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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20) 페이스북 리브라 2.0의 미래]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간 까닭은 

 

‘화폐는 권력’…FRB 잇는 새 경제권력 ‘페이스북준비제도’ 등장할까

▎ 사진:연합뉴스
치솟을 대로 치솟은 아파트 값을 따라 잡기 어려워서일까? 3억원 대주주 논쟁으로 인해 주식 시장이 활기를 못 찾아서였을까? 하긴 그런 것은 국내 문제이다. 국제적으로 시가총액 1위 암호화폐(가상자산) 비트코인은 10월 말 상승 흐름으로 1만3000 달러선을 돌파했다. 최적의 비트코인 매수 타이밍이라는 시그널이 관련 전문가로부터 들린다. JP모건은 향후 수십 년간 중요한 시장 참여자로 떠오를 밀레니얼 세대가 금보다 비트코인을 더 선호해서 비트코인이 성공할 발판이 마련되었다고 했다.

지급결제 수단의 변화의 시대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사업자 페이팔이 암호화폐 거래 지원을 선언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주류시장으로 진입할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삼성전자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 ‘삼성 블록체인 월렛’이 암호화폐 자금세탁방지(AML) 솔루션을 도입해 서비스 보안을 강화했다는 소식을 음미한다. 10월 25일 타계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2013년 6월, 20년 전을 회고하며 삼성에 위기의식을 주문한다.

“20년 전 우리의 현실은 매우 위태로웠습니다. 21세기가 열리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나부터 변하자, 처,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고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20년 혁신의 길을 보다가 1년 후 쓰러지는 아픔을 겪었다.

2013년 혁신 선언을 한 1주일 후 누군가가 삼성을 방문한다. 청바지를 입은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다. 마크 저커버그는 이건희 회장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그 날을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마크 저커버그, 금융시스템에 파란 일으키나

보안문제로 코너에 몰린 페이스북의 미래 전략은 무엇일까? 그 한가운데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비트코인 탄생 후에 부침이 있던 암호화폐의 주류화 문제는 페이스북과 중앙은행의 향후 행보에 달려 있는 듯하다. 페이스북이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를 개발해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등의 자체 플랫폼에 송금, 결제서비스를 탑재하기로 발표한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페이스북은 2018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비자, 마스터카드를 비롯한 여러 금융회사들과 접촉해 암호화폐 기반의 결제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세계적으로 24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를 발행하고 결제서비스를 갖추면서 페이스북 리브라의 파급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리브라’는 점성술에선 천칭자리다. 천칭은 저울을 의미하기에 ‘리브라’엔 공평, 정의의 의미가 있다. 리브라는 미국 달러나 다른 국가의 법정화폐와 연동하는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말 그대로 안정적이어서 일반 암호화폐와 달리 하루 사이에 가치가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일이 없다. 리브라 생태계의 지배구조는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초기창립자들이 운영권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였다. 창립자들이 주도하는 회의가 이사회를 통해 집행부를 통제한다는 말이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협회를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훗날 이 같은 중앙통제를 없애겠다고 주장했지만, 세상은 믿지 않았다. 그래서 리브라가 CEO인 마크 저커버그 제국의 화폐가 될 것이란 우려는 지속됐다.

페이스북은 리브라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수십억 명이 거래수수료 없이 돈을 보관하고 사용하며 송금할 수 있을 것이라 선전했다. 전 세계 사용자 24억명이 잠재 고객을 넘어 은행 계좌 없이도 QR코드만 있으면 어디서든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세상은 극적이긴 하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사용자가 갖고 있던 예금을 리브라로 대거 바꾸는 경우에는 은행의 지불능력이 하락해 금융시스템의 혼란을 야기하진 않을까? 통화주권과 국제자본이동에 대한 각국의 정책이 무력화 될 수 있어 통화당국이 우려할 만하다.

