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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발행 확대와 경기 회복도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일시적으로 물가가 2%를 넘더라도 신경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잘 지켜질지 의문이다. 물가상승률이 3% 가까이 되면 시장의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이 경험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잘 알고 있고, 물가상승 위험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고 얘기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연준이 얘기하는 방법은 자산매입 축소나 유동성 공급 축소 같은 긴축적 대응이라 주식시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감안할 때 연준이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는 금리 상승 기울기를 완만하게 할 뿐 상승추세를 꺾지는 못할 것이다.금리를 끌어올리는 두 번째 요인은 대규모 국채 발행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해당 정책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개인들에게 1400달러의 현금이 지급되고, 추가 실업급여 지급이 9월까지 연장된다. 과반 동의만 있으면 되는 예산조정권이 발동됐고, 가능한 2주내에 의회에서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라 2월 말이면 모든 과정이 끝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조치는 성장률을 6% 가까이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경기부양책과 함께 인프라 확충, 친환경 투자 목적의 재정정책도 준비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4년 동안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와 친환경 투자를 공약했다.미국이 매 분기 대규모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재정 정책에 들어가는 비용의 상당 부분은 적자 국채로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연준은 국채 발행의 많은 부분을 인수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지만 이제는 계속하기 힘들다. 연준 자산이 너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적자 국채 중 상당액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금리 상승의 세 번째 요인은 경기 회복이다.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4%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기저효과 때문인데, 잠재성장률까지만 회복돼도 올해 상당 수준의 성장이 이뤄질 것이다. 고용 사정도 비슷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약해지면 서비스 부문의 취업자수가 늘어 고용지표가 추세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고용지표 회복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개선된다는 의미로, 국채 금리 상승을 초래한다.일부에서는 과거에 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상승한 사례가 많다는 점을 들어 금리 상승이 주식시장에 호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리 상승이 주가를 끌어올리려면 상승 이유가 경기 회복이어야 한다. 경기 회복에 따른 긍정적 영향이 금리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압도해야 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 부담 될 듯이번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보다 물가와 국채 발행 확대가 주요인이다. 이는 금리 상승을 희석시킬 재료가 없어 영향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된다. 작년에 저금리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작년 금리 인하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빠르고 컸다.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1.5% 포인트나 인하했고, 자산 매입에 3조 달러를 투입했다. 금융위기 이후 5년 동안 늘어난 연준의 자산 규모가 3조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동성 공급이 얼마나 강하고 빠르게 이뤄졌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2020년의 기억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는 것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약해진다는 의미가 된다.금리 상승은 투자 종목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해 상반기 주도주였던 성장주는 금리 상승의 피해를 크게 볼 것이다. 기업 역사가 길지 않아 전통기업보다 자산 규모가 작다. 금리 상승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제가 약하기 때문에 주가가 피해를 볼 것이란 얘기다. 반면 은행, 보험, 증권 등은 금리 상승의 수혜를 본다. 금융기관은 운용 자산의 많은 부분이 장기국채라 금리가 오르면 수익률도 높아진다. 은행은 예대마진(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 확대의 혜택이 예상된다.이제 국내외 금리 상승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버블을 터뜨리는 뇌관까지는 아니어도 주식시장이 누리고 있던 최고의 상황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이 될 것이다. 시장에 대한 기대를 조금 낮추고 주가의 추이를 지켜봤으면 한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