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이종우 증시 맥짚기] 시장 금리 상승과 주식투자자의 걱정거리 

 

앞으로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힘은 ‘실적’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이사회 의장 / 사진:AP=연합뉴스
코스피가 3200을 넘지 못하고 허덕이는 동안 미국 시장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고 있다. 미국 증시의 강세를 설명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풍부한 유동성이다. 미국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경기 부양책이 구체화됐다. 규모는 1조9000억 달러로 확정됐다. 의회에서 과반 동의만 필요한 예산조정권을 통해 상원과 하원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부양책이 통과될 경우 각 개인에게 현금이 1400달러씩 지급되고, 9월 중순까지 추가 실업수당이 연장돼 6% 가까운 성장 효과를 볼 걸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역시 완화적 통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열린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 결과와 연준의장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연준은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2023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최소한 1989년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려 자산 버블의 단초를 제공하거나, 2000년 IT버블 붕괴 직전 연준이 금리를 급하게 인상한 것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그 만큼 시중유동성이 증시로 계속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 건데, 코로나19 직전 7.6%에 불과했던 미국의 개인저축률이 작년 12월에 13.7%로 높아져 주가가 오를 경우 들어올 돈이 많음을 보여주었다.

연일 최고치 다시 쓰는 미국 증시

석 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세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도 미국시장에 안도감을 더한다. 하루 확진자 수가 20만명에서 8만명으로 줄어 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을 높인다. 또 유로존의 더블 딥 가능성은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백신 접종도 속도를 높이며 전염병의 위협을 종식시킬 것이란 기대를 높인다.

주가는 높으면 높을수록 시장의 부담이 커진다. 주가가 본원적 가치 보다 과도하게 높다면 버블을 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걱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아직 버블을 두려워할 상황은 아니다. 미국 주가 상승이 기업이익 증가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기업중 83%가 시장의 예상보다 나은 4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이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걸로 전망되는데 1분기 기업이익 전망치가 연초 16% 증가에서 2월에 20.5% 증가로 높아졌다. 2분기도 45.7%에서 50%로 올라왔다. 기업이익 급감처럼 버블이 붕괴되기 전 현상이 아직 관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 주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걱정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시장금리의 변동이 커진데다 선진국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 우선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가 1.2%를 넘었다. 지난 1월 중순 해당 금리가 1%를 돌파했을 때, 금리 상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연준이 나섰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사람들이 연준의 한계와 정책으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금리의 상승 압력이 높아졌다는 사실만 깨닫게 만들었다.

시장 금리 상승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도 상황이 비슷하다. 영국은 한달 사이에 10년물 금리가 두 배가 됐고, 독일 등 여러 나라의 마이너스(-) 금리 폭도 줄었다. 한국의 10년물 금리는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1.6%를 넘어 1.8%까지 상승했다. 중국에서는 단기 금리가 문제다. 1월말 한때 중국 은행간 금리인 시보(Shibor)금리가 3.28%까지 급등해 2015년 이후 최고치까지 올라왔다.

선진국, 특히 미국의 금리가 상승한 건 높은 물가와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국채 발행 때문이다. 작년 2분기에 코로나19로 물가 상승률이 대단히 낮았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2분기는 기저 효과와 유가 상승만으로도 3% 가까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연준이 일시적으로 물가가 2%를 넘더라도 개의치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 상승률이 3% 가까이 되면 시장의 판단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중앙은행이 경험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잘 알고 있고, 물가상승 위험이 발생할 경우 제어할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 방법 자체가 시장에 부담이 된다. 연준이 얘기한 방법이 자산매입 축소나 유동성 공급 축소 같은 긴축적 대응이어서 주식시장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한계 때문에 연준이 시중금리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상승 기울기가 완만해질 뿐 상승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다.

금리 상승으로 자산 선택이 바뀔 수도

과거에 금리와 주가가 같이 올라간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금리가 상승해도 경기 회복의 힘이 이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의 금리인상도 그랬다. 2015년에 연준이 첫 번째 금리 인상을 한 후 2016년에 본격적인 인상에 나섰지만 해당 기간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벌이질 걸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이 국내외 경기가 회복되는 초기여서 앞으로 경기 회복의 힘이 점점 더 세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주가를 감안하면 시장에서 기대하는 상황이 현실이 될지는 의문이다. 이번에는 저금리 영향으로 다른 어떤 경기 회복 때보다 주가 상승이 빨랐다. 경기 회복이 시장 기대보다 빠르고 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동안 시장을 끌고 오던 힘이 약해질 수 있다.

금리 상승은 투자 자산 선택에 변화를 가져온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가와 유가가 금리와 유동성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여왔다. 작년 한해 미국의 총통화(M2)가 28% 증가했는데 기간 중 주식과 금은 빠르게 상승한 반면 원유 등 원자재는 약하게 반응했다.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의 성격이 달랐기 때문인데 이런 점을 감안해 금융 환경 변화를 반영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지난 2020년 하반기에는 선진국 통화 증가율이 정점을 찍은 후 정체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유동성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앞으로는 시장 기대치보다 좋은 실적을 올리느냐 아니냐가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힘이 될 것이다.

저금리의 수혜를 입은 자산일수록 금리상승 국면에서 반대 상황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은 점도 염두해야 한다. 금리가 오를 경우 가상화폐가 가장 불리하고 주식, 금 등도 금리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난 1년간 낮은 금리와 유동성 증가가 주식시장을 끌고 왔던 핵심 동력이었던 만큼 주식시장이 금리 상승에 취약한 게 당연하다. 주식 내에서는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금리 상승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성장기업은 과거 돈을 많이 벌었던 경험이 없는 회사들이다. 내부에 쌓아 놓은 자산이 없기 때문에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익 변동이 커진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1573호 (2021.02.2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