카카오톡에서 사진파일을 보내듯 손쉽게 대출과 송금도 할 수 있으니 기존 은행권에서 두려움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거래수수료를 없애 국가 간 송금 시장을 잡겠다는 목표를 정했고, 아프리카나 인도처럼 은행 보급률이 낮은 개발도상국에 금융 인프라를 제공할 계획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페이스북을 따라 미국의 유명투자은행인 JP모간체이스도 ‘JP모간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등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페이스북을 추종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등 페이스북의 패밀리앱 서비스 이용 현황을 보자. 평균 21억명 이상이 매일 이 앱 서비스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의 리브라 사업 설명은 상당히 도발적이라 하겠다.

페이스북 리브라, 전세계 통용 간편화폐 꿈꾸다

국내 기업인 카카오의 사례를 보면 플랫폼의 이용자 기반은 엄청난 자산이다. 카카오의 간편결제 수단인 ‘카카오페이’는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톡의 영향력에 힘입어 빠르게 가입자를 늘려나가면서 단시간에 간편결제 서비스시장의 강자로 올라섰다. 이후 결제, 송금과 같은 기본적인 간편결제 서비스에서 전문 금융서비스로 영역을 넓혀갔다. 그래서 세계적인 플랫폼인 페이스북의 최초의 결제시스템 리브라의 의도와 향후 전망에 관심이 더 갈 수 밖에 없다. 암호화폐 리브라가 출시되면 암호화폐 사용자가 2~3배 이상 늘어나고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증가하지 않을까? 기존 금융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소외계층을 포용하고, 소비자들이 금융거래에서 부담했던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니 그 비즈니스모델이 엄청난 느낌인 것으로 다가온다.

스테이블코인 리브라는 비트코인 등 기존 암호자산과 달리 금융자산과의 태환(兌換) 구조로 설계됐다. 보유한 금이나 은만큼만 화폐를 발행했던 금은본위제와 닮았다. 초기 창립자들이 낸 돈을 바탕으로 발행된 후에는 기존 화폐를 주고 교환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안정적이고, 가치변동이 최소화되며, 유동화가 용이한 자산에 분산투자를 함으로써 리브라의 가치를 안정시키겠다고 설명했다. 가격 변동이 심하면 결제수단으로 통용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것이다. ‘1달러=1리브라’와 같은 형태로 암호화폐 가치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단일통화에 고정된 환율로 운영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달러 등 선진국 단기국채나 ETF(상장 지수 펀드) 등이 리브라의 유력투자처로 추정됐다. 은행 예금이나 단기국채 같은 예비자산이 리브라의 가치를 뒷받침하면 가격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리브라가 확산되면 태환 준비를 위해 더 많은 전통자산이 필요할 수 있다. 선진국 단기채권이나 달러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가 집중될 수 있다.

화폐는 권력이다. 태환을 기초로 한 화폐는 제국 통치자의 전유물이다. 고대 로마 아우구스투스의 순도 90% ‘데나리우스’와 한 무제의 ‘오수전’이 그랬다. 근대에도 아편으로 청나라 경제를 붕괴시킨 영국의 중앙은행이 약 200년 전인 1819년 ‘리브라(£)’를 금의 가치에 고정시켰다. 20세기 들어서는 미국 경제를 장악한 대기업이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FRB)로 달러 발행권을 확보했다. 검은 돈 거래, 보안 위협 등 1차적 우려를 떠나 리브라가 세계경제에 가져올 파장은 엄청나 보인다. FRB를 잇는 새로운 경제 권력이 될 수 있는 페이스북준비제도의 탄생이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 세계가 주목한 것이다.

이쯤에서 페이스북이 말한 리브라의 임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리브라의 임무는 전 세계에서 통용 가능한 간편한 형태의 화폐와 금융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요약된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에서 은행 접근성이 떨어지는 인구를 17억명으로 산정했다. 이중 10억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5억명 이상이 인터넷을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20년 전 유럽에서 문자메시지 한통에 200원이 들었다. 이제 무료로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보내니 금융서비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규제에 맞서기 보다는 우려 불식에 노력

