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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열 리얼 포커스] 유례없는 제로금리 시대 돈은 어디로 가고 있나 

 

주택시장 규제 피해 주식·금·지식산업센터로 발걸음 돌려

▎대규모 지식산업센터들이 몰려있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문정비즈밸리. / 사진:박정식 기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최근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최소 2023년까지 현재의 제로금리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전 세계 대유행 사태에 따른 충격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 강도가 균일하지 않아 장기적으로 통화부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연준이 2023년 금리 전망까지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준의 이 같은 결정에 발맞춰 세계 각국에서도 저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된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25%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낮춘 데 이어 5월에는 0.25%포인트 추가 인하한 뒤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제로금리 시대에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 증폭


이렇게 유례없는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자 투자 발걸음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중에 풍부해진 자금은 부동산이나 주식, 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큰 수익률을 바라지 않았던 사람들조차 현재 은행의 예·적금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코스피(KOSPI)와 코스닥(KOSDAQ)이 폭락하자 동학개미 운동이 일어났고, 아파트 가격은 부동산 규제 강화로 풍선효과가 나타나 패닉바잉(Panic Buying·공포에 기인한 사재기) 상황까지 생겨나 연일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며 역대급 ‘불장’(시장 과열)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금리와 밀접한 영향이 있는 부동산시장은 금리 인하 이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는 부동산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시행한 부동산 대책이 주거시설을 통한 투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주택과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등 주거 중심으로 규제를 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주택보다 상가와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등의 수익형 부동산으로 힘이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업·업무용 거래량도 대폭 증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전국 2019년 상업·업무용 거래건수는 27만1684건이었지만, 지난해 1~11월에는 30만2895건으로 전년 대비 11.5% 상승했다.

그 중에서도 수익형 부동산에서 대표주자를 맡고 있던 오피스텔은 규제 강화로 인해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세제 혜택을 누리고 규제에도 자유로운 지식산업센터로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텔은 지난 2018년부터 청약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분양권 전매가 금지됐고, 지난해에는 지방세법 개정으로 일부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취득세를 산정할 때 주택 수에 포함되도록 바뀐 것이다.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주택에 적용하는 부동산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식산업센터는 중소기업의 활동을 돕기 위해 정부가 세금 감면과 정책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 입주기업의 경우 2022년 12월 31일까지 최초 지식산업센터를 분양 받아 입주하는 기업에 대해 취득세 50%와 재산세 37.5% 감면해주며, 법인세 4년간 100% 면제, 5년 간 실 사용시 양도세 면제 등의 세제혜택이 풍부하다.

아파트형 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 중

각종 재정적인 혜택 제공 외에도 지식산업센터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일터만이 아닌 복합적인 공간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지식산업센터는 과거엔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며 주로 제조업체가 입점했지만, 최근에는 IT산업과 벤처기업, 1인기업과 스타트업 등이 주로 입점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시대에 발맞춰 지식산업센터는 더욱 쾌적한 업무환경을 누리도록 설계됐다. 업무공간은 물론, 임직원들의 레저시설은 물론 의료시설과 영화관까지 들어서는 지식산업센터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공간과 편의시설로 설계되는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공급물량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제만랩이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지식산업센터 현황(2020년 12월 말 기준)’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전국지식산업센터 신규 승인·변경 건수가 총 14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현황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렇게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입지와 특화 설계를 앞세운 사업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분양에 나섰던 가산 어반워크의 경우 수도권 지하철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역세권에 위치해 직원 출퇴근에 편리한 입지 장점이 뛰어난 데다 업무 편의시설도 다양해 쾌적한 근무환경을 자랑한다.

1군 건설사들 역시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지식산업센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던 시절엔 중소 건설사들이 주로 시공했던 것과 달리, 최근엔 메이저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하는데다 자체 지식산업센터 브랜드를 키우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연이은 주택시장의 규제로 인해 2021년 수익형부동산 시장은 투자수요가 늘어나면서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다만, 경기불황과 과잉공급 등으로 인해 공실과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입지가 우수하거나 차별성을 갖춘 상품, 배후수요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옥석가리기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1569호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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