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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효율화 수단으로 떠오른 법인 분리법인 분리가 비용 절감의 새로운 수단이 됐다는 분석이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은 그동안 특허 의약품 판매로 수익을 거둔 후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사업부)을 매각해 신약 개발 자금으로 써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기업이 다국적 제약사들의 사업부를 인수하는 사례가 줄었다. 지난해 9월 한국 기업이 독일계 제약사 머크의 일반의약품 사업부를 인수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6월 국내 기업이 다케다사의 만성질환 의약품 판매 사업부를 인수했지만, 해당 인수는 국내 의약품 시장 판권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시장 전체 판권이 전제됐다.현재 법인 분리 과정은 다국적 제약사의 주력 사업이 기존 법인에 남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허가 남았거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항암제나 백신 등 돈 되는 사업은 남고 돈 안 되는 사업을 떼어 내는 식이다. 실제 법인 분리를 완료한 한국화이자제약은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을 포함한 혁신 신약을 그대로 두고, 화이자업존으로는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을 내보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과)는 “수익이 높지 않은 회사를 따로 독립시키면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 “주로 기업 경영효율화 수단”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별도 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다국적 제약사 소속 직원들은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의 별도 법인 설립이 ‘돈 안 되는 사업’을 분리한 뒤 아예 다른 기업으로 매각하는 이른바 ‘카브아웃(carve-out) 딜’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화이자는 화이자업존을 법인 분리한지 2개월 만인 지난해 8월 마일란과 합병 소식을 알렸다. 새로운 회사는 2023년까지 연간 10억 달러 규모의 비용절감(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한국화이자제약에서 한국화이자업존으로 이동됐던 한 직원은 “글로벌 제약사를 다니다 하루아침에 이름 모를 기업 소속이 됐다. 다국적 제약사의 법인 분리가 비주력 사업과 사람을 내보내는 수단인 셈”이라고 말했다.
고용불안 놓인 근로자 “해고 아닌 해고 수단” 주장올해 말을 목표로 분사 절차에 돌입한 한국MSD 소속 직원들의 불안도 크다. 한국오가논으로 전적이 ‘해고 아닌 해고’, ‘권고사직 아닌 권고사직’과 다름없다는 분위기다. 우선 한국MSD는 특허 만료를 앞둔 의약품 중에서도 연간 1500억원 매출을 내는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는 신설 법인에 포함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오가논으로 분할 대상인 DV·PC사업부의 부서장이나 관리직들은 분사 발표 1~2개월 전 다른 부서로 대부분 조직을 옮겼다. 한선미 한국MSD 노조 지부장은 “회사는 오가논을 여성 건강 특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방침을 냈지만 주력 사업은 빠졌고, 제약사의 핵심인 연구개발 부서는 이전하지 않는다” 면서 “구조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이는 국내 경영진이 본사의 구조조정 방침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화이자제약과 한국MSD는 고용 승계 관련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근로자 본인의 동의 절차를 밟고 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현대비앤피 근로자들이 현대그린푸드가 근로자 동의 없이 고용구조를 넘겼다며 제기했던 부당 전적 구제신청에 대법원은 ‘근로자들의 동의 없는 전적은 무효하다’는 1·2심을 엎고 ‘분할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치면 적법하다’라고 판결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핵심사업부 정리를 지속해 온 사노피 한국법인도 내년 9월을 목표로 컨슈머 헬스케어(CHC) 사업부를 아예 독립법인으로 설립하는 방안을 예고했다. 지난해 말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분야 연구를 중단하고, 백신 개발 등에 집중하겠다”는 사업구조 개편 방침을 냈던 사노피는 CHC 사업부 희망퇴직을 진행해 온 끝에 결국 법인 설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화이자가 하면 MSD가 하고, MSD가 하면 다국적 제약사가 모두 따라 한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법인 분리가 인력 구조조정의 방편이 돼버렸다”라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입법을 통해서라도 다국적 제약사 소속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과)는 “2013년 대법원 판결이 판례가 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는 사용자의 입맛에 따라 소속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고용을 승계하려 한다”며 “이 같은 기업분할이 추후 정리해고로 이어지더라고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 해고 제한을 회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어떤 경우도 근로자의 지위를 유지시킨다’라는 것을 법으로 정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한편 한국MSD 관계자는 “이번 기업 분할은 비용절감, 인원감축을 위한 분할이 아니다”라면서 “관련 법령을 준수하며 기업분할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기업분할 과정에서 직원 및 노동조합과 성실히 협의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