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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열의 리얼 포커스] 9억 이상 오피스텔 매매, 역대 최고치 갱신 

 

현금 부자들 오피스텔 쇼핑으로 돌아섰나

▎지난해 매매가 2위를 기록했던 서울 청담동 오피스텔 피엔폴루스
최근 하이엔드(명품) 주거시장이 커지고 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서울숲 트리마제, 한남 더힐 등 대형 고급 주거상품뿐 아니라 오피스텔 중심으로 소형 상품 또한 신규 분양과 매매량 모두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의 데이터 분석 결과 올해 1~3분기 9억원 이상 고가 오피스텔은 총 385건 매매되며 지난해 동기(152건)에 비해 153%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3분기 기준 최근 5년 중 최고치다, 10월에도 매매건수 67건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펜트힐 논현’은 전용 59㎡의 분양가가 13억~14억원으로 당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현재 프리미엄(웃돈)이 3000만~1억원 가량 형성돼 있을 만큼 수요가 탄탄하다.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더리버스청담은 전용 45㎡ 단일면적 복층·분리형 원룸 오피스텔로 올해 2월 한강 조망이 가능한 전용면적 45㎡가 14억5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실내 장식에 대리석 바닥과 아트월이 적용되고 피트니스센터, 세대별 창고 등 고급 커뮤니티시설이 함께 제공됐다.

이러한 경향은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결과다. 고급 주거상품의 주 수요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금전적인 부담이 적어 대출 규제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데다 고급 부대시설, 서비스 등 품격 있는 생활이 보장되는 주거지를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 시장 변화에도 수요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주택시장 규제에 하이엔드 부동산 반사이익


특히 그동안 고급 주택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대형 단독주택 대신 편리한 생활 서비스가 제공되는 공동주택, 오피스텔 등으로 눈길을 돌리는 상류층이 늘어나면서 하이엔드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부동산시장의 변방으로 여겨지던 20·30세대 중 부유한 수요층, 이른바 ‘영앤리치’들의 약진 또한 이러한 고급 주거상품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과세기준) 종합부동산세를 낸 39세 이하 납세자의 수는 2만3356명으로 전년 대비 27.9%나 급증했다.

특히 젊은 고소득층은 연예인을 비롯해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콘텐트 크리에이터, 프로스포츠 선수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은데, 이들 사이에서 고급 주거상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주택 소유 통계를 봐도 전체 연령 중 30~39세의 자가 소유 주택수가 27.1%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고급 주거상품은 투자용으로도 선호도가 높다. 최근 공급되는 상품들이 오피스텔이나 레지던스를 기본 모델로 하면서도 유형의 경우 도시형생활주택·아파텔·고급빌라·펜트하우스 등으로 다양하게 출시되는데다, 일부 상품의 경우 아파트보다 대출 규제가 덜하고 1가구 2주택 이상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상품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고급 주거상품, 고급 부동산은 ‘입주=상류층 진입’의 인식이 저변에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고급 부동산을 소유한다는 것은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하나의 자산 컬렉션이 되는 한편 VIP 커뮤니티에 입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젊은 자산가들의 1순위 타깃이 되고 있는 하이엔드 부동산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근 이러한 고급 주거상품의 성장세를 입증한 사례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분양을 마친 르피에드다. 이 오피스텔은 한때 송파구 문정동 입지가 정통 강남권역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와 함께 지역에 맞지 않는 고급 주거상품이란 평이 나오는 등 고전이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완판에 성공했으며, 이에 힘입어 2차 사업지를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준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유럽 명품 가구 브랜드 등 최고급 인테리어, 유틸리티를 도입하고 고급 수영장과 피트니스 요가·GX룸, 라이브러리와 게스트룸 등의 프리미엄 어메니티 시설, 호텔급 컨시어지 서비스 등 ‘특별한 1%의 삶’을 내세운 것이 수요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커뮤니티·컨시어지 등 ‘럭셔리 서비스’ 중무장

르피에드의 성공으로 최근 분양을 앞두고 있는 고급 주거상품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안강 개발이 안양시 첫 고급 주거단지로 조성하는 안양 디오르나인, 한국자산신탁이 서울 서초구에 공급하는 알루어 반포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에 없던 대형 규모의 트리플 타워로 들어서 안양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평이 나오고 있는 안양 디오르나인은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27-1,2,3번지와 627-30,32번지에 총 3개동 규모로 공동주택·오피스텔·상업시설 등의 복합시설로 공급된다. 프리미엄 생활 편의 서비스와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제공된다.

서래마을 근처 서초구 반포동 67-3외 1필지에 들어서는 알루어 반포는 지하 1층~지상 12층 규모에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근린생활시설 등으로 조성된다. 청약조건이 필요 없는 대안 주거상품들로 구성된 하이엔드 단지로, 영앤리치 등 젊은 자산가들의 기호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고급 주거상품들은 가격이라는 요소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그러나 그만큼 반대급부 또한 충분한 상품이기도 하다. 보유에 대한 자부심, 경기 영향을 타지 않는 안정성, 최상의 주거 편의 등으로 향후 실거주 수요와 투자 수요 모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구입에 앞서 시장과 상품에 대한 분석은 필수다. 고급 주거상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망의 대상이 되고 몸값이 오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입지는 물론 거주민들의 소득 수준과 생활 유형, 도로 접근성과 조망권, 주차 편의, 입주민 서비스 수준 등을 면밀히 살피고 매수에 나서야 한다.

※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1562호 (20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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