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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한국 증시에 뛰어든 외국인들의 환율 전략은? 

 

해외 주식 투자수익에서 환율의 영향은 미미

▎ 사진:© gettyimagesbank
2020년에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11월 19일까지 해외 주식에 대한 연간 누적 총매수 금액은 88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배나 늘었다. 순매수 금액 기준으로는 무려 7.6배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쏠림이 심했다. 테슬라, 애플, 아마존 등 대표적인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매입하면서 미국에만 순매수액을 기준으로 87%를 투자했다. 2위는 홍콩과 중국으로 각각 6%씩이다. 한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는 사실상 미국 주식 투자의 동의어였다.

미국 주식 투자자들은 원달러 환율이 1190원을 넘나들던 9월 초순까지 환율은 안중에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환율이 급락하면서, 환율 때문에 손해 본다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제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 골치 아픈 환율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일까.

개별 주가에 비해 환율 변동폭은 미미


장기 투자자라면 환율은 그다지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환율은 상대가격이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상승했으면 언젠가 내리기 마련이고 하락했으면 언젠가 다시 오르기 마련이다. 또, 환율의 변동폭은 개별 주식의 주가 변동폭에 비하면 미미하다. 개별 주식보다 변동폭이 훨씬 작은 주가지수와 비교해도 그렇다.

일례로 2010년 초부터 지난 11년간 코스피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1%이상 변동한 날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5회였던 반면, 원달러 환율이 전일 종가 대비 1% 이상 변동한 날은 한 달에 고작 한 번 꼴로 발생했다. 미국 나스닥 지수와 S&P500 지수가 전일 대비 1% 이상 변동한 날도 각각 한 달에 6회, 5회였다. 2000년부터로 대상 기간을 넓혀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개별 주식의 변동폭은 주가지수보다 훨씬 더 크다. 테슬라는 2010년 6월 상장한 이래, 주가가 전일 대비 1% 이상 변동한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았고 주가는 11월 19일 기준으로 무려 104배가 됐다. 같은 기간 애플과 아마존은 전일 주가 대비 1% 이상 변동한 날이 이틀에 한 번 꼴이었고 애플은 13배, 아마존은 29배로 뛰었다. 스타벅스, 월트 디즈니는 3일에 한 번 꼴이었고 각각 8배, 4배 가량 상승했다. 워렌 버핏이 장기 보유한 뒤 손절한 것으로 유명한 델타 항공은 이틀에 한 번 꼴, 그리고 3배로 상승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2010년 이래 대부분의 기간을 1050~1200원의 박스권에 갇혀 있었고, 이 범위를 벗어난 기간은 11년 중 11%에 해당했으며 이 기간을 이탈하여 가장 오래 지속된 기간은 5개월 남짓이었다. 지난 11년간 어느 두 시점을 비교해도 가격 변동은 1.27배를 넘지 못했고, 기간을 넓혀 1997년의 최고 환율 1960원과 비교해도 개별 주식의 주가 변동폭에 비할 바가 아니다. 따라서, 미국 주식에 단기 투자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굳이 환율까지 고려할 필요성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만 금융시장에 영원한 승자가 없다는 것을 감안할 때, 해외 주식 투자가 미국에 지나치게 치중된 부분은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투자 대상 국가의 안배가 필요해 보인다.

반대로,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환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까. 한국 주식시장을 대하는 외국인의 태도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변했다. 올해 초부터 10월까지 누적하여 28조원 순매도 포지션이었지만 11월 미국 대선 직후 한국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 이와 함께, 환율 급락이 동반되었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에, “외국인의 투자금이 한국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주가는 오르고 환율이 내렸다”는 언급도 많이 들렸다. 그런데, 언뜻 당연해 보이는 이 문구가 어떨 때는 맞고 어떨 때는 틀리다. 외국인 자본이 한국 주식시장에 유입되면 주가가 오르는 것까지는 맞다. 그런데, 그것이 환율의 움직임에 직결되는지 여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의 외국인은 달러화를 들고 들어온다. 외국인이 한국 기업의 주식을 사려면 일단 달러화를 원화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의 주식 매입을 위해 원화를 획득하는 과정은 두 갈래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외환시장’을 통해 환율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방법과 그렇지 않은 방법이 있다. 외국인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마련하면, 달러화를 매도하기에 원달러 환율은 하락한다.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른 방식은 원화를 빌려서 투자하는 것이다. 원화를 빌리는 대가로 달러화를 국내의 거래 상대방에게 맡기고, 이와 동시에 나중에 반대로 달러화를 돌려 받고 원화를 돌려줄 날짜, 즉 만기도 결정한다. 이렇게 달러화를 담보처럼 맡기고 원화를 빌리면서, 만기를 정해 달러화와 원화를 서로 반대로 돌려주는 방식은 자금거래 성격이 강하다. 외화자금시장(FX swap 시장)이다.

굳이 이렇게 복잡한 거래를 많이 하겠나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자본시장에는 이렇게 서로 다른 통화간에 자금을 융통하려는 수요가 대단히 많다. 한국은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도 외환시장보다 외화자금시장의 거래량이 훨씬 많다. 해외 투자나 자금 조달시 많이 활용되고, 기업들이 환헤지를 위해 은행과 선물환 거래를 하는 자금도 결국 외화자금시장을 거치게 된다.

외화자금시장 활용하는 외국인들

이렇게 외화자금시장을 통해 원화를 획득하는 방식은 외국인이 환위험을 떠안지 않고 회피하는 방법이다. 만기에 반대로 돌려주며 맞교환하는 환율은 처음 원화 차입 거래 당시와 살짝 달라지는데, 본질적으로는 환위험이 아니라 달러화와 원화의 금리 차이를 반영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거래의 수요·공급에서는 구조적으로 쏠림이 나타나기도 쉬워서 달러화와 원화의 금리차만 반영한 이론적인 환율과 격차가 생기곤 한다.

선진국의 통화가치는 해당 국가의 주식시장과 따로 움직이는 경우도 많지만, 신흥국의 주가 상승기에는 통화가치 상승을 동반하는 경향이 강하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리라는 기대가 커지면, 상대적으로 외화자금시장보다는 외환시장을 통한 외국인 자본의 유입이 많아질 것이다. 반면,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으면 외화자금시장을 통한 자본 유입이 많아질 수 있다. 보험사 등 자본의 성격상 규제가 적용되는 경우에도 외화자금시장을 이용할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올 9월 초순까지 1200원 주변을 맴돌았으니 그 이전에 한국 주식에 투자한 자본은 상대적으로 외화자금시장을 통한 비중이 높았고, 그 이후 투자된 자본은 외환시장을 통한 비중이 높아졌으리라 유추할 수 있다.

※ 필자 백석현은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1562호 (20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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