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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독점’ 시대 올까 ] ‘빅테크기업=국가경쟁력’ 시대, IT공룡 독점 강화 

 

대체 플랫폼 없고, 규제해도 새로운 독점… 항공·조선·해운도 사실상 정부가 독점 승인

▎ 사진:© gettyimagesbank
"34개 회사로 분할하라.”

1911년 미국 대법원은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세운 스탠더드오일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석유 생산·가공·판매·운송 시장의 90%를 장악한 스탠더드오일이 가격 결정력을 남용할 수 있다는 것이 판결 이유다. 1890년 미국에 도입된 최초의 반독점법 ‘셔먼법’을 처음 적용한 사례다.

스탠더드오일은 이후 모빌오일·콘티넨털오일·아모코 등으로 쪼개졌고, 엑슨모빌을 제외한 대부분 회사들은 20세기 후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에도 셔먼법을 통해 아메리칸토바코(1911년)·NBC(1942년)·AT&T(1984년) 등의 회사가 강제 분할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PC 운영체제(OS)를 독점하고 있던 윈도를 통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다가 1998년 제소된 바 있다.

‘모든 작용에는 항상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이 있다’는 ‘뉴턴의 제3법칙’처럼 기업의 독점력은 법적 규제, 경쟁자의 등장, 소비자 저항 등 그에 상응하는 반발력을 낳는다. 특히 성장 산업은 선도기업의 시장 지배력과 이익이 빠르게 커지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옭아매기도 한다. 이 때문에 기업이 독점력을 확보했더라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독점 이익’을 거두는 사례는 많지 않다.

그러나 페이스북·애플·MS·아마존·넷플릭스·구글(FAMANG) 등 오늘날 모든 산업의 지배자로 부상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얘기가 다르다. 쇼핑·물류·운송·광고·방송·금융 등 수많은 산업을 집어삼키고 있음에도 독점력 행사에 대한 저항이 어려운 실정이다. ICT 기술의 진화와 사용자 확대, 국가간 정보통신(IT) 플랫폼 경쟁, 기술력 격차에 따른 경쟁 부재, 대체 불가능성 등 때문이다.

구글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구글이 내년 1월부터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한 업체를 상대로 ‘애플리케이션 수수료 30%·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추진키로 해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11월 18일 성명을 통해 “구글이 통행세를 강행하면 국내 모바일 콘텐트 매출이 3조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발사나 창작자들이 콘텐트 제작비·마케팅비·에이전시비 등을 부담하는 상황에서 구글의 수수료 인상과 인앱결제 강제는 횡포에 가깝다는 것이다.

구글 독점에 세계 주요국 제재 움직임


이에 국회는 ‘구글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앱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지적과 구글이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반발이 심해지자 구글은 시행을 내년 9월로 늦추기로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추진 중인 정책이라 시간벌기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글이 마음껏 가격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이유는 안드로이드의 독점사업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구글을 대체할 수 있는 OS는 사실상 전무해 개발사가 앱 콘텐트를 유통하기 위해선 반드시 구글플레이에 등록해야 한다. 삼성·SK텔레콤·LG유플러스같은 스마트폰 제조사 및 통신사들도 앱 스토어를 운영하지만 영향력은 미미하다. 구글은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를 먼저 설치하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배타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힘쓰고 있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 역시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에 포함하지 않은 채널 동영상에도 광고를 게재할 수 있도록 서비스 약관을 개정하며 비판을 받고 있다. 광고 수익을 올리는 한편, 프리미엄 요금제 사용자를 늘리기 위한 포석이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는 “미국 등 주요국 당국이 구글의 반독점 행위를 조사하기 시작한 만큼 공정거래위원회도 즉각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법무부도 10월 20일(현지시간)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했다며 미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구글이 자사 OS를 설치한 스마트폰에 자사 앱을 미리 탑재해 타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모바일 OS와 검색에 기반을 둔 온라인 플랫폼은 현재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모바일 OS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양분하고 있다. 파이어폭스 OS를 커스터마이징한 KaiOS나 삼성OS·심비안 등의 시장점유율은 소수점 단위에 머물고 있다.