2013년 이건희 회장이 혁신을 강조했듯이 자체 암호화폐 발행은 페이스북의 수익모델을 다각화하는 혁신 모델이다. 페이스북은 매출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익이 절실하다. 암호화폐 리브라 결제시스템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등을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확장해나가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 페이스북은 미국에서 인스타그램에서 마주한 상품을 인스타그램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자체 결제 기능을 시험한 바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2018년 초 페이스북을 통해 “2018년 목표는 페이스북의 단점을 극복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라 했다. 그 한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이 있었다. 암호화폐 기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는 페이스북의 야망은 각국의 반대로 좌절됐다. 2019년 6월 리브라 공개 이후 각국 정부는 비난을 연거푸 쏟아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비트코인과 여러 암호화폐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돈도 아니고, 너무 변동성이 심한데다가, (가치)의 기반도 취약하다”

확실히 그는 암호화폐 혐오자였다. 그는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은행이 되고 싶다면, 국내외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새롭게 은행과 같은 허가를 받아야 하고 모든 금융규제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도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취지로 말했다. “리브라는 개인정보보호와 돈세탁, 소비자보호, 금융안전성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심각한 우려들이 해소될 때까지 리브라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못할 것이다.”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 브루노 르 마이어 역시 리브라가 국가 주권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동시대에 있었던 텔레그램의 행보를 상기해 보자. 텔레그램은 2018년 프라이빗 토큰 세일을 진행해 17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모집했다.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텔레그램의 토큰세일이 미등록 증권을 판매한 행위여서 연방증권법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3월 미국 뉴욕남부지방법원은 SEC 주장을 받아들이고 텔레그램 토큰 발행과 판매 계획 철회를 명령했다. 소셜망 블록체인 생태계를 꿈꾼 텔레그램의 꿈이 규제에 발목 잡혔다.

규제에 맞선 텔레그램과 달리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는 세계 각국의 우려를 걷어내기 위한 움직임에 열중했다. 새로운 서비스를 보이며 출시를 위한 준비 작업을 심도 있게 진행했다. 우선 디지털 지갑회사 칼리브라를 노비(Novi)로 리브랜딩 했다. 노비는 새로운 방법을 의미하는 라틴어 합성어다. 노비앱이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과 연동된다는 사실도 밝혔다. 노비앱은 메신저에서 메시지를 보내듯 리브라를 손쉽게 송금할 수 있는 체계이다. 정부가 발급한 신분증으로 신원을 확인한 후 계좌를 개설하게 해 자금세탁, 금융사기 같은 규제당국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리브라 협회는 스위스 규제당국과 결제 면허 획득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거대 데크 기업의 세계적 부상을 싫어하는 경향이 세계적으로 만연한 상황이다. 여기서 마크 저커버그는 암호화폐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연구하고 세간의 부정적 평가를 불식시키려 했다. 페이스북은 블록체인 연구에 전념하는 조직을 설치했다. 기업의 정체상황을 타개하고 더 나은 비전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려는데 블록체인이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능성 중에서 전자상거래에 있어 코인 인센티브, 자체 서비스와 콘텐트 제작자를 위한 소액결제, 은행 앱코인 거래소 설치, 신원확인 기술이 주요 관심 목록에 있다.

금융서비스 통해 페이스북 플랫폼 강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암호화폐 ‘리브라’를 통해 페이스북의 플랫폼 기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페이스북의 엄청난 회원 규모는 코인 유통에 큰 영향을 주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대중화에 기여한다. 리브라의 영향력은 결제, 전자상거래, 은행 서비스로 확대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리브라를 사용하여 구입한 모든 제품을 할인하여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리브라는 전통적인 금융파트너의 폭리와 수수료를 줄이고, 소비자들에게 저축을 늘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은행에 데이터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금융서비스 제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포석은 여러모로 가능하다. 회사의 규모와 기술적 노하우를 활용하여 지점 없는 은행을 구축하는데 리브라를 활용할 수 있다.

고객들은 신원확인 기술을 번거로운 절차로 생각했는데, 블록체인 앱인 댑(dApp)을 활용해 로그인 기능을 구축할 수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인기 서비스를 댑(dApp)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페이스북은 온라인 신원확인 기능을 블록체인을 통해 확장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 이러한 댑을 선택했을 때 충분히 매력적인 사용자경험까지 제공할 수 있다.

