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 반등 기대 속 신중론
코로나·바이든·OPEC, 국제유가 등락 가를 3대 변수2021년 국제유가의 향방을 가를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다. 전 세계적인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19가 얼마나 진정되느냐에 따라 원유 수요 회복 수준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월 발표한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돼도 2021년 말 이전에 석유 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역시 11월 발표한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2020년 하반기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신규 감염이 지속 증가하고 있어, 세계 석유 수요 회복이 상당히 더딜 것이라고 관측했다. OPEC은 수송 부문과 산업 부문 등에서의 연료 수요 감소는 2021년 중반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2021년 1월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국제유가의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의 원유 생산량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에 해제된 생태계 보호를 위한 영구 시추 제한 지역을 재지정하고 전통 에너지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힌 상태다. 바이든 당선인이 공약대로 친환경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미국의 원유 생산량 감소로 국제유가 상승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바이든 정부 출범의 산업계 영향과 대응과제’를 조사한 결과, 바이든 당선인의 친환경 정책이 국제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응답이 많았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질문에서 셰일가스 개발 억제, 원유 공급 축소 등으로 국제유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69.3%에 달했다. 이에 비해 친환경 정책으로 청정 에너지 사용이 늘어나 국제유가가 떨어질 것이란 응답은 전체의 30.7%에 불과했다.바이든 당선인이 이란·베네수엘라와의 외교 관계 정상화 공약을 내건 것도 국제유가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5월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탈퇴하고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을 상대로 경제 제재에 돌입하면서, 이들 국가의 원유 수출은 일일 300만 배럴로 감소했다. 세계 원유 공급의 약 3%가 줄어든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대로 미국과 이란·베네수엘라의 외교 관계가 복원되면, 이들 국가의 석유 시장 복귀로 석유 공급이 늘어 국제유가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다만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주도한 과학자가 암살되는 사건으로 중동 지역에 또다시 전운이 감돌면서 바이든 정부의 대(對)이란 외교 정상화 정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란의 핵 아버지라고 불린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세계의 오만한 세력(global arrogance)과 그 용병인 시오니스트 정권의 사악한 손에 이 나라 아들의 피가 묻었다”고 말했는데, 세계의 오만한 세력은 미국, 시오니스트 정권은 이스라엘을 지칭하는 표현이다.OPEC의 13개국과 러시아 등 세계 주요 산유국 10개 국가의 연대체인 OPEC+의 감산 규모 축소도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OPEC+는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5~6월 일일 97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고, 이후 감산 규모를 축소해 7월부터 일일 770만 배럴씩 감산하고 있다.그러나 OPEC+가 2021년 1월부터 일일 50만 배럴을 증산하는데 합의하면서 감산 규모는 일일 720만 배럴로 조정됐다. 당초 계획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의 증산 폭이라 국제유가 하락은 제한적이지만, 2021년에 감산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경우 국제유가도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도 OPEC+의 감산 합의 이행의 예외 국가인 리비아가 원유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도 국제유가 하락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