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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성공한 브랜드의 비밀은 확실한 내부 브랜딩 전략 

 

송소고택 경험에서 브랜드 약속 느껴… ‘배민 문화’는 내부 브랜딩의 좋은 예

▎브랜드의 약속과 고객경험이 하나를 이룬 송소고택 전경.
아내와 오랫동안 남을 가을 단풍여행을 다녀왔다. 가고 싶었던 청송의 주왕산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숙소도 꼭 한번 자고 싶었던 ‘송소고택’으로 정했다. 1880년경 지어진 ‘송소고택’은 청송의 만석꾼 심호택의 99칸 살림집이다. 지금까지 딱 3개가 남아 있는 조선시대 99칸 집 중 가장 아름다운 고택으로 알려져 늘 마음속에 두고 있던 곳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송소고택에서의 하룻밤 경험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송소고택은 청송 심씨 11대 종손인 심재오 선생이 직접 관리를 하고 손님을 맞는다. 읍내에서 저녁을 먹고 약간 늦은 시간에 도착하자 차량의 기척이 들렸는지 주인장이 주차장으로 직접 나와 예약자임을 확인하고 안으로 안내했다. 상강(霜降)의 밤 날씨는 무척 추웠다. 급히 꺼내 입은 겉옷에도 맑지만 차가운 공기가 몸을 파고들어 아내는 몸을 떨고 있었다. 처음이냐고 묻는 주인장은 이내 우리를 예약한 사랑채로 안내했다.

방으로 안내하기 전, 내일 손님을 맞을 다른 방 아궁이에 잠시 멈췄다. 참나무 향이 기분 좋게 나며 벌겋게 타는 장작을 보여주며 “손님이 예약하면 하루 전부터 방에 불을 이렇게 땝니다. 당일 날 때면 방이 뜨거워 손님이 잘 수가 없어서 하루 전에 불을 땝니다. 이틀 동안 그 온기로만 손님들이 편한 밤을 보내시지요”라고 설명했다. 온돌처럼 은은한 온기를 담은 목소리로 전해지는 진심은 추위를 녹이고도 남았다.

‘고객 경험’의 핵심은 브랜드 팬덤 만들기


▎배민의 내부 브랜딩을 잘 보여주는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포스터 / 사진:베달의민족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주인장의 세세하고 친절한 집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이어졌다. 140년이 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사랑채에 들어서자 댓돌 위에는 흰색과 까만색 고무신이 놓여 있었다. 고택의 사랑채 마루에 않아 쏟아지는 별들을 본 경험 또한 140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집 곳곳을 보는 감동만큼이나 잊히지 않는다. 겨울 눈 온 뒤의 고택이 가장 아름답기도 하고 매운 추위 속에 경험하는 장작으로 데워진 온돌의 온기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심 선생의 말에 아내와 이곳을 겨울에 다시 찾기로 했다. 돌아와 지인들에게 송소고택에서의 하룻밤을 틈나는 대로 전하였음은 물론이다.

이른바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의 시대다. 고객이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매력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 제품의 구매로 이어지고, 그것을 넘어 고객이 자사의 브랜드를 다른 고객에게 공유하게 한다. 궁극적으로 브랜드의 팬덤을 만드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매력적 고객경험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대개 기업은 외부 브랜딩에서 답을 찾는다. 좋은 광고를 만들고, 예쁘게 디자인하고, 고객의 접점에 자신의 브랜드를 많이 노출하는 것이 좋은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외부 브랜딩이 중요하지만 고객에게 약속한 것이 지켜지는 현장은 서비스·제품이 고객과 만나는 접점이다. 이른바 직원들을 포함한 밸류체인에 대한 내부 브랜딩을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송소고택에서 느낀 고객경험은 참으로 경이로웠다. ‘송소고택’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약속, 즉 ‘고택에서의 하룻밤’이 아스라한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시골 외가 아랫목의 추억을 일깨워준 경험이다. 송소고택의 브랜드 이념을 잘 이해하고 있는 직원(비록 주인이 직접 했지만)이 고객을 안내하는 동선의 매력과 그로 인해 지점마다 느낄 수 있었던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에서 송소고택의 브랜드 진가는 드러났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 약속과 브랜드 경험이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고객 접점에서의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이 힘을 발휘 한 것이다.

