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숍을 과일가게처럼 꾸몄다. 제품의 포장도 없고, 비누도 칼로 잘라 종이에 싸서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브랜드는 ‘친환경’이라는 시대정신을 진정성 있게 전달해 성공한 브랜드로 유명하다.국가 간 문화적 차이가 있지만, 소비자의 본질적 요구는 같다. 이렇듯 글로벌 브랜딩에 있어 진정성은 제품, 혹은 서비스의 차별적 우위를 더욱 빛나게 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중요한 요소다. [다음 칼럼에 계속]
※ 필자는 제일기획과 공기업에서 30년간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제일기획 인도법인을 설립했으며, 미주총괄 임원을 역임했고 이후 공기업의 마케팅본부장을 맡아 공공부문에 민간의 마케팅 역량과 글로벌 역량을 접목시키는데 기여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