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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증시 맥짚기] 상승세 부담이 커지기 시작했다 

 

미국 소비 급감, 대형주 강세, 부채 증가 등이 주가를 끌어내릴 수도

▎1월 8일 미국 뉴욕 주 도심의 폐업한 소매점.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해 12월 일자리 14만개가 줄어 실업률이 6.7%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 사진:EPA=연합뉴스
주가가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지만 걱정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과거 코스피(KOSPI)가 1000, 2000 같은 마디 숫자를 넘은 후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점이 부담이 된다.

우리 시장이 처음 1000을 넘은 건 1989년 4월 1일이다. 우연히 그 날이 최고가가 됐고 이후 하락을 계속해 1992년 8월에 465까지 내려온다. 3년 4개월에 걸친 약세였다. 1994년 9월에 코스피가 다시 1000을 회복했으니까 처음 1000을 넘은 후 다시 이 지수를 회복할 때까지 5년 넘게 걸렸다.

2000은 더 복잡하다. 세 번의 시도를 통해 2000에 안착했지만 금융위기로 다시 후퇴해 50% 넘게 떨어졌다. 코스피가 처음 2000을 넘은 건 2007년 7월 25일이다. 돌파 후 곧바로 하락해 8월 중순에 1700까지 15% 넘게 떨어졌다. 10월에 또 한번의 돌파 시도와 후퇴가 있은 후 11월에 2000에 안착했지만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subprime mortgage·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불거지면서 폭락하고 말았다. 2011년 1월에 코스피가 다시 2000을 회복했으니까 재돌파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주가가 1000과 2000을 넘은 후 빠르게 후퇴한 건 마디 숫자를 돌파한 동력이 유동성이었기 때문이다. 1988년 하반기에 한국은행이 금리자유화를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주가가 오르기 시작해 그 힘으로 1000을 넘었다. 2000도 주식형 수익증권 붐에 의한 개인 매수자금 증가가 주가를 밀어 올린 동력이었다. 당시 하루에 2조원 넘는 자금이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들어왔는데 2007년의 2조원은 지금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5조에 해당하는 돈이다.

유동성 장세 막바지에 그 동안 공급됐던 돈이 한꺼번에 시장에 몰리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주가가 직전 최고치나 1000 단위 마디 숫자 같은 목표점을 넘은 후 빠르게 하락했다. 목표점 돌파를 계기로 투자자들이 주가가 비싸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코스피 3000 돌파 역시 유동성이 마디 숫자를 넘기는 동력이었다. 미국 대선이 있었던 2020년 11월초 종합주가지수가 2250 내외였다. 불과 두 달 사이에 100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고, 최근 10일 사이에 530포인트나 올랐다. 유동성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상승이 빠르고 강하게 진행된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후 세계 각국이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에 주력했는데 그 돈이 주식시장으로 모이면서 주가 상승을 이끈 것이다.

업종대표주의 PER 기대 이상 높아져

주가가 3000을 넘은 후 과거 두 번의 사례처럼 빠르게 후퇴할지 아니면 오래 유지할지는 경제와 기업실적에 의해 결정된다. 이번은 1000이나 2000 돌파 때보다 사정이 괜찮다. 앞의 두 번은 경기 둔화 때에 마디 숫자를 넘었다. 1000의 경우 주가가 고점을 기록하기 1년 전에 이미 경제가 꺾여 내려오고 있었고, 2000 때에는 미국에서 금융위기의 싹이 자라고 있는 상태였다. 이번은 경기 회복 초기에 3000 돌파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경기와 기업실적 회복 정도에 따라 주가가 안정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우선 당장에 나오고 있는 미국의 경제 지표가 부담이 된다. 12월에 미국에서 일자리가 14만개 줄었고, 소비도 크게 감소했다.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건데 시장은 이런 사실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서 발생하는 모든 재료를 호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종 대표주만의 상승도 부담이 된다. 삼성전자·현대차·LG화학 등 업종대표주의 상승이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개인 순매수가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다 보니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업종 대표주가 주목 받는 것이다.

해당 기업의 실적이 지금 주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2018년 삼성전자는 44조3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이익이 사상 최고치였던 당시보다 10% 정도 더 난다고 가정하면 순이익이 50조원 가까이 된다. 이 이익과 현재 주가를 가지고 주가가 이익의 몇 배로 평가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주가순이익배율(PER)을 계산하면 12배가 나온다. 포스코·현대차·SK하이닉스 등 다른 대형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높은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주가는 결국 실적이라는 내재 가치에 수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유동성이 아무리 많아도 기업내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격이 계속 오를 수 없다. 대형주 주가가 오르자 이들이 가지고 있는 사업의 미래 가치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주가를 설명할 수는 없다. 중소형주와 달리 업종 대표주는 이미 성숙단계에 있는 기업들이다. 규모도 커 한두 개 사업이 더해져도 이익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만큼 미래 사업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면서 작은 미래 사업에 높은 가치를 주고 있다. 대형주도 주가가 한번 떨어지면 고점에서 50% 이상 하락하는 일이 발생한다. 지금 오르고 있는 대형주도 작년 상반기까지는 시장에서 희망이 없는 주식으로 치부되었음을 감안했으면 한다.

시장 매수세 높아져 흥분 가라앉혀야

유동성에 의해 주가가 오를 때 상승 각도가 수시로 바뀐다. 처음에는 완만하게 상승이 진행되다가 시간이 갈수록 기울기가 가팔라져 마지막에는 거의 수직이 되면서 상승을 마무리한다. 이런 모습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가가 오르는 동안 투자자들이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해 이익 규모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이미 그 단계에 들어가 있다.

이런 움직임에 가속도를 붙인 게 부채에 의한 투자다. 현재 신용잔고가 20조를 넘는다. 작년 한해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금액이 70조였다. 해당 금액의 30% 정도가 빚을 통해 이루어졌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셈이 된다. 주가가 급등했다 급락하는 형태로 바뀌면 신용융자의 상당 부분은 매도로 나와야 한다.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내다 팔기도 하지만 담보 부족으로 투자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매물화될 수도 있다.

쉽지 않겠지만 흥분을 좀 가라앉혔으면 한다. 주가가 이미 크게 올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 대선 이후 두 달 사이에 주가가 44% 넘게 상승했는데 단기에 급등한 만큼 언제든지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반대 움직임이 시작되면 주가가 빠르게 하락할 것이다. 1차 하락은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시장의 상승률과 우리 시장의 상승률 차이만큼이 사라지는 형태가 될 텐데 그 격차가 15%를 넘는다.

경기와 기업실적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코스피 3000 돌파가 경기 회복초기에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이는 지금까지의 판단이다. 코로나19 3차 확산이 석 달 전에 시작됐고 이를 계기로 국내외 경제 회복세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에 대한 판단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주가는 요동을 칠 수 밖에 없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1569호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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