브랜드는 기업 구성원들이 그 브랜드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때 고객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는다. 그 결과 브랜드 이미지는 더욱 뾰족하게 형성되는 것이다. 이것이 내부 브랜딩의 핵심이다. 성공한 브랜드의 비밀은 확실한 내부 브랜딩 전략이다.

연초 세계 최대의 배달 플랫폼인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는 4조8000억원에 한국 스타트업계의 롤모델로 떠오른 ‘배달의민족’을 인수했다. B급 정서와 키치 문화를 표방한 배민이 ‘배민다움’이라는 가치를 고객에게 잘 전달하는 데에는 ‘내부부터 시작한다’는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전략이 유효했다.

직원 스스로 만들고 지키는 ‘배민다움’

배민은 마케팅 전략이 성과를 내는 건 배민을 만들어가는 팀원들이 배민을 좋아하는, ‘배민다움’을 지지하며 충분히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웨딩 전문 잡지에 ‘다이어트는 포샵으로’, 클래식 음악 전문지에 ‘봄에 캐논 나물 변주곡’ 등의 광고를 하고 있다. ‘잡지 테러’라고 불리는 전문지 광고 제작 과정에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여 배민다움을 주제로 잡지의 특성을 잘 반영한 헤드라인을 쓰게 한 것이다.

아이디어 생성과정에서 직원들 스스로가 배민다움을 이해하고 발전시켜나가며 체화한 스토리는 유명하다.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호수가 보이는 잠실로 사무실을 이전했고,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법’으로 명명한 배민 직원의 업무 지침도 배민다움을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이해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널 브랜딩을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디즈니를 들 수 있다. 테마파크의 직원들은 ‘캐스트’라 불린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올라간다. 디즈니는 테마파크를 무대로 생각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고객을 위해 연기하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공연하는 직원, 청소하는 직원, 햄버거를 파는 직원 등 이들 모두는 디즈니가 찍는 영화의 한 장면을 담당한다고 자부하고 있다. 관객들이 항상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일을 한다. 비단 디즈니는 테마파크뿐 아니라 다른 사업에서도 내부 브랜딩을 가장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적용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파는 것은 훌륭한 기술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꿈·환상, 그리고 사랑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개의 서비스 기업의 사례에 대해 ‘서비스 기업이라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 구글은 어떤가. 최고의 기업이 되기 이전에도 구글은 직원을 최고의 자산이라 생각하며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 국가에서 모인 인재들을 위해 카페테리아에 최고의 셰프들이 만든 요리를 모두 맛볼 수 있게 했다. ‘20% 타임제’를 통해 업무 시간의 20%는 개인적 관심사에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관심사와 회사의 일을 연결해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낸다. 구글 로고를 디자인한 한국인 데니스 황은 구글 맵스, g메일 등의 로고도 ‘20% 타임’을 통해 만들었다. 한마디로 구글은 내부 고객들에게 먼저 브랜드를 팔고, 구글의 열정적 팬이 된 직원들이 다시 고객에 파는 회사다.

외부 브랜딩은 기본적으로 인지도를 지원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다만 내부 브랜딩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브랜딩은 한 번의 파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는 모래성과 같다. 성공한 브랜드의 공통점은 고객에게 한 브랜드 약속이 고객경험 속에 실현된다는 것이다. 실현된 고객경험은 내부 고객, 즉 직원들에게서 나온다.

※ 필자는 제일기획과 공기업에서 30년간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제일기획 인도법인을 설립했으며, 미주총괄 임원을 역임했고 이후 공기업의 마케팅본부장을 맡아 공공부문에 민간의 마케팅 역량과 글로벌 역량을 접목시키는데 기여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1558호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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