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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 투자 마인드 리셋] ‘이미 와 있는 미래’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자 

 

지속될 변화 찾아 투자… 가속화되는 양극화 흐름에서 기회 찾아야

▎ 사진:PIXNIO
투자는 그 본성상 수동적인 행위에 가깝다. 돈을 걸고, 자칫하면 그걸 다 날릴 수도 있는 판국에 수동적인 행위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투자에는 대 전제가 필요하다.

주식으로 예를 들면, 기업가와 기업이 있어야 한다. 이 둘이 없으면 주식투자는 불가하다. 기업가가 창업해 기업을 성장시켜야 투자자는 돈을 벌 수 있다. 투자자는 기업이 잘되도록 기도해야(?) 하는 존재이다. 특히 소액주주들은 주식을 매입한 후 그 기업의 제품을 사는 것 외에 딱히 할 일이 없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집을 샀다고 세상이 변하는 건 아니다. 주택 마련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은 얻을 수 있지만, 그 행위가 세상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기업가의 행위는 이와 다르다. 스티브 잡스를 보라. 괴팍하지만 천재적인 기업가 한 명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바꾸었는가. 일론 머스크도 마찬가지이다. 공상가 한 명이 펼치는 도전이 자동차산업에, 우주산업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와 함께 주주들은 큰돈을 벌었고, 일론 머스크란 이름은 그에게 투자한 이들에겐 신(神)의 또 다른 이름이 됐다.

투자자는 수동적, 기업가는 능동적?


▎코로나19를 소재로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서 7억 뷰 이상을 달성한 영화 ‘최미역행’의 한 장면. / 사진:시네마뉴원
투자와 달리 기업은 본성상 능동적이고, 그래야 생존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며, 재빠르게 시장을 선점해서 경쟁자를 물리쳐야 한다. 성장을 못 하면 금세 도태된다. 스타 CEO 중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 못 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500대 기업을 다룬 S&P500에 포함된 기업의 평균 수명도 26년에 불과하다(2016년 기준). 그만큼 살아남기 어렵다. 투자자는 마음에 드는 기업이 없으면 그냥 현금으로 들고 있어도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기업은 그럴 수 없다.

투자가 그 본성상 수동적인 행위라는 점을 수용하면,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올바른 대응’과 ‘기회 선별’이다. 능동적으로 기회를 포착하고 선점해야 하는 기업가와 달리 투자자는 세상 변화에 대응하면서 좋은 기회를 선별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항상 ‘구조적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세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 변화는 구조적인지 아니면 일시적인지, 그리고 그 변화가 지속한다면 거기서 어떻게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등등.

그럼 2021년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구조적인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구조적인 변화라는 것이 1~2년 만에 새로 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2021년에만 특이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현존하고 앞으로도 있는 것이어야 한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미 와 있는 미래’를 찾아야 한다.

지금 진행되는 변화 중에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들을 찾으라는 얘기이다. 예를 들면 인구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4차 산업 혁명, 친환경, 정부 규제의 강화, 양극화 등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진행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런 흐름을 더 강화하고 있는 것 같다.

양극화를 예로 살펴보자. 셧다운까지는 아니지만 사회적거리두기로 인해 자영업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자영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는 자영업이 어려워지면 중산층 기반이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자산시장의 양극화는 말할 것도 없다. 각국 정부는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푸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현금의 가치가 떨어지는 사회가 되면,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가치가 오르게 된다. 자산 보유자와 비보유자의 양극화가 단기간에 이렇게 벌어진 것은 역사적으로도 흔한 일이 아니다.

뚜렷해지는 독점, 가속화되는 양극화

산업 구조적 측면에서도 양극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자본주의 역사에 가장 큰 혁신이 이루어진 시기는 산업혁명,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한 전자·기계혁명, 그리고 최근의 인터넷 모바일 혁명이다. 세 번의 혁신 중에서 양극화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 인터넷 모바일 혁명이다. 플랫폼 기업들과 그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의 격차는 이미 너무 크다. 플랫폼 기업들은 블랙홀처럼 M&A를 통해 자신의 제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이 양극화를 낳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을 이후로 한 혁신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때에는 TV, 자동차, 에어컨, 세탁기 등의 제품이 등장하면서 인류의 삶이 비약적으로 도약했다. 기업의 성장이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주었다.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해 보자. 음식 배달 플랫폼이 성장한다고 국민 전체의 삶이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구글이 검색 시장을 장악했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질이 높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팬데믹 상황은 정부 역할을 더 강조할 수밖에 없다. 2008년 금융위기로 초저금리 시대에 진입한 후 통화정책의 운신 폭이 크게 줄었다. 1980년대 이후 경제 위기는 통화정책을 통해 대응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경제의 온도에 맞추어 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했다. 금리가 제로에 근접한 시점에서는 이런 방법만으론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다시 재정이 강조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소득이 줄어든 계층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정부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돈을 주기 위해서는 재정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돈이 부족하면? 당연히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정부 역할이 강조될수록 세율이 인상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 이전에 주어졌던 세제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주식 직접투자와 절세를 할 수 있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필수 재테크 상품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플랫폼 기업들도 이젠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할 것이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기업 독점에 대해 부정적이다. 경쟁을 통한 소비자 편익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플랫폼들은 이제 적수가 없다. 그들을 규제할 수 있는 곳은 정부가 유일하다. 현재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독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을수록 정부의 개입은 커질 것이고, 어쩌면 이들 기업에 가장 큰 위기는 경쟁자가 아니라 정부 당국의 규제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도덕적 자본주의와 ESG 트렌드

양극화는 자본주의 윤리와도 연결된다. 소수만 부자가 되는 세상이 과연 올바른 사회인가. 기업의 성장이 단순히 주주들만 부자로 만든다면 그것을 바르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기업을 둘러싼 제반 이해 관계자들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환경 파괴를 대가로 한 성장을 두고 의미 있는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런 시대적 요구가 과연 일시적일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중요하게 등장하는 ESG(En 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는 지금도 그렇지만 새해에는 더욱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들은 소비자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투자 기회를 선별하기 위해서는 어둠과 밝음, 양면을 모두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양극화는 사회적으로 좋지 않지만 그것이 누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초저금리가 부동산 소유자에게 혜택을 준 것처럼 정부의 재정정책과 규제로부터 찾을 기회도 있을 것이다. 그 기회를 찾는 것은 각자의 몫이지만 말이다.

※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1567호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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