독점 데이터·경험이 국가 산업 경쟁력


글로벌 검색엔진 순위 역시 스태티스타 조사에서 구글이 70.83%로 압도적 1위였고, 빙(Bing) 12.61%, 바이두 11.83%, 야후 2.3%, 얀덱스 1.41% 등 순이었다. 검색광고 시장 역시 구글을 대체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호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광고 서비스를 구글 대신 ‘앱넥서스’로 전환할 것을 고려했지만, 구글 마켓 플레이스의 광고 수요가 60%에 달해 결국 포기했다. 미국의 ‘넥스타 미디어그룹’도 지난해 웹 사이트 광고에 구글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실험을 했더니, 영상 등 콘텐트 노출이 크게 감소해 막대한 손실을 입은 바 있다. 구글이 독주하며 미국 오픈 X와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 등 많은 광고 대행사가 온라인 서비스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구글과 더블클릭 합병 해제를 제안했다. 워런 의원은 독과점법 전문 변호사다. 구글은 2008년 광고 기술 회사 더블클릭을 인수함으로써 기술력을 확보하는 한편 시장 경쟁을 없앴다.

그러나 두 회사의 합병을 해제하더라도 검색광고 시장 2~3위 페이스북과 아마존닷컴이 과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엔 독점이 한 산업군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기업 해체 등의 조치가 통했지만, IT 공룡들은 경제·산업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어 규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합병 해제가 IT 공룡의 독점 문제를 해소하는 처방이 되지 않는 셈이다.

특히 검색광고는 물론, e커머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 등 전 영역에서 독보적 자리에 오른 1위 기업과 2~3위 기업 간에는 데이터와 서비스 수준 등에 큰 격차가 있다. 이에 독점을 막는다고 경쟁이 촉진되거나 서비스 품질이 오르기 어려우며, 되레 글로벌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세계 최대의 상업용 드론 제조사 중국 DJI의 경우 농업용 씨앗·농약을 효율적으로 살포하는 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다. 이는 중국에서 4만대 이상 드론의 비행 데이터를 취합한 결과다. 현재 경쟁사들은 DJI만큼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집되는 정보량의 차이로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소수 기업의 독점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며, 자유주의 확대에 따른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져 이를 막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일종의 ‘국가대표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크며, 미국 정부의 독과점 차단 의지도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유주의 경제권 확대와 IT의 진화가 글로벌 사업 전개를 뒷받침했다”며 “부의 원천이 데이터와 지적 재산으로 이동했으며, 제조업도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성능이 중요해졌다. 소수의 가진 자가 더 강해지는 세계가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의 ‘틱톡’을 규제하고 인수에 나선 것도 경쟁 플랫폼의 등장을 차단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영국 등은 구글·페이스북 등 IT 플랫폼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며 규제에 나섰지만, 이들 기업은 새로 부과된 세금만큼 수수료율을 인상하며 피해를 입지 않은 모습이다. 산업 독과점화가 뉴노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독점력을 가진 기업이 가진 데이터나 특허를 중소기업들에게 공개해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카다 요스케 히도츠바시대학 교수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와 지적 재산이 특정 기업에 지나치게 집중되면 다양한 혁신의 탄생과 도전자의 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독점화 현상은 비단 소프트웨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제조업 역시 기술 경쟁력이 벌어지고 특정 제품에의 의존도가 커지고 있어 독점력이 강해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세계적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두 체제가 공고해지고 있고, 비메모리반도체 파운드리의 경우 대만 TSMC의 시장점유율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제조업도 정부 공인 독점 기업 늘어나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 산업망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시장에 신규 진출하는 사업자는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5년간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항공·해운·조선·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 역시 경쟁력 강화 및 고용유지를 위한 인위적 인수합병(M&A)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공인한 일종의 ‘합법적 독점’인 셈이다. 1998년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했듯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등이 인수 승인의 주된 명분이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논의 등이 대표적 사례다. 국내 굴삭기 시장 점유율 40%에 달하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입찰에 업계 2위 현대건설기계의 모기업 현대중공업도 뛰어들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무산되면 아시아나 항공에 긴급자금 투입이 무산되고 연내 파산할 수 있다”며 “항공산업 전체가 붕괴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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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2호 (20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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