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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부동산 투자 길라잡이] 해외 부동산펀드 부실 눈덩이 될까 

 

코로나 쇼크로 상업용 부동산의 고위험 노출 커져

▎2005년 해외 투자 한도 확대로 해외 부동산 투자 수요가 관심을 가졌던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리조트 야경.
미국·영국 등지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해외 부동산 펀드는 최근 57조원에 이른다. 2013년 대비 10배 성장한 규모다. 2018~2019년 초저금리 시기엔 해외 부동산 펀드의 활황기로 불린다. 당시 국내 대형 증권사·보험사 등을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급증했다. 경기 변동의 영향을 덜 받고 장기 투자 상품으로도 적합해 비교적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수익 구조가 국내 부동산 투자와 비슷하고 환차익이라는 추가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세계 대유행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혼란 속에 빠뜨렸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펀드에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많은 이들이 해외 부동산 펀드의 위험성을 얘기할 때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바로 잠재적인 리스크(위험요소)다.

과거 저금리 기조로 투자 탄력 받았는데


해외 부동산 펀드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으로 2005년 3월 국내에 처음 출시됐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직접 투자보다 물리적 분석이 어렵고 세제나 환율 등의 장애요인이 발생하는 등 잠재적 위험이 많아 국내 부동산 펀드처럼 다양한 유형으로 투자하기 어려웠다. 이런 이유로 해외 부동산 펀드는 대출형이나 재간접형을 선호했으나 최근엔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임대형도 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4월말 기준 전체 해외 부동산 펀드는 약 57조원, 설정 건수는 806건에 각각 달한다. 해외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는 주요 투자자는 국민연금공단 등의 기관 투자자(74.1%)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이어 일반 법인(24.3%), 개인(1.6%) 순이다. 즉, 해외 부동산 투자는 기관 투자자의 전유물로 봐도 무방하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실물투자, 대출, 재간접 펀드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저금리 기조와 환 차익에 힘입어 기관 투자자를 포함 수 많은 투자자들이 해외 부동산에 손댔다.

증권사·보험사 등 비은행권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코로나 사태 전에는 해외 부동산 펀드에 한 달에 최소 1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은 저조했다. 코로나 사태는 부동산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게다가 해외 부동산 투자 시 가장 중요한 자산 실사 등 출장이 제한돼 거래 종결이 어려웠다.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주요 해외 지역은 미국(21조7000억원)·유럽(14조1000억원)·아시아(3조4000억원) 등이다. 다수 국가들에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를 병행하는 펀드도 약 11조원 규모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중 전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금액은 약 170억달러로 전년 대비 2배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증권사·보험사의 해외 부동산 자산 구성에서 코로나 등의 사태에 취약한 구조를 가진 상업용 부동산의 비중은 약 86.5%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해당하는 상업용 부동산은 오피스 빌딩이 가장 많고 호텔·리조트, 복합단지, 리테일 순이다.

지금 세계 경기 위축으로 잠재 위험 커져

부동산 자산의 운용과 실적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 실물펀드와 달리, 대출·재간접 펀드는 외부 운용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분투자와 중·후순위 대출 등 고위험에 노출돼 있다. 바꿔 말하면 해외 부동산 투자의 대부분이 변제순위가 낮은 형태로 투자되며 문제 발생 시 투자금 회수율이 낮다는 의미다.

국내 증권사·보험사의 부동산 투자 익스포져(exposure·위험노출액)가 약 14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80%인 약 11조3000억원이 고위험 노출액으로 추정된다. 이런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각국 중앙정부와 은행들은 정책 대응으로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의 여파로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의 건전성을 악화시켜 익스포져로 전환되는 국면을 맞게 됐다. 경기가 회복하고 다시 반등하기까지 투자자가 감내해야 하는 몫이 크다 보니 포트폴리오 개편을 검토하는 투자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사모 펀드가 대부분이고 유동성이 낮은 즉, 환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폐쇄형이 전체 펀드의 99.4%를 차지한다. 평균 만기가 7년 6개월 정도의 장기투자로 단기 경기의 움직임에 따른 유동성 위험 노출이 낮다 보니 대량 환매로 인한 투자자간의 손실우려도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투자자는 2016년 미국·유럽 등지의 부동산 가격이 과대 평가되는 시기에 집중 매입했기 때문에 손실 우려가 높다. 더군다나 상업용 부동산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코로나 사태가 확산될수록 손실 위험이 가중된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유동화 시점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자금을 보호하고 부동산 투자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대체투자 펀드 잠재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주요 사항에 대해 각 사별로 이사회에 보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기 변동에 대한 선제 대응과 철저한 예측 준비로 부동산 투자시장의 선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정부와 금융 당국의 역할이 필요할 때다.

※ 필자는 상업용부동산 관리 서비스 기업인 백경비엠에스의 컨설팅 팀장이다.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부동산자산관리사(CPM)와 미국상업용부동산중개자문(SIOR) 자격을 갖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부동산 컨설팅을 수행하고 행복건축학교에서 예비건축주 강의를 하고 있다.

1570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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