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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 환율 돋보기] 바이든 시대의 환율과 달러화 정책 

 

테이퍼링 논란이 조기 소환되었으나 우려는 시기상조

▎지난 트럼프 정부가 유난히 달러화 가치에 대한 언급이 잦았던 만큼 바이든 정부의 입장에 관심이 커졌다. / 사진:AP=연합뉴스
연초 주식시장의 움직임이 뜨거운 감자였던 만큼이나 채권·외환시장 움직임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발단은 1월 5일 있었던 미국 조지아 주(州) 상원 2개 의석에 대한 결선 투표 결과다. 조지아의 민심은 바이든의 민주당을 택했다. 이로써 50:50 구도가 됐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의장이 되어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사실상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결과였고 이것이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채권시장에서 미국채 금리는 이미 장기물 중심으로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백신 보급이 확대되면 팬데믹으로 억눌려 있던 수요가 폭발하여 결국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는 심리가 작동했다.

미국채 금리 상승과 테이퍼링 논란


상·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 정부가 지출 규모를 늘려 향후 경기 회복을 자극할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지난해 대규모 재정 지출을 추진하던 민주당이 재정 확대에 부정적인 공화당의 벽에 번번이 막혔던 상황에 변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선거 결과의 윤곽이 나오자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를 넘겨 급등하면서 금융시장에 경종을 울렸다. 1%를 넘은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시장이 혼비백산했던 작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주식시장에서 금리가 의미하는 것은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영업현금흐름을 할인하는 할인율이다. 즉,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금리가 빠르게 오를 경우 주식시장도 부담을 가질 수 있는 변수다. 미국채 금리가 높아지자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의 수익률 매력이 부각되어, 달러화 가치가 지난 하반기의 약세를 딛고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테이퍼링(tapering)’ 논란이 불거졌다. 테이퍼링은 2013년 벤 버냉키(Ben Bernanke) 당시 연준(Fed) 의장이 부양정책을 향후 점진적으로 줄여 갈 계획을 언급할 때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용어다. 당시 금융시장은 넘치던 유동성이 급작스럽게 줄어들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고, 대외건전성이 취약했던 신흥국들은 극심한 자본유출을 겪었다.

이 용어가 최근에 다시 회자되기 시작하며 한동안 논란이 됐다. 연준은 현재 정책이 적절하며 경제를 부양하는 데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는데, 향후 경제 회복 모멘텀이 강해지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연준 인사들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그런데, 부양책 축소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적으로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듯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보스틱과 카플란(각각 애틀랜타 및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과 같은 일부 인사는 향후 충분히 견고한 회복세가 확인되면 연내에라도 부양책 축소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불러드와 로젠그렌(각각 세인트루이스 및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다른 인사는 팬데믹이 창궐하는 이 시점에 부양책 축소(테이퍼링)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었다.

결국 파월(Jerome Powell) 의장이 나서서 이 상황을 정리했다. 아직 부양책 축소를 논할 때가 아니라고 못을 박으며 금융시장의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으니 너무 일찍 부양책을 축소하지도 않을 것이며 이를 본격 검토하기 전에 사전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강조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6일 전 발표한 1조9000억 달러의 재정 부양책은 공화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향후 상당폭 축소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며 미국채 금리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2013년 테이퍼링 논란이 금융시장을 달구었던 당시, 원달러 환율은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테이퍼링이 처음 언급된 2013년 5월 23일 이후 한 달간 50원 가량 상승하여 연고점인 1163.5원을 찍었지만, 이후에는 상황이 반전됐다.

대외건전성 지표가 취약하여 Fragile 5(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 남아공)로 지목된 신흥국에서 자본이 대거 이탈했지만, 한국에는 7월부터 4개월간 코스피 현물시장에만 무려 16.5조원이 유입되며 환율이 급락했다. Financial Times 등 해외 유력 언론이 신흥국 중 단기적인 자금 운용처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한국과 멕시코를 지목했던 시기다. 결국, 다른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인 것과 달리 원화 가치는 강세를 보이며 환율이 급락하여 그 해 연말에는 1050원에 도달한 바 있다.

향후 연준의 테이퍼링이 임박할 때 지난 번의 움직임이 그대로 재현될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이 심각했던 만큼 회복세가 미약하여 부양책을 줄이는 데 민감했지만, 팬데믹을 떨치고 향후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가 완연해지는 시점에 테이퍼링이 시행된다면 상황은 다를 수 있다. 향후 테이퍼링시 달갑지 않은 달러화의 급등을 초래하지 않도록 연준도 소통을 강화할 것이다.

트럼프 시대와의 결별

외환정책은 연준이 아니라 미국 재무부 소관이다. 지난 트럼프 정부가 유난히 달러화 가치에 대한 언급이 잦았던 만큼 달러화를 향한 바이든 정부의 입장도 관심이다. 일각에서는 재닛 옐런(Janet Yellen) 재무부 장관이 ‘강 달러 정책(strong dollar policy)’을 펼칠 수 있다고 본다. 강 달러 정책은 클린턴 정부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시대부터 미국 재무부의 외환정책 기조였는데, 미국 재무부 정책에서의 강 달러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오해의 소지가 생긴다.

미국 재무부가 얘기하는 강 달러 정책은 달러화 가치의 상승을 원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역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거나 대외 부채의 실질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지는 않겠다는 소극적, 선언적 의미다. 따라서, 달러화 가치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달러화 가치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싶어했던 트럼프 시대와의 결별 정도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 필자 백석현은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1570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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