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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간주 과세 - 소득 없는 곳에도 일단 세금?] 조세 원칙 무시, 형평성 위배 지적받는 ‘배당 간주 과세’ 

 

부작용 우려 나올 때마다 땜질 대안… 잠재적 조세 회피자로 몰고 있다는 지적도

내년부터 시행하는 ‘개인 유사 법인의 초과 유보소득 배당 간주 과세(배당 간주 과세)’ 제도와 관련해 중소기업인들이 속앓이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설계나 경영 악화 같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유보금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정부 방침 때문이다. 중소기업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배당을 받지 않은 돈에 대해 배당세를 미리 거두겠다는 것이 문제라는 분석에다 중소기업인들을 잠재적 조세 회피자로 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과세 형평에 초점을 맞추고 합리적·생산적인 법인이 성장하는 데 문제 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작용 우려가 불거질 때마다 땜질식 보완책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정부 “1인·가족법인은 사실상 개인사업자”

지난 7월 22일 정부는 ‘2020년 세법개정안’을 확정·발표했다. 조세제도를 합리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배당 간주 과세’ 방안도 세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골자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개인사업자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법인사업자를 ‘개인 유사 법인’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적용 대상은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자가 8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법인으로 한정했다. 정부는 이런 법인이 개인사업자와 큰 차이가 없는데도 법인이라는 이유로 세금을 적게 내 과세 형평에 어긋난다고 문제 삼았다.

예를 들어 개인사업자 A씨와 최대주주가 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한 B법인이 각각 연 5억원의 소득을 올린다. A씨는 소득세율에 따라 1억7460만원의 세금을 내야하지만, B회사는 법인세 8000만원만 내면 된다. 이것이 형평에 어긋난다는 해석이다.

‘배당 간주 과세’ 방안의 또 다른 핵심 내용은 개인 유사 법인이 벌어서 쌓아두고 있는 금액의 일정 부분을 ‘배당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당세도 부과된다. 정부는 개인 유사 법인이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배당 가능한 소득의 50% 및 자기자본의 10%를 초과하는 유보 소득에 배당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이다.

장기 투자 등을 이유로 현금을 적립한 기업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월 29일 경제단체 간담회를 열고 대안을 내놨다. 향후 2년 이내에 투자나 부채상환, 고용, R&D를 위해 지출하거나 적립한 금액은 유보소득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사업자를 비롯해 조세 제도 전문가들도 개정안의 취지나 목적, 과세 방식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조세 원칙 무시 논란이다. 조세의 기본 원칙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당 간주 과세는 이런 원칙을 무시했다는 평가다. 법인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최대 주주의 것이 아니다. 이 돈의 사용처는 투자금이나 경영 자금이 될 수 있다. 주주에게 배당하거나 임금을 지급하면 개인에게 소득세를 다시 매긴다.

그런데 법인이 보유한 돈을 최대 주주가 배당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물리는 것은 억지라는 것이다.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배당을 받지도 않은 주주에게 과세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제도의 비효율성이다. 배당 간주 과세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불거지자 정부는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법인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합리적으로 설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법인세제과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고용이 없고 이자나 임대료 등의 소극적 수입이 많은 법인이 주로 과세 대상이 될 것”이라며 “정상적인 기업에 부담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구재이 소장은 “만약 임대료 등으로 수익을 얻는 법인들의 조세 회피를 막으려는 목적이라면 그런 기업에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상적인 기업들까지 유보 현금에 대한 사용처를 매년 신고하고 정부가 이를 관리하는 것보다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하는 기업을 골라 모니터링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형평성, 비효율 문제 지적 잇따라

세 번째는 형평성 위배 논란으로, 정부가 말하는 형평과세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은 현금을 적립해도 괜찮다고 하면서 중소기업은 조세 회피자로 보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배당세가 아니라 유보현금에 세금을 매기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 대기업 가운데서도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제도를 통해 유보현금에 대한 세금을 내는 곳이 있다. 이 세제는 기업들이 당기 소득의 일정 비율(기존 65%, 내년부터 70%)을 자산 투자·근로자 임금 확대·상생 지원에 사용하지 않으면 미환류소득으로 간주하고 법인세에 추가해서 과세(단일세율 20%)한다.

하지만 이 세제는 목적부터 다르다.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간 선순환 유도, 즉 돈을 돌게 하려는 게 목적이다. 게다가 실효성이 없어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국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의 전신인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 시부터 기업 미환류소득에 대한 과세는 배당, 투자, 임금 증가의 효과가 미미하고 기업 의사결정을 왜곡해 경제적 비효율을 야기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류를 이뤘으며, 이는 실증분석 결과에서 입증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조세 전문가는 “정부가 중소기업의 현금 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려다 저항에 부딪히니 조세 형평 목적으로 포장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배당 간주 과세법이 시행될 경우 중소기업인들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기업의 명운을 걸고 투자하는 일이 많다. 벤처기업이나 대기업처럼 쉽게 대출이나 투자받기도 어렵다. 5~10년 적립한 돈으로 공장을 짓거나 설비투자를 하는데, 먼저 배당하고 나중에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라는 건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했다.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법인 돈을 쌈짓돈처럼 사용해 문제가 됐던 사람이나, 부동산 임대 법인 등 고용 없이 세금을 피하려는 기업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런 기업을 막을 방안부터 내놓아야지, 전체 중소기업을 문제 있는 것처럼 몰아세운 뒤에 개선안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각계에서 시행령에 관한 의견을 취합 중”이라며 “우려할 점이나 문제가 되는 부분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1559호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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