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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 환율 돋보기] 인플레이션 논란의 정책적 배경과 달러화 

 

달러화 안정기에 비트코인·위안화가 주목받는 이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 지출에 나서면서 부채가 급증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에도 1조9000억 달러의 추가 부양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계속되는 부양책에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거론하는 소리가 들린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어떤 입장일까.

늘어난 정부 부채 부담은 언젠가는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줄어야 한다. 정부 부채 부담이 줄어드는 케이스는 크게 3가지다. 가장 긍정적인 첫번째는 성장 회복으로 기업 이익과 개인의 소득이 증가해서 세금이 많이 걷히는 것이다. 두번째는 재정을 긴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출을 줄이는 것은 바이든의 민주당 정부와는 거리가 멀다. 세율을 인상하거나 세원(稅源)을 넓히는 방법도 가능하지만 경제 회복이 급선무인 지금 시점에서는 섣불리 추진하기 어렵다. 이도 저도 힘들다면, 세번째 방편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면 된다.

인플레이션을 바라는 미국 연준의 의도


세 번째 방편인 인플레이션은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왜 인플레이션이 필요한 것일까. 인플레이션은 돈으로 가치를 매긴 물건 값이 오르는 현상이다. 그만큼 같은 양의 돈으로 물건을 구매할 능력이 떨어진다. 즉, 돈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집 한 채, 주식 일부, 그리고 은행 차입금이 있는 개인을 떠올려 보자.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집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오른다. 반면, 은행 차입금은 갚지 않는 한 그 금액 그대로 있다. 개인의 실질적인 부채 부담은 하락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부 부채 관점에서도 인플레이션 환경은 정부가 부담해야 할 실질 부채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지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 연준(Fed)이 2020년에 공식화한 통화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연준은 전년도 여름,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제(AIT, Average Inflation Target)를 천명했다. 2% 인플레이션이라는 목표 기준점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에는 인플레이션 조짐에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면 이제는 2% 인플레이션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사후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금리 인상의 문턱을 확 높였다. 그러면서 양대 목표의 다른 축인 완전 고용으로 무게 중심이 살짝 이동했다. 인플레이션을 감내하면서 고용 회복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고용은 경기에 후행하는 성격이 강하다. 경기 회복기에 항상 “고용 없는 회복”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따라서, 연준이 제로 금리 등 경기 부양적인 정책 기조를 최대한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또 하나는 환율이다. 인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통화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일물일가의 법칙(Law of One Price)이라는 것이 있다. 동일한 상품에 대해서는 어디서든 하나의 가격만이 성립한다는 원칙이다. 가령, 지금 미국에서 맥도날드 햄버거 가격이 5달러고 환율이 1000원이면 한국에서는 5000원에 팔리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미국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서 1년이 지나자 햄버거가 10달러가 됐다. 한국은 저물가로 인해 1년이 지나도 똑같이 5000원이다. 일물일가 법칙에 의거하면 햄버거 가격에서 추출한 환율은 ‘10달러=5000원’이므로 1달러는 500원이다. 즉 원달러 환율이 500원이 된다.

1000원 하던 달러화 환율이 500원이 되었으니 달러화 가치는 하락, 원화 가치는 상승했다.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 노출된 통화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에게 인플레이션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은 달러화 가치 하락이 필요하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최근 미국채 금리 상승을 바라볼 때도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에 기인한 것인지, 실질 금리가 상승하는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만약 다른 변수로 달러화가 급등하면 어떻게 될까. 달러화 강세는 금융 여건을 타이트하게 만들기에, 미국의 성장에는 역풍이 될 수 있다. 강한 경제의 뒷받침 없이 통화정책 기대 만으로 달러화 강세가 초래됐던, 2013년 테이퍼링(tapering, 자산 매입을 점진적으로 축소) 논란이 불거졌을 때가 그랬다.

당시 미국채 금리 급등과 신흥국에서의 극심한 자본 유출 등 시장의 과격한 반응으로 인해 연준은 테이퍼링이 금리 인상의 신호탄이 아니라는 것을 진땀 흘리며 설명해야 했다. 그때의 교훈으로 연준은 향후 테이퍼링을 시행하기에 앞서 만전을 기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달러화도 대체로 안정적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달러화 안정기에 주목받는 자산은 무엇일까.

비트코인과 위안화의 재평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금의 인기를 ‘디지털 금’이라는 비트코인이 잠식했다. 통화 발권력을 손에 쥔 각국의 통화 당국 및 규제 당국은 비트코인의 부상을 불편해 한다. 급성장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구현될 기술 생태계와 그 안에서 분출될 디지털 시대 인간들의 욕구가 결합되어 통화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젖힐 가능성은 없을까. 국가의 통제력을 벗어난 국제 통화가 진정 불가능한 것인가.

비트코인에 각국 규제 당국이 어깃장을 놓으면서 논란 역시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브리엘 마쿨로프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는 “비트코인 투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며 비트코인을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투기 파동에까지 비유했다. 제도권의 견제는 비트코인 가격의 급변동을 초래할 것이다. 하지만, 대중의 수요가 있고 쓰임새가 있으면 누른다고 눌러지지 않고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는다. 해외에서는 비트코인 ETF도 출시됐고, 비트코인을 사업적으로 활용하는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위안화다. 경제력 만큼 발전하지 못한 중국의 자본시장은 결국 언젠가 경제력에 보조를 맞출 것이다. 2018년부터는 중국 주식과 국채가 주요 글로벌 벤치마크에 포함되자, 이를 추종하는 자본이 속속 유입되고 있다. 중국 금융자산의 편입 비중이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러한 모멘텀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고, 이는 곧 위안화 자산의 저변을 넓혀 위안화를 재평가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만 집중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다른 곳에서도 기회를 찾아야 할 시기다.

※ 필자 백석현은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1574호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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