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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경제 大예측 | 원화 강세 지속될까?] 원·엔 환율 추가 하락 가능성 열려 있어 

 

세계 경제 선순환은 한국 경제에 탄력

▎외환시장에서는 코로나 19를 전후로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사진은 코로나가 덮친 파리 시내 모습. / 사진:AP=연합뉴스
외환시장은 격동의 2020년을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외환시장에서는 코로나19를 분수령으로 달러화가 정점을 기록한 뒤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미국 연준의 파격적이고 전폭적인 유동성 공급이 달러화 약세 환경을 조성했고,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시국을 가장 빨리 떨치고 일어나면서 위안화가 상승해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는데 힘을 보탰다. 또, 미국 대선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되면서 원화 등 신흥국 통화의 강세에 힘이 실렸다.

힘 실린 신흥국 통화 강세


2021년에도 원화 강세(환율 하락)는 생명력을 이어갈 전망이다. 백신의 상용화·보급이 확대되면 세계 경제가 정상화되리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관심은 기술주에서 반도체 등 경기순환주로 옮겨 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소재인 반도체, 전기 자동차 붐에 올라 탄 배터리 산업 등에서 한국 기술이 경쟁력을 지키고 있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시선도 긍정적이다. 세계 경제가 선순환되기 시작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고, 아시아가 가장 견조한 회복세를 구가하면서 원화 강세가 동반될 전망이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정부가 부과한 관세 조치에 부정적인 입장이기에, 무역 위험성이 경감돼 한국 등 아시아의 수출 환경에 긍정적 요인이 된다.

다만 이미 높아진 기대를 감안하면, 백신 상용화 후 세계 경제 회복세는 미흡할 수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에서도 불협화음이 생기면서 환율 하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바이든은 과거 기고문에서, 중국을 거칠게 다뤄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The United States does need to get tough with China”). 트럼프 시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될 수도 있다.

북·미 관계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의 악당 이미지가 다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미국의 새 대통령 임기 초반에 적극적으로 도발을 감행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초기에는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1년간 무려 15차례의 미사일 도발과 한 차례의 핵 실험을 단행했다. 하지만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비핵화의 실질적인 조치 없이 북한 지도자와 소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바이든 정부에게 북한 문제는 한참 후순위에 있는 데다,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토니 블링컨은 대북 강경파로 유명하다.

외환시장 관점에서 2017년 트럼프 정부 임기 첫 해 북한의 무수한 도발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2017년은 세계 경제가 동반 회복되며 달러화 약세가 두드러졌던 시기였는데, 9월 첫 주말 북한의 핵실험 후 한 달간 환율이 27원 상승했지만 한 달이 지나자 다시 하락해 4개월간 90원 이상 추가 하락했었다. 경험상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성은 외환시장에 부수적 변수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은 현재의 상황보다 변화의 방향에 훨씬 민감하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에서 변화의 동력은 미국에서 나타났고 이 전환 국면은 2021년에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엔화가 달러화에는 상대적 강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엔화와 원화를 비교해도 변화의 동력은 원화에 있다. 중국 경제의 조기 회복, 미국 새 정부에서의 무역 위험성 경감 기대, 세계 경제의 정상화 기대와 이에 동반된 반도체 등 경기순환주의 반등 기대는 내수 비중이 큰 일본보다 무역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2021년 일본에서는 1년 미뤄진 도쿄 올림픽이 7월에 개최될 예정이고, 아베 전 총리의 임기를 이어 받은 스가 총리의 임기가 2021년 9월 말로 종료된다. 올림픽 정상 개최 여부가 그 자체로 엔화 가치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된다면 전세계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는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어, 내외 금리 차에 민감한 엔화의 하락이 동반되는 상황일 수는 있다.

과도기 총리로 인식되는 스가 총리가 집권 기반을 강화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아베의 그림자를 벗어나 스가 체제가 생명을 연장할지, 징검다리 총리에 그칠지 미지수다. 코로나19 대응을 우선시해 조기 총선에 선을 긋고 있지만, 적절한 시기를 엿보며 결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 시대와 달리 스가의 집권 여부가 엔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 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일본 변수의 영향력은 제한되고 원화 자체의 동력이 원·엔 환율의 방향성을 이끌면서,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유럽은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데다, 상대적으로 경제 비중이 높은 관광 산업과, 전환기에 있는 자동차 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선진국 중 경제 활동의 위축 정도가 가장 심했다. 그럼에도, 유럽연합(EU) 차원의 예산 지출과 유로존 중앙은행(ECB)의 대응에는 회원국의 합의가 필요해 정책적 지원이 지체됐다.

2020년 7월 진통 끝에 EU 차원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공동 회복 기금 마련에 합의하면서, 회원국들의 재정 통합에 마침내 첫 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으며 유로화가 급등하기도 했다. 이로써, 7500억 유로의 회복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2021년부터 2026년까지 EU 채권을 발행한다. 기존에 없던 EU 채권의 출현으로 새로운 운용기준지표에 대한 기대도 생겼지만, 조달 기간이 한정된 만큼 영구적 체계로 정착될 지는 두고 봐야 한다.

동력 잃은 유로화 vs 동력 얻은 원화

이 회복 기금 마련 합의에 외환시장이 환호하면서 원·유로 환율은 2020년 여름 1400원을 넘나들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유로존이 디플레이션 진입 경계에 위치한 상황에 유로화가 급등하자 유럽중앙은행(ECB)이 막아서기 시작했다. 이어 10월 이후 코로나19가 유럽에서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유로화는 힘을 잃었다.

이러한 흐름은 2021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화가 성장 발판을 잃은 사이, 원화가 이를 이어 받았다. 친환경 산업은 유럽이 주도하고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미흡해 유럽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는 모자람이 있다. 또,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유럽이 공동 전선을 형성하면서 중국과 마찰이 생길 여지도 있다. ECB의 완화정책이 달러화 못지 않은 유로화 약세를 뒷받침하면서 원·유로 환율은 하단을 더욱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1566호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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