리브라는 사용자들이 페이스북 플랫폼에 참여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해킹과 부정적 언론에 대한 영향으로 소셜 네트워크(SNS) 이용자는 가족사진 앨범을 업로드하거나 상태를 업데이트하는 것을 망설일 수 있다. 페이스북이 사진을 업로드하거나 업데이트 하는데 리브라를 활용하도록 사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하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로 사용자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페이스북은 특허 사안에 있어 많은 관심을 보였다. 2007년까지 디지털화폐 관련 지식재산권(IP)을 추진했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선물을 주고 자산을 나타내는 아이콘을 표시한다는 특허를 출원했고, 그 자산은 실제 자산, 디지털 자산, 암호화폐를 포함한다. 2007년 특허는 최초의 블록체인 프로토콜인 비트코인 보다도 앞선다. 페이스북이 디지털 자산 관련 기술을 구상했던 경험은 리브라의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고 추정된다.

‘리브라 코인’ 앞세워 등장한 리브라 2.0


▎페이스북의 ‘리브라’ 추진에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로 맞불을 놓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20년 4월, 페이스북은 초기 리브라 모델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한 후 각국으로부터 얻은 피드백을 반영해 백서에 내용을 추가하여 수정한 2.0 버전을 공개했다. 싱가포르 국영투자 기업 테마섹도 리브라 협회에 참여했다. 페이팔·마스터카드·비자·이베이·보다폰 등은 리브라 협회에서 규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모두 탈퇴했다. 쇼피파이를 제외하고 이들 기업의 빈자리를 대부분 암호화폐 업체가 채웠다.

리브라 자체의 성격도 변했다. 글로벌 단일 디지털 통화와 거래 플랫폼으로서 금융포용성 확대를 목표로 했지만 각국 규제 당국과 금융기관이 가지는 기축통화를 위협하고 기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침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했다. 각국의 통화와 매칭된 스테이블코인 기능 제공과 함께 자금세탁방지에서의 안전성 강화, 퍼블릭 블록체인 전환 포기, 준비금 설계에 있어서의 높은 유동성 확보,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기능 제공 등 여러 사항이 고려됐다.

리브라USD, 리브라EUR 같은 단일 법정화폐와 직접 연동되는 복수의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된다. 이 개별 스테이블코인들을 ‘통화 바스킷’ 안에 담아 가치를 담보하는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 코인’을 만들겠다는 게 새로운 계획이다. 백서는 리브라 코인을 “리브라 네트워크에서 사용 가능한 단일 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디지털 종합물(a digital composite)’”이라고 설명한다. 당초 리브라 코인의 가치를 담보하는 리저브 구성이 각국의 법정화폐에서 단일 법정화폐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들로 바뀐 것이다.

첫 번째 백서를 냈을 때만 해도 페이스북은 리브라 네트워크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었다. 리브라가 촉발한 디지털 화폐에 대한 경각심은 각국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리브라의 스테이블 코인은 향후 CBDC를 리브라 네트워크로 품겠다는 전략일 수 있다.

이런 배경 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화폐 발행은 중앙은행의 독점적 권한이고, 중국의 디지털 화폐는 중앙집권적 관리 아래에 있어 화폐 발행에 대한 국가의 독점력은 확고하다. 페이스북 ‘리브라’로 국가의 화폐 발행권이 도전받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기존 화폐와 동등한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화폐 발행과 통화 정책에 대한 국가의 힘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물론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에 대한 견제구라는 시각도 있다.

디지털 위안화가 중국 정부의 사회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디지털 화폐는 특성상 자금 흐름과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거래 현황과 자산 현황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위안화에 현금처럼 익명성을 보장하고, 탈세나 자금세탁, 테러 같은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경우에만 추적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가 장기적으로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지만 두고 볼 일이다. 중국이 미래형 화폐인 디지털 화폐를 선점해, 미국 달러화를 뛰어넘으려 한다는 것이다. 암호화폐가 탈중앙화를 본질로 국가의 통화주권을 위협한다면 국가는 암호화폐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리브라 2.0으로 한발 후퇴한 페이스북의 정책 방향에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어떤 시선을 보일지 지켜보자.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식탁 위의 경제학자들][명작의 경제][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1558호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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