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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꿈을 Exit’하다(1) 록앤올] 록앤올 창업하다 

 

스타트업계에서 ‘엑시트(exit)’는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말합니다.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엑시트 방법은 주식시장 상장과 큰 회사에 인수합병하는 것입니다. 엑시트가 모든 창업가의 목표는 아니겠지만 그동안 노력에 대한 대가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엑시트에 성공한 창업가는 어떤 과정과 준비를 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꿈을 Exit하다’라는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그 첫 번째 주자는 모바일 내비게이션의 대표 주자였던 김기사(현 카카오내비)입니다. 대기업이 선점한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창업 5년 만에 엑시트에 성공한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주]

▎김기사하면 떠오르는 ‘벌집 모양의 폴더’ UI를 설명하고 있는 박종환(왼쪽)·김원태(오른쪽) 공동대표.
촌스럽다던 ‘김기사’, 사용자 친밀감 높인 히트 브랜드로 우뚝

김원태·박종환 공동대표와 신명진 부사장. 이들은 부산 동아대학교(컴퓨터공학과)와 부산대 대학원(전자계산학)에서 만나 20년이 훌쩍 넘은 시간 동안 함께 일하고 있는 선후배이자 동지다. 이들의 공통점은 ‘위치기반서비스’를 전공한 전문가라는 것.

이들은 KT연구개발원의 사내벤처였던 KTIT(한국통신정보기술)에서 내비게이션 개발을 함께 했고, 2000년 포인트아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포인트아이는 위치기반 솔루션을 개발했다. 포인트아이가 성장하면서 한 기업이 인수해 엑시트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엑시트의 경험은 즐겁지만은 않다. 엑시트 이후 내·외부적인 문제가 생겨 다시 독립을 결정, 퇴직금 5000만원씩을 내서 자본금 1억5000만원으로 2010년 5월 록앤올(Loc & All)을 창업했다. 회사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로큰롤처럼 즐겁게 일하는 지역 기반의 스타트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시 내비게이션 시장은 SK텔레콤(티맵), KT(올레 내비), LG유플러스(유플러스내비) 등과 팅크웨어, 아이나비 등의 기업이 선점한 상황. 그도 그럴 것이 내비게이션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수십억원에서 100억원 이상이 필요하므로 ‘감히’ 스타트업이 뛰어들 시장이 아니었다.

자본금 1억5000만원 밖에 되지 않는 록앤올은 이 시장에 당당히 도전했다., 위치기반 서비스를 개발한 경험과 기술력, 그리고 스마트폰용 내비게이션 시장의 확장성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들은 기존 내비게이션을 스마트폰용으로 변환시키는 수준이었다. 사용성이 떨어지고 불편했다. 모바일용 내비게이션에 집중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모바일용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김기사’로 정해졌다. 신명진 부사장이 오래전부터 주장했던 이름이었다. 주위 사람들 반응? “촌스럽다” “대리기사 서비스 이름 같다” 등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김기사 대신 캥거루라는 이름도 나왔다. ‘캔고투(그곳에 갈 수 있다)’라는 의미에서 나온 이름이다. 하지만 촌스럽다고 평가 받았던 김기사라는 이름은 나중에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인식되는 성공한 브랜드로 안착했다. 사용자의 입에 착착 달라붙는 서비스명의 위력을 김기사가 잘 보여준다.

김기사가 성공한 데는 사용자 편의성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록앤올은 국내외 내비게이션을 닥치는 대로 분석했다. 300여 개 정도의 내비게이션을 분석했다. 이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beeline(최단 코스라는 뜻)’이었다. 꿀벌이 벌을 채취한 후 벌집으로 돌아가는 최단 거리라는 의미다. 김기사 하면 떠오르는 벌집 폴더 모양의 화면이 나온 이유다. 터치만 하면 바로 목적지로 인도해주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내비게이션이 탄생했다.

2011년 3월 사용자의 편의성에 집중한 아이폰 버전의 김기사를 론칭했다. 1개월 동안 무료, 이후 유료로 전환했다. 스마트폰 앱 시장에서 유료 서비스가 성공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 김기사의 유료 전환율은 15% 정도로 상당히 높은 비율이지만 나머지 85%의 사용자를 포기해야만 한다.

그런데도 유료로 전환한 이유가 있다. 지도와 교통정보 등을 비싼 돈을 주고 살 수 없었고, 유료 가입자의 수익을 나누는 조건으로 이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었다. 2012년 1월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하면서 과감하게 무료로 다시 전환했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무료 전환 후 2개월 만에 다운로드 건수가 100만을 넘었다. 김기사를 사용한 사람들이 주변에 추천하기 시작하면서 월 가입자가 50만명이 넘기도 했다.

김기사가 생각했던 수익 모델은 로컬 사업이었다. 맛집이나 지역 광고 등으로 수익을 올리려고 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성과가 더뎠다. 광고와 마케팅 전문가도 영입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삼성화재 등의 기업 광고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료 서비스로 전환한 것이 김기사의 확장에 큰 역할을 한 것.

창업 후 2년 넘게 투자를 유치하지 않았다. 스스로 돈을 벌어서 성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포인트아이 때의 기억도 투자 유치를 꺼리는 이유였다. 10여 명에 불과한 조직을 개발팀과 외주 용역팀으로 나눴다. 외주 용역팀이 번 돈으로 내비게이션을 개발하는 식이다. 이런 구조로 투자를 받지 않고도 2년 이상을 버텼다. 나중에는 ‘우리가 번 돈으로 개발팀은 편하게 일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조직 내에서 분란이 생길 정도로 잘못된 선택이었다.

록앤올 공동창업자 김원태 김기사랩 파트너는 “스타트업은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는 게 좋다. 생존을 위해 외부 용역 사업에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는 것보다 투자를 받아 빠른 성장에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Success Point : 모바일에 특화된 내비게이션 제작 기술력, 벌집 모양의 UI(User Interface)로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여, 유료 서비스 무료로 전환해 사용자 확대에 집중



-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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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0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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