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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증시 맥짚기] 실체 없는 상승심리가 과다하게 작동했다 

 

개인투자 열기 진정국면 들어가나… 전기차·반도체 재평가 이뤄질 조짐

▎기관과 개미투자의 공매도 싸움판이 된 게임스톱(GameStop)의 로고와 주식 그래프 / 사진:REUTERS=연합뉴스
“오늘의 개인투자자는 과거의 개인투자자가 아니다.”

2020년 3월 주가가 바닥을 치고 오르기 시작했을 때 많이 나왔던 얘기다. 개인투자자가 과거처럼 주가가 오를 때 잠깐 들어왔다 주가가 떨어지면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시장을 확실히 지켜주는 주체가 됐다는 것이다.

이 변화는 다양한 요인으로 설명됐다. 정보 접근이 쉬워져 개인투자자가 기관이나 외국인과 비슷한 위치로 올라왔고, 분석 능력이 과거보다 월등히 향상됐으며, 금리가 낮아 개인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커졌다는 게 당시 설명의 논리였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로빈후드’로 별칭 되는 개인투자자가 시장을 이끌었다.

최근 미국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헤지 펀드가 공매도를 한 게임업체 ‘게임스톱’의 주식을 개인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매수해 가격을 끌어올렸고, 이 때문에 손실이 난 헤지 펀드가 다른 주식을 매도해 주가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온라인 토론방에 모인 투자자들이 공모해 주가 급등을 만들어낸 건데, 시장에서는 이 때문에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약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게임스톱’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던 기업 모두를 모아도 시장 비중이 0.1%도 되지 않는다. 그런 데에도 시장이 ‘게임스톱’에 주목한 건 개인투자자가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상승 이끌었던 코로나백신·금융완화 영향력 약해져

‘게임스톱’보다 더 큰 문제가 되는 건 대형 기술주다. 애플과 테슬라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애플이 2021 회계연도 1분기에 매출 1114억 달러, 영업이익 288억 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각각 21%와 30% 증가한 수치로 사상 처음 7억2000만 달러의 이익을 냈다. 주가는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하락했다. 높은 주가 때문에 호재의 영향력이 떨어진 건데, 대형 기술주가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감안할 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주가가 조정에 들어가면 개인투자자의 힘이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주가가 오를 때에는 상승기대로 별 고민 없이 매매에 동참할 수 있지만, 시장이 어려워지면 매매가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개인투자자의 비이성적인 과열이 줄어들면서 시장이 안정국면으로 들어가는 단계다.

2020년 11월 후 주식시장은 두 개의 기대에 의존하고 있었다. 하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질병 상황이 개선돼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거란 기대다. 지난해 연말 선진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소비와 투자 심리지표 개선이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기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백신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경제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19 3차 확산의 영향을 받은 유럽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 대부분 지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는데 그만큼 백신 접종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현실이다.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백신 접종률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경제지표가 나빠지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일부 지역의 봉쇄조치 강화로 이동성(Mobility) 지수가 위축된 걸 감안하면 이 상황이 당장 바뀔 것 같지도 않다. 당분간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인한 경제 지표 둔화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는 금융완화 정책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월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에서 저금리를 유지하고 당분간 긴축이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경기가 하향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발표로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해 조기 긴축에 대한 우려가 약해졌다.

연준의 확답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했다. 시장이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유동성 공급을 계속해주기 바랬는데 그에 대한 확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시장은 충족시켜주기 힘든 기대를 하고 있다. 유동성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중앙은행은 경기 추이를 보면서 속도 조절에 나서게 된다. 시행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서인데, 이를 무시하고 유동성을 계속 넣어주기를 원하는 건 중앙은행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다. 장기간에 걸친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의 영향으로 금융 완화 축소를 견디는 시장의 힘이 약해졌다. 이런 체질 약화가 1월 중순 이후 주가를 하락하게 만든 원인이다.

시장 주도했던 대형주, 과거 영광 점차 시들해져

코스피가 거래일수 16일 만에 3000 밑으로 다시 내려왔다. 앞으로 주가 하락이 계속될 경우 대형주가 특히 문제가 될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자금을 투자해 대형주를 사들였는데 빠르게 하락하면 큰 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대형주 주가가 오르는 동안 실적 개선 등 긍정적 변화도 있었지만 가장 큰 힘을 발휘한 건 유동성이다. 1월에 24조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가 대형주를 주요 매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인데, 주가가 오르는 동안에는 문제가 없었다. 유동성 유입이 주가 상승으로 연결돼 투자자들이 이 구도가 계속될 거라 믿고 있다. 그래서 대형주가 더 위험하다. 대형주 하락을 경험한 이상 개인투자자들이 예전처럼 대형주에 열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오를 때에는 매수를 망설이지 않지만 하락을 경험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그 현상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다.

종목별로 조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현대차는 애플카로 오른 부분이 문제가 될 것이다. 재료가 주가를 끌어올린 건 실체가 있어서가 아니다. 주가가 오르면서 상승 심리가 과다하게 작동한 결과인데 시장이 조정에 들어가면 이 부분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있을 거란 전망이 시험대에 들어갈 것이다. 그 동안 삼성전자는 코스피(KOSPI) 상승률 정도 밖에 오르지 못했다. 만약 상승 사이클이 있다면 주가 반응이 이렇게 미진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LG전자 역시 전기차 사업에 대한 기대가 현실성이 있는지 되돌아 볼 것이다. 주가가 오를 때 논리와 하락할 때 논리는 달라진다. 실체보다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주가가 결정됐기 때문인데 상승이나 하락의 마지막 국면에 그런 경향이 특히 심해진다. 앞으로는 이 과정 모두의 타당성을 따지는 상황이 벌어질 걸로 보인다.

시장은 항상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는다.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중간에 큰 조정을 통해 시장을 정리하는 게 필요한데 이번 하락이 그 과정일 수 있다. 70조원 가까운 예탁금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시장에 대한 기대를 접기보다 다른 대상을 끊임없이 찾아 나설 것이다. 그 대상은 최근까지 시장을 이끌었던 대형주와 다른 성격의 주식이어야 한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1572호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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