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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양도세 - 과세와 저항의 기록] ‘동학개미’ 반발에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10억원 유지 

 

2023년 양도차익 전면 과세 앞두고 반대 목소리 커져

▎지난 10월 23일 한국주식투자연합회 회원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학개미를 살려달라”며 “3억원 대주주 기준을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1. 지난 2017년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는 고액자산가와 고소득층에 세금을 늘려 과세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주식 양도소득세를 확 대하기로 했다. 여기서는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의 기준을 2018년 한 종목 당 15억원에서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으로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당시에는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 내용은 시행을 반년여 앞둔 2020년 여름 도마 위에 올랐다. 급기야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폐기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1만명이 동의했다.

#2. ‘동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자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고위급 회의를 통해 현행 대주주 기준인 한 종목 당 10억원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친가와 외가의 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을 합산해 계산하는 가족 합산 원칙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사실상 기존 과세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결정이다. 당초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민주주의의 발전은 조세 저항의 역사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지난 11월 3일은 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는 날이었다. 소득이 많은 곳에 세금 부담을 늘리려는 정부의 방침은 ‘동학 개미’로 대표되는 국민 여론의 저항을 반영해 방향을 틀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누군가 패배자로 기록되기보다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던 것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부가 제시한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확대에 대규모 반발이 나타난 대표적인 이유로는 국내 증시가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 주식 투자자 대다수는 지금까지 증권거래세만 부담하고 양도세는 과세 대상이 아니었다. 현행 세법에서는 상장 주식 투자시 대주주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만 양도세를 부과했다.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이 2021년부터 한 종목당 3억원으로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지난 2019년말 기준 8만명 가량이다.

대주주 기준 확대에 주가하락 우려 확산


문제는 8만명에 불과하지만 이들 고액 투자자들이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한 종목당 3억원을 초과하는 물량을 시장에 내놓는다면 증시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주주의 기준이 한 종목당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변경되기 전인 지난 2019년 12월 개인투자자들은 4조80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서는 대주주 기준이 3억원으로 낮아지면 10조원가량의 순매도 물량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소액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우려하면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부담을 느낀 정치권 일각에선 대주주 기준을 현행 기준을 유지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29일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3억원 대주주 요건은 현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기조에 반하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 여론과 정치권의 반발 속에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변경안은 없었던 일이 됐다. 다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10억원으로 돌아가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정책 일관성과 자산소득 과세 형평을 고려해 과세 체계 개편을 염두 해야 하는 기획재정부의 시각과 조세 저항을 감안해야만 하는 입법부의 입장은 양쪽 모두 타당한 근거를 갖췄다. 이 때문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홍 장관의 사표를 즉각 반려하고 재신임 의사를 밝혔다. 다만 조세 저항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오는 2023년 주식 등 금융투자소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전면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데, 일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반대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개정안에 따르면 2023년 이후 모든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 펀드 등 금융 투자를 통해 얻은 이익을 합산해 금융투자소득세를 부과한다. 국내 주식에 대해선 5000만원 이상 차익을 거두면 양도세를 매긴다. 대신 2023년까지 증권 거래세를 현행 0.25%에서 0.15%로 낮추면서 점진적으로는 주식 거래시 양도세 중심의 과세 체계를 갖추려는 행보를 밟고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기본 원칙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한국 증시에서 상장 주식을 거래할 때, 부담해야 할 세금은 증권거래세와 양도세가 있다. 이 가운데 증권거래세는 주식 거래로 손실이 나더라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조세기본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선진금융 시장에서는 대부분 상장 주식 거래 시 증권거래세보다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OECD국가 중 증권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영국, 프랑스 정도다. 영국은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에게 인지세를 물리는 방식이라 직접적인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지난 1960년대에 증권거래세를 없앴다.

양도차익 과세 전면 도입으로 옮겨 붙은 불씨

국내 주식 투자자들은 금융투자소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과세형평성이 꼽힌다. 외국인과 기관은 현행 규정을 유지하고 개인 투자자들에게만 양도 차익에 과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런 반발 때문에 정부에서는 당초 국내 증시에서 2000만원 넘게 차익을 거둔 투자자에게 양도세를 부과하려 했으나 5000만원으로 수정한 바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증권거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도 부담이다. 증권투자업계에서는 증권거래세 인하로 총 2조4000억원 가량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더구나 여야가 지난 4월 총선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세수 감소분을 메워야 하는 부담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증권거래세 폐지와 관련해서 아직까지는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이라며 “세수감소와 관련해서도 특별히 언급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59호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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