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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부동산 투자 길라잡이] 제조공장에서 복합시설로 고급화·대형화 

 

지식산업센터, 혁신설계·주택규제로 인기몰이… 투자 전 임대차 경쟁력 점검

▎지식산업센터들이 밀집한 서울 송파구 문정비즈밸리에 조성된 문화광장 / 사진:문정비즈밸리
1996년 7월 국내 첫 지식산업센터인 동일테크노파크(서울 구로구) 준공 후 최근까지 전국에는 약 1200여개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섰다. 이 가운데 80% 이상은 수도권에 분포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과거엔 아파트형공장이라는 이름으로 공장 입지 규제의 한 해소방안으로 도입됐다. 대도시 지역으로 쏠리는 산업집중화로 인해 발생된 중소기업들의 입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1990년대 초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후 경제고도화가 진행되면서 노동집약적 기업들은 대거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로 생산시설을 이전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엔 정보기술(IT) 등 지식기반산업이 자리잡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륭건설·우림건설 등이 서울 구로동에 연이어 지식산업센터를 공급했고, SK건설·현대산업개발 등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도 본격 뛰어들었다.

2016년 이후 국가산업단지와 지방산업단지에는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식산업센터는 과거엔 제조업 공장시설로 분류돼 투자자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으나 최근엔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그 이유의 하나로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를 꼽을 수 있다. 사업 시행자와 입주 기업에게 각종 정책자금과 세제감면 혜택을 선사하는 점도 한 요인이다. 최초 분양자와 실입주 사업자라는 자격요건을 갖추면 취득세를 50%, 재산세를 5년간 37.5% 각각 감면해주고 취득세 3배 중과도 완화해준다.

지식산업센터는 2017~2018년 약 2년여 동안 가장 많은 공급이 이루어졌다. 현재 수도권 외 지역에 남아 있는 미분양 물건을 감안하면 입주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급 물량이 아직 100% 소화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간혁신·복합구성 특화 설계로 트렌드 추구


지식산업센터의 가치는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를 매매가격에서 짐작할 수 있다. 부동산114와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서울 금천구·구로구 등 전통적인 공업지역에 공급된 지식산업센터는 최초 분양가 대비 최근 약 2배 가량 상승했으며 매매가격이 3.3㎡당 1000만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가격이 주요 권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부동산 본연의 역할인 자본이득이 크게 일어난 셈이다.

이와 반대로 임대시장은 업무용도로 사용중인 시설과 근린·지원시설이 확연하게 다르다. 업무용으로 사용중인 공장시설은 비교적 체납·명도 등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입주고객을 위한 구내식당·카페 등의 근린·지원시설은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받았다. 이로 인한 체납은 물론 최악의 경우 폐업으로 인한 명도까지 일어나게 됐다. 수익률과 임대료가 근린·지원시설보다 비교적 낮게 형성된 업무용도 시설이 보다 안정적인 자산으로 분류된다는 의미다.

과거의 지식산업센터는 공장과 지원시설로만 구분해 물리적 측면은 물론 모든 면에서 편의성이 부족했다. 기계를 놓고 생산하거나, 책상 몇 개를 구비해 사무실로 쓰는 것이 전부였을 정도다. 분양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보니 저렴하게 분양하기 위해선 각종 편의시설을 제공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지식산업센터는 다양한 편의시설들을 갖춘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다. 심지어 초대형 건축물 공급 방식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아파트는 물론 상가·오피스텔까지 포괄하는 대규모 개발은 부동산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대규모로 조성하면 다양한 커뮤니티를 설치할 수 있고 관리비·부대비 등의 부담을 낮추는 등 규모의 경제가 선사하는 혜택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조성되는 지식산업센터 또한 대형화를 지향하는 추세다. 규모가 클수록 경쟁력과 생산성이 높아지고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주변 인프라가 잘 갖춰지기 때문이다.

지식산업센터의 고급화 전략엔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사회문화도 한 몫 한다. 지식산업센터의 고급화 전략은 전용률이 높고 공간 활용이 혁신적이며 다양한 특화 설계를 적용해 입주자에게 쾌적한 휴식공간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외관을 일반 오피스 빌딩과 비슷하게 설계해 멋을 내고, 친환경 고효율 시스템을 적용해 쾌적한 공간감과 가동비 절감을 추구한다. 또한 1층 출입구에 스피드 게이트 설치, 캐주얼한 미팅 공간 마련 등 다양한 혁신 전략을 통해 분양을 조기에 완판하는 지식산업센터까지 등장하고 있다.

수도권 공급과잉 공실 우려 관리부담 검토

지식산업센터는 다수의 구분 소유자로 소유권이 형성된 집합건물이다. 집합건물은 의사결정 구조가 까다로워 전통적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자산은 아니다. 하지만 소자본으로 상업용 부동산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 요즘 개인투자자에게 인기가 있다. 다만 구분소유 건물인 만큼 주기적인 수선 공사, 리모델링, 쾌적환 환경 유지 등을 기대한다면 실망도 클 수 있다. 오피스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관리비로 오피스만큼의 질적 수준을 도모할 수 없어서다.

또한 서울과 일부 경기권에 지식산업센터 입주 물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공급과 수요 즉, 수분양자와 임차인이 모집되지 않을 경우 장기 미분양으로 갈 수 있다. 이 경우 투자한 지식산업센터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부분은 하부 상업시설을 먼저 분양해 활성화시킨 후 상층부 업무시설 용도를 분양하고 임차인을 모집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앞서 이야기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임대가 잘 되지 않아 공실이 발생하면 분양 받은 투자자 입장에선 임대수익이 감소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다만 한가지 기대할 수 있는 시장상황을 꼽는다면 코로나19 사태에도 지식산업센터의 투자 수요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정부의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 정책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지속돼 지식산업센터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필자는 상업용부동산 관리 서비스 기업인 백경비엠에스의 컨설팅 팀장이다.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부동산자산관리사(CPM)와 미국상업용부동산중개자문(SIOR) 자격을 갖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부동산 컨설팅을 수행하고 행복건축학교에서 예비건축주 강의를 하고 있다.

1574호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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