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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기류 많은 ‘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 3자연합 반발, 공정위·해외기업결합 승인 넘어야 

 

인수 성사돼도 구조조정·고객반발 우려 남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1월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산업은행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추진’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민형배·이정문·오기형·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공동취재단
11월 16일 한국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본계약까지 체결했던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9월 인수를 포기한 지 약 2개월 만에 결정됐다. 계약파기 가능성이 언급됐을 때 산업은행이 내놓은 B플랜이 결국 양대 국적 항공사의 통합이었던 셈이다.

이번 ‘빅딜’을 공식화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연내 한진칼 투자’를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까지 통합 과정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이번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통과해야할 난기류가 많다. 당장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을 놓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 등 3자연합의 반발이 문제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왜 한진칼에 보통주로 투자하나


산업은행은 “양대 항공사 통합 추진의 배경에는 글로벌 항공 산업 경쟁 심화 및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 구조재편 등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노력 없이는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국내 국적항공사의 경영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산업의 관점에서 국적항공사 통합이 산업경쟁력 강화에 있어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국적항공사의 통합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본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는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델타-노스웨스트 합병, 아메리카항공-US에어웨이스 합병 등으로 현재의 빅3 구도가 만들어졌고, 유럽도 루프트한자가 유럽 역내 항공사들을 인수하는 등 대형화·단일화 추세”라며 “기간산업인 만큼 정부 자금 투입이 이뤄진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과정에 있다. 산업은행이 내놓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보면, 산업은행이 8000억원을 ‘한진칼’에 투자하고, 한진칼이 이 비용을 가지고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를 통해 2조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뒤, 아시아나항공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1조5000억원)하고, 영구채 3000억원 어치를 인수해 아시아나항공을 품는 시나리오다. 대한항공에 남는 7000억원의 자금은 인수합병 후 통합과정에서 사용된다.

문제 제기는 인수주체인 대한항공이 아니라 모회사인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집중된다.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에 산은이 지분을 참여함으로써, 현 경영자인 조원태 회장의 우군이 되는 게 과도한 특혜라는 것. 현재 한진칼의 지분은 3자연합이 45.24%를 가지고 있고, 조 회장 측(우호지분 포함)이 약 41% 수준으로 추산된다. 계획대로 산은이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가한다면 한진칼 지분율은 3자연합 42.9%(기보유신주인수권 포함), 조 회장 측 약 37%, 산은 10.7%로 바뀐다. 산은이 주총에서 조 회장 측의 편에 선다고 가정하면 지분율이 역전되는 것이다.

3자연합은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3자연합의 한 축인 사모펀드 KCGI는 합병 계획이 밝혀진 뒤 이틀만인 11월 18일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신주 상장에 일단 제동이 걸린다.

KCGI는 유상증자가 필요하면 기존 주주들에게 먼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KCGI 관계자는 “경영진의 지배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유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혈세를 들일 게 아니라 기존 주주인 3자연합이 유증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KCGI는 유증을 결의한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진칼은 11월 16일 이사회를 통해 제3자배정 유증 안건을 결의했는데, 이 과정이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유튜브 ‘신과함께’에 출연해 “정관상 자금이 긴급한 경우에 한해 3자배정 유증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한진칼은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해 우리나라 기업 평균보다 낮기 때문에 긴급하다고 볼 수 없다”며 “수차례 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일언반구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도 이 부분에 주력해 논리를 펼칠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와 정치권에서도 이번 딜 구조에 문제가 크다고 본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정부와 산은의 이번 딜 구조가 막대한 외부 자본 유입에도 불구하고 한진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권을 안정시키고, 향후 항공산업 재편으로 인한 독점적 지위까지 보장해주는 ‘재벌 특혜’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산은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할 경우 한진칼이 지주회사 행위규제상의 지분요건을 맞출 수 없게 돼 불가피하게 한진칼에 자금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0여개 국가의 해외결합심사도 걸림돌


김 교수는 “한진칼 주주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양대 항공사를 통합할 수 있는 방식이 얼마든지 있다”며 “이번 딜이 성사되면 산업은행은 캐스팅보트 지위에 오르게 되는데, 투자합의서의 실질적인 상대방인 조원태 회장 측에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 예상돼 이번 딜이 순수하게 아시아나항공의 매각만을 위한 최적의 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여당 의원들까지 반발하고 나서며 산은의 부담은 더 커진 상황이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소비자 후생’에 집중해 독점 우려를 강조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박용진·민병덕·민형배·송재호·오기형·이정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통합은 공정거래법상 독점을 유발하는 거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면밀한 기업결합심사가 필요하며, 독점으로 야기될 소비자 후생의 감소를 방할 수 있는 대안 마련 역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당의 압박이 커지며 공정위가 이번 안건을 결정한 산업경제장관회의(산경장)과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커졌다. 산은의 안대로 각 사가 자매회사 혹은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까지 더하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선 시장 점유율이 60%를 초과하는 상황이다.

공정위가 인수합병을 승인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하는 해외 국가들의 정부에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 두 회사가 모두 취항한 20여개 국가에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물론 해외 기업결합심사 문턱이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대부분 국가들은 국가별 단 한 곳의 대형 FSC만 존재하기 때문에 기업결합 승인에 큰 장애는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고용유지 약속’은 지켜질까

다만 문제가 예상되는 것은 미주 노선이다. 실제 2017년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벤처(JV) 추진 당시 하와이안항공, 제트블루항공 등이 진정서를 내는 등 미국 내 항공사들의 반발이 있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은 인천-뉴욕, 인천-샌프란시스코, 인천-LA 등에서 대한항공-델타항공 JV 점유율을 높일 수밖에 없어 미국 당국의 승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 측 관계자는 “아직 정확히 검토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미국-태평양 노선, 특히 일본공항을 경유하는 노선을 합산해 과점이 아니라는 것을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번 딜의 실질적 명분이 된 ‘고용유지 문제’도 난항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업 침체가 얼마나 이어질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방침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11월 16일 기자간담회서 “양사 중복 인력은 관리직 등 간접 부문 800명에서 1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며 “양사의 연간 자연감소 인원과 통합작업 및 신규사업 추진 등으로 소요되는 인력을 감안하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이 건은 한진가(조원태 회장 측)에 확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조원태 회장도 최근 기자들을 만나 “(인수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은 계획이 없다. 모든 직원들을 품고 가족으로 맞이해서 함께 같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선 “정비직과 경영지원 인력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돌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이 인수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데도 이 같은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도 이번 인수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각각 적립한 마일리지 문제도 부상할 수 있다. 정부는 두 회사가 각자 운영하던 마일리지는 하나로 합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지는 못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마일리지 보유자 모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보유자들에게선 보너스 좌석 예약과 제휴 서비스 이용 경쟁이 심해지면서 혜택이 줄 것이라는 불만이 나올 수 있고,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보유자들은 아시아나항공이 가입했던 스타얼라이언스 탈퇴가 점쳐지며 제휴사에서 사용이 불가능해지는 점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카드업계에선 대한항공에 비해 후하게 마일리지를 제공한 아시아나 마일리지의 가치가 낮아 통합 후 두 회사의 마일리지가 같은 가치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불만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61호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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