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오대열 리얼 포커스] ‘인구 데드크로스’ ‘도시 집중화’는 시간문제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 강화 조짐… 서울-광역시 아파트 중위가격 격차 더 커질 듯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 사진:뉴시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도 전국 부동산 가격은 좀처럼 내려앉지 않고 있고, 아파트에 대한 갈망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에는 집값 상승 영향으로 전셋값마저 치솟자 패닉바잉(공황구매)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부동산에 대한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상황은 좋은 편은 아니다. 경제성장률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고, 실업률과 소비자 물가까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경제 불황이 심각한 상태에 놓였는데 부동산만 강세를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인구감소에 대한 리스크도 있다. 인구감소, 저출산, 지방소멸의 단어는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인구감소 및 고령화로 인해 농어촌뿐만 아니라 중소도시들도 소멸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가 수시로 들려오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하면서 인구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은 단연 꼴찌이고, 앞으로도 인구감소는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출생아 수가 대폭 추락하자 학생 수 감소로 이어졌고, 초등학교도 통폐합 위기에 놓인 분위기다.

출생아↓, 사망자↑ ‘인구 데드 크로스’ 발생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에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47만명 수준이었지만, 매년 줄어들면서 지난 2019년에는 30만3000명까지 크게 내려앉았다. 반면 우리나라의 사망자 수는 2010년 25만5000명에서 2019년 29만5000명으로 상승세를 보이면서 인구가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이렇게 인구가 감소하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경제에 큰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주택 구매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택시장도 침체돼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조선과 철강, 자동차 등의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경우 산업부진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하면 인구는 물론 주택수요 감소로 인해 집값도 덩달아 내려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인구감소가 두드러지는 지방의 중소도시들을 보면 부동산 시장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각 지자체들은 각종 개발과 산업 유치, 기업 유치 등으로 인구를 모으려고 하고 정부에 공공인프라를 건의하는 등 도시 인구의 이탈을 막고 인구 유입에 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셋째 아이를 낳으면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고 불리고 있는 국내 최대 항구 도시 ‘부산’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으로 인구가 급감하면서 3위 도시로 평가받는 ‘인천’에게 제 2의 도시의 타이틀을 내어주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실제로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수에 따르면 부산시의 인구는 지난 2010년 356만명에서 2020년 339만명으로 17만명이나 감소해 4.9% 하락했다. 반면 인천시는 같은 기간 275만명에서 2020년 294만명으로 19만명이 늘며 6.7%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시의 송도, 청라, 검단 등 신도시 개발이 꾸준히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다 생활 인프라도 개선되면서 지방의 인구가 인천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서울과 경기도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도 있어 인구 유입은 계속해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의 인구 유입 요소가 큰만큼 조만간 부산의 인구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인구 감소는 곧 도시의 경쟁력과 산업활동, 고용 동향 등 경제력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인구수 유지를 위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렇게 인구가 한 지역으로 몰리게 되면 각 지역별로 아파트 가격 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다주택자들이 아파트를 처분하면서 똘똘한 한 채로 몰리고 있는데다 생활 인프라나 학군, 교통 환경이 우수한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근로소득으로는 서울에 ‘내 집 마련’ 못해

KB부동산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월에만 하더라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5억9585만원, 5대 광역시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2억3473만원으로 서울과 5대 광역시의 아파트 가격 격차는 3억6111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6259만원으로 치솟았지만, 5대 광역시의 아파트 중위값은 2억8337만원으로 나타나 아파트 가격 격차가 6억7923만원까지 벌어졌다.

앞으로는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들 위주로 또는 인구수가 늘어나고 있는 지역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고 이들 지역 간의 도시 경쟁력 차이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렇게 한 쪽으로 쏠린 인구로 이젠 근로소득으로 서울 내 집 마련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이상 모아도 서울에 내 집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시대인 것이다. 정부가 25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높아진 서울 아파트 가격은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인구가 줄어드는 중소도시의 경우 인구 감소로 인해 빈집이 크게 증가할 것이고, 수도권의 도시 가속화는 꺾이기 힘들 것이다.

물론 인구 감소만을 근거로 주택 가격을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도시 인구가 줄어들수록 도시 경쟁력은 약화되고, 생활 인프라가 발전되지 않아 주택 수요가 부족하면 아파트 가격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인구가 증가하는 도시의 경우 인프라는 더욱 개선될 것이고, 주택 가격 상승세도 기대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1573호 (2021.02.2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