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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증시 맥짚기] 물가 상승에 대규모 국채발행까지 금리 상승 대세론 

 

시장 기대 낮춰 주가 추이 지켜봐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3%를 넘었다. 금리를 끌어올린 가장 큰 동력은 물가다. 유가 상승과 작년 낮은 물가에 따른 기저 효과만으로도 2분기 미국 물가상승률이 3%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소비 증가가 더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이 진정되고, 백신 접종 효과로 대면활동이 늘어날 경우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경기부양 대책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도 수요증가에 의한 인플레를 촉발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2.2%를 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2.5~2.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도 만만치 않다. 시아르비(CRB) 원자재지수가 작년 4월 최저점에 비해 72% 상승했다. 브랜트유에 이어 서부텍사스중질유(WTI)까지 배럴당 60달러를 넘었고, 경기 동향을 잘 보여주는 구리 가격도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자재 가격이 강하고 빠르게 오르고 있는 만큼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만의 문제라면 인플레 영향은 오래가지 않는다. 소비는 크게 상품과 서비스 소비로 나눠지는데 원자재 가격 상승은 상품가격에 영향을 줄 뿐, 서비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1970년 전체 물가상승률에서 50%를 차지했던 상품의 비중이 최근 30%대로 떨어졌다. 그래서 2003~2007년 같은 그림이 나온 것이다. 당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르는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세계 물가상승률은 3%대를 넘지 않았다.

문제는 상품가격 상승이 서비스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물가가 양쪽에서 동시에 오르기 때문에 상승 폭이 크고 통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경기 부양대책으로 현금 지급이 이뤄지면 외식, 관광 등 서비스 소비가 일시적으로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억눌렸던 소비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와중에 생각지도 않던 돈이 생겼기 때문이다. 질병이 기승을 부리는 동안 서비스 공급자들이 폐업했거나 공급능력을 축소해 수급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공급자들이 그동안의 영업손실을 메우기 위해 가격인상에 나설 경우 서비스가격 상승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국채 발행 확대와 경기 회복도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일시적으로 물가가 2%를 넘더라도 신경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잘 지켜질지 의문이다. 물가상승률이 3% 가까이 되면 시장의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이 경험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잘 알고 있고, 물가상승 위험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고 얘기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연준이 얘기하는 방법은 자산매입 축소나 유동성 공급 축소 같은 긴축적 대응이라 주식시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감안할 때 연준이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는 금리 상승 기울기를 완만하게 할 뿐 상승추세를 꺾지는 못할 것이다.

금리를 끌어올리는 두 번째 요인은 대규모 국채 발행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해당 정책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개인들에게 1400달러의 현금이 지급되고, 추가 실업급여 지급이 9월까지 연장된다. 과반 동의만 있으면 되는 예산조정권이 발동됐고, 가능한 2주내에 의회에서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라 2월 말이면 모든 과정이 끝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조치는 성장률을 6% 가까이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경기부양책과 함께 인프라 확충, 친환경 투자 목적의 재정정책도 준비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4년 동안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와 친환경 투자를 공약했다.

미국이 매 분기 대규모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재정 정책에 들어가는 비용의 상당 부분은 적자 국채로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연준은 국채 발행의 많은 부분을 인수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지만 이제는 계속하기 힘들다. 연준 자산이 너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적자 국채 중 상당액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금리 상승의 세 번째 요인은 경기 회복이다.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4%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기저효과 때문인데, 잠재성장률까지만 회복돼도 올해 상당 수준의 성장이 이뤄질 것이다. 고용 사정도 비슷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약해지면 서비스 부문의 취업자수가 늘어 고용지표가 추세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고용지표 회복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개선된다는 의미로, 국채 금리 상승을 초래한다.

일부에서는 과거에 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상승한 사례가 많다는 점을 들어 금리 상승이 주식시장에 호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리 상승이 주가를 끌어올리려면 상승 이유가 경기 회복이어야 한다. 경기 회복에 따른 긍정적 영향이 금리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압도해야 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 부담 될 듯

이번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보다 물가와 국채 발행 확대가 주요인이다. 이는 금리 상승을 희석시킬 재료가 없어 영향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된다. 작년에 저금리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작년 금리 인하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빠르고 컸다.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1.5% 포인트나 인하했고, 자산 매입에 3조 달러를 투입했다. 금융위기 이후 5년 동안 늘어난 연준의 자산 규모가 3조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동성 공급이 얼마나 강하고 빠르게 이뤄졌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2020년의 기억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는 것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약해진다는 의미가 된다.

금리 상승은 투자 종목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해 상반기 주도주였던 성장주는 금리 상승의 피해를 크게 볼 것이다. 기업 역사가 길지 않아 전통기업보다 자산 규모가 작다. 금리 상승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제가 약하기 때문에 주가가 피해를 볼 것이란 얘기다. 반면 은행, 보험, 증권 등은 금리 상승의 수혜를 본다. 금융기관은 운용 자산의 많은 부분이 장기국채라 금리가 오르면 수익률도 높아진다. 은행은 예대마진(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 확대의 혜택이 예상된다.

이제 국내외 금리 상승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버블을 터뜨리는 뇌관까지는 아니어도 주식시장이 누리고 있던 최고의 상황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이 될 것이다. 시장에 대한 기대를 조금 낮추고 주가의 추이를 지켜봤으면 한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1574호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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