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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사업이 불만인 금융사] 금융사의 “우리에겐 기울어진 운동장” 주장에 비판 쏟아져 

 

‘금융사 수수료 낮춰야’ 지적도… 금융사 vs 핀테크 기업 전쟁 시작

▎지난 6월 29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40대 중반의 직장인 김민수(가명)씨는 3개 은행과 주로 거래한다. 월급 계좌 및 재테크 계좌, 인터넷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거래 은행에서 발급한 신용·체크카드와 자동차 주유 혜택 등이 담긴 카드 등 모두 4개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 보험도 여럿 들었다. 10여 년 전 가입했던 종신보험을 비롯해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등 4개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이 때문에 김씨의 금융거래는 여러 곳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이를 한눈에 확인하기는 어렵다. 카드 사용료, 보험료, 거래 내역 등의 금융 데이터는 각 사 앱이나 사이트를 통해서 확인한다. 그나마 오픈뱅킹 서비스 덕분에 주거래 은행 앱에서 다른 은행 계좌 잔액과 거래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어 편안해졌다. 하지만 은행 외의 정보는 직접 찾아봐야 한다. 김씨는 “내 금융 거래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면 재테크나 재무관리를 빠르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쉽지 않다”며 뱅크샐러드나 핀다 등의 스타트업 서비스를 이용해 나에게 맞는 카드를 선택하거나 자동차보험 등을 추천받아서 재무 상태를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데이터 활용여부는 소비자가 직접 결정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다수가 겪는 불편함이지만 앞으로는 이런 불편함이 줄어들 것을 보인다. ‘마이데이터(MyData) 사업’ 덕분이다. 지난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 중 신용정보법 개정안으로 개인의 금융 정보를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마이데이터의 핵심은 개인의 금융정보 활용 여부를 각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은행·카드사·증권사·통신사는 소비자의 다양한 금융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소비자가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이 데이터 활용을 승인하면 각 금융사는 소비자의 금융데이터를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넘겨줘야 한다. 소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제공한 앱 등을 통해 자신의 금융 데이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소비자의 종합 금융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해 소비자의 신용점수나 등급 등을 관리해줄 수 있다.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기존 금융사가 일부 계층에게만 제공했던 개인 맞춤형 재무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도 누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의 탄생도 기대할 수 있다.

핀테크 기업과 소비자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에 반해 기존 금융사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기존 금융사에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기존 금융사만 손해라는 것이다. 가장 큰 불만은 그동안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는 소비자의 금융데이터를 내놓기만 하고 비금융데이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사는 소비자의 데이터를 내놓기만 하고 네이버·카카오와 많은 핀테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의 비금융데이터를 받지 못하면 테크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신청한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금융사의 불만과 우려를 이해하지만 그동안 기존 금융사는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 금융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상철 한국핀테크연구회 회장(고려대 경영정보대학원 교수)는 “핀테크기업이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기존 금융사는 개인정보 이슈로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지 못했다. 이런 불편함과 문제를 해결해야만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볼멘소리는 효과를 봤다. 지난 10월 21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3차 ‘디지털금융 협의회’에서 핀테크기업과 새로 참여하는 기관도 일정 수준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비금융데이터를 금융사가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금융사의 또 다른 불만은 낮은 수수료다. 금융사는 일정 수수료를 받고 소비자의 금융데이터를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넘겨주게 된다. 금융사는 “그동안 소비자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데 인력과 비용을 투자했다”면서 수수료의 현실화를 주장한다. 이에 반해 핀테크기업은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금융사가 데이터를 넘겨주고 받는 수수료는 얼마나 될까? 지난 10월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영 국회의원(국민의힘)은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이후 금융사가 받는 수수료를 공개했다. 항목별로 보면 잔액조회 수수료 10원, 거래내역 조회 30원, 계좌 실명 조회 50원, 송금인 정보조회 50원이다.

1000만명의 가입자가 있는 토스의 경우 가입자의 금융데이터를 금융사로부터 받아온다고 해보자. 1회 잔액조회 수수료만 1억원이다. 1000만명이 거래내역 조회를 한 번씩만 해도 수수료로 3억원을 내야 한다. 소비자의 금융데이터는 계속 바뀌어 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소비자의 금융데이터를 수시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수수료를 낸다면 매월 수 십억원의 수수료를 금융사에 내야 할 수도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면 수수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은행, 핀테크기업이 소비자의 호응을 얻은 것은 기존 금융사가 제공하지 못했던 편의성과 개인 맞춤형 서비스 덕분이다. 결국 마이데이터 사업은 소비자 금융데이터를 무기로 했던 금융사의 입지를 좁게 한다. 한국금융연구원 구본성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업이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기존 금융사가 소비자 데이터를 맘껏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우려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디지털금융 시대에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한다. 금융사는 빠르게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8월 4일까지 금융위원회에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사전신청서를 낸 기업은 63개로 집계됐다. 금융위는 내년 초까지 40개 기업의 허가심사를 마칠 계획이다. 지난 10월 12일 금융위 금융데이터정책과가 공고한 ‘본인신용정보관리업 예비허가 신청사실 공고’를 보면 신한은행·국민은행·우리은행 등 카드사, 레이니스트·비바리퍼블리카·핀다 등의 핀테크기업,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이 포함됐다.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1558호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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