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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경제 大예측 | 침체 빠진 유럽 경제, 반등할 수 있을까?] 코로나 직격탄 맞은 유럽경제 ‘바닥 쳤다’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 EU 차원의 ‘유럽 살리기’ 정책으로 반등 가능성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 사진:연합뉴스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020년 11월 20일 기준 1150만명을 넘은 가운데 주요국에서 연일 1만~3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프랑스가 이 기간 누적 확진자 수 208만6288명으로, 하루 동안 2만1150명 늘며 유럽에서 가장 많은 규모를 유지했다. 전 세계에서는 미국·인도·브라질에 이어 네 번째다.

유례없는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은 유럽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따른 봉쇄조치로 유로지역의 2020년 1·2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각각 -3.7%와 -11.8%를 기록했다. 유로 지역은 2019년 이미 독일의 수출 부진과 주요국의 신규 투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1%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프랑스(-13.8%)·독일(-9.7%)·이탈리아(-13.0%)·스페인(-17.8%) 등이 2020년 3분기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유럽 주요국은 2020년 11월 기준 코로나19 3차 유행에 대응해 이동 제한, 영업 중단 등 봉쇄조치를 재차 강화했다. 그러나 1차 확산기에 비하면 다소 완화된 수준이다. 유럽이 봉쇄정책의 강도를 1차 확산기 수준으로 강화하지 않는 것은 연이은 2분기에 받아 든 최악의 경제 성적표가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봉쇄조치 완화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EU 27개국의 2020년 3분기 경제성장률이 역대 최고치로 반등한 것이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전체의 GDP는 전기 대비 1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분기 성장률이 -11.4%로 고꾸라진 이후 반등한 것이다. 지난 1995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의 성장이다. 이는 3분기에 봉쇄 조치를 속속 해제하면서 경제 활동을 다시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는 기저효과 때문으로 V자형 회복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한 EU의 GDP 규모는 3.9% 감소했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경우 -4.3%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여전히 경제가 위축돼 있다는 뜻이다.

봉쇄 완화로 반등에 성공, 회복속도 가속 전망


그럼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럽 경제 회복 속도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보다 3배가량 빠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의 2차 파동과 이에 따른 봉쇄·규제 조치로 유럽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2021년에는 경기가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광범위하게 확산된다는 전제하에 억제된 소비 수요와 높은 저축 수준이 반등을 이끌 것이라는 시각이다. 각국의 지속적인 재정·통화 부양 정책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것도 고무적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0.50%와 0.25%로 유지할 계획이다. ECB는 지난 10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충분히 근접한 수준에 수렴할 때까지 금리를 현행으로 유지하거나 추가로 낮출 것을 시사했다. ECB는 또한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1조3500억 유로 규모의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계획대로 계속 집행하기로 했다.

ECB는 PEPP를 통해 신용등급이 낮아 기존 매입 대상에서 제외됐던 그리스 국채뿐 아니라 비금융 기업이 발행한 기업어음(CP)도 사들인다. ECB는 PEPP 기간을 코로나19 위기가 끝나야 종결하고 PEPP로 매입한 채권의 만기 자금은 2022년 말까지 재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호조세에 모건스탠리는 EU의 지원정책이 폭발적인 경기 확장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 속도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보다 3배가량 빠를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다른 전문가들도 모건스탠리와 비슷한 시각을 보인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유로존 책임자인 딘 터너는 “통제 조치들이 완화된 후 강력한 반등을 기대해도 된다”며 “2021년 유로존 GDP는 5.2% 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존 최대인 독일 경제는 2020년 3분기 사상 최고인 8.2% 성장을 기록했다. 독일의 GDP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했던 2020년 2분기에 10.1% 감소했다가 3분기에 반등해 8.2% 증가했다. 다만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와 독일 거시경제정책연구소(IMK)는 2020년 시행 중인 코로나19에 대한 통제 조치 강화로 경기 회복세가 일시적으로 정체되거나 후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중앙은행, 팬데믹 대응 공동자금 조성 수혈

그런데도 두 기관 모두 경기 침체 위험성이 크지 않으며 장기화할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내다봤다. 분데스방크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급격히 증가하는 재정적자가 코로나19 위기가 사라지면 개선될 것”이라며 “2021년엔 적자가 다소 감소하고, 2022년에 뚜렷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독일 당국은 통제 조치에 따라 피해를 보는 계층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고, 기업의 노동자 해고를 막기 위해 단축 근무에 따른 임금을 보조하고 있다.

EU 차원의 ‘유럽 살리기’ 지원도 계속된다. 앞서 EU는 코로나19로 휘청거리는 회원국을 지원하기 위한 경제회복기금으로 7500억 유로(한화 약 1022조원)를 마련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각각 1400억 유로(한화 약 191조원), 2090억 유로(한화 약 285조원)로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아 간다. 스페인 정부는 EU가 6년에 걸쳐 스페인에 지급하는 경제회복기금 가운데 절반가량(720억 유로)을 일자리 창출에 쓸 계획이다. 새로운 일자리 80만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침체에 빠진 유럽 경제가 코로나19 쇼크로 바닥을 친 것은 자명해 보인다. 2020년 3분기 ‘깜짝 반등’에 성공한 것도 기저효과가 컸다. 그러나 EU 경제회복기금 지원을 비롯해 각국 역시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책을 펼치고 있어 이제 유럽은 바닥을 딛고 뛰어오를 일만 남은 듯하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66호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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