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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경제 大예측 | 글로벌 양적완화 이어질까?] 자금 팽창, 양적완화 증가 규모보다 커 

 

이어지는 불확실성, 자산 거품에 거는 희망 ‘머들링 스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양적완화 정책에 자주 반대 의견을 제시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제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의 전망에 따르면 주요 20개국에서 2020년 중에만 7조6000억 달러 이상의 규모로 포괄적 보증포함 재정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1%에 해당하는 규모다.

세계 금융위기 때의 두 배가 넘는 5조 달러 이상(2019년 GDP 대비 7%)이고 이를 시장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중앙은행들의 자산매입, 즉, 양적완화 규모는 미국의 경우 GDP의 20%, 영국과 캐나다는 9%에 이른다. 실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간 전개된 양적완화 규모의 절반 이상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수습에 동원한 것이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인데 이는 상당한 위험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부채가 급증하는 상태는 또 다른 비용요인과 시스템 차원의 위험 증가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조만간 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이는 작금의 인위적 여건이 반전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과거와 다른 점은 금융의 가장 기본적인 신뢰 토대인 중앙은행에서 직접 자금 공급에 나서는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2019년 4조 달러 수준에서 2020년 5월 7조 달러 수준까지 급격히 팽창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차대조표 증가량은 양적완화(QE) 1~3까지의 증가 규모보다 크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비슷한 선택으로 일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되던 2020년 3~4월 중 평소 월 평균 규모의 60배인 1200억 유로를 사들이는 고육책을 구사했다. 이러한 속도로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가 지속할 경우 2020년 말에는 Fed 10조 달러, ECB는 6조 유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는 결국 상황 악화 시 매번 움츠러드는 금융시스템의 경색을 극복하고 실물경제에 최대한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배경을 제공하는 것인데 정작 그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는 은행들은 기대만큼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상업은행 위험 회피, 중앙은행이 직접 자금 투입


상업은행들 스스로 신용위험이 높아진 대상에 자금을 공급하기보다는 중앙은행지급준비금으로 이익을 챙기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더욱이 세계 금융위기 후 건전성 규제가 강화돼 언제든 동원 가능한 유동성 준비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이 또한 상당한 비용으로 작용하고 있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영역의 그림자 금융 확산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여기서는 고수익 기회가 창출되는 동시에 파악하기 어려운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양적완화는 혜택과 부작용의 상충관계가 뚜렷한 선택임이 틀림없다.

기축통화국과는 달리 신흥개도국은 금융시스템의 상당 부분을 선진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 수출이라는 엔진으로 성장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화 유동성 관리와 해외 시장 접근은 안정 기조 유지에 결정적이다.

특히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 지속은 중앙은행의 근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일단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는 차원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완화 일변도의 정책 기조를 지나치게 장기적으로 유지하다 보니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금리 기간구조가 왜곡됐으며 각종 자산 거품이 커지고 있다.

전면적 양극화는 거시정책 수단을 활용하기 어려운 여건으로 연결되며 레거시 시스템의 붕괴와 전면적 혼란사태 위험을 안고 있다. 시스템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정무적 판단과 정책 노력으로 상쇄해야 하고 이는 절대적인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과 또 다른 개입의 필요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동성 장세를 보이는 주식시장은 어떠한 부정적 뉴스도 극복할 만큼 본격적 거품 경기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금방 꺼지는 거품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조그만 거품(clinging bubble)들의 연속이다.

정작 2021년 이후의 경기는 이러한 펜트업(억눌렸다 급폭발하는) 수요가 현실화된 이후의 행방으로 나타나게 된다. 즉, 회복 국면 유지는 제반 반등요인들의 지속가능성에 달려있다. 기간에 따라 다른 판단이 가능하지만 조만간 그동안의 팽창적 정책 기조로 배태된 거품을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경기 반등요인이 회복 동력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오히려 양극화로 인한 문제를 관리하는 데 또 다른 적자요인과 부작용을 회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단은 급한 불을 끄는 차원의 노력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기존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은 거듭된 위기와 깊어지는 중앙은행 개입, 그리고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진입하면서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 보인 셈이다. 즉, 과거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신뢰기반을 모색하는 중앙은행들이 지급결제분야의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디지털 수단을 강구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선진국과 개발 신흥구간의 격차와 신흥시장 침체의 역풍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연준은 최대한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 노력을 펴나갈 것으로 보인다. 거품의 위험성과 급격한 조정의 충격을 동시에 관리해나가야 하는 어려운 국면이 연준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양극화의 진전과 더불어 경기진폭의 확대는 불가피하다.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해도 앞으로 상당 기간 중앙은행들의 정책 기조는 유동성 억제와 물가 관리보다는 경제 위축을 최대한 방지하는데 더 주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양극화 심화가 불가피하게 돼 거시정책은 유효한 수단으로 간주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양적완화 전략의 성패는 자산 거품의 관리에 의존하게 돼 있다. 거품은 속성상 찌르는 순간 터지기 때문에 관리가 어려워서 양극화 심화는 불가피하며, 이는 경제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발전하게 된다.

레거시 시스템의 붕괴 막는 기술·신뢰 구축 필요

아시아 지역의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도가 커지거나 방치된 상황에서 미국의 결정은 신흥시장에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으로 파급되기 쉽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상황에서 특히 양극화와 고용부진 및 산업재편 과정에서 국제 양적완화와 같은 무차별적 거시정책은 더는 유효한 수단이 아니라 미래의 큰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양적완화는 임시 방편이지 절대로 구조적 처방이 되기 어렵다. 구조적 처방은 부실이 처리돼 새로운 자금이 미래 프로젝트에 흘러갈 수 있어야 가능하다. 오히려 레거시 체제의 붕괴를 막는 노력이 새로운 경제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로운 대안들은 기술적 가능성에만 치중하지 말고 꾸준히 폭넓은 시장신뢰 구축을 위해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 센터장

1566호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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