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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언택트 플랜 요금제’는 생색용?] “다른 요금제보다 30% 저렴” VS “할인혜택 막아 인하 효과 없어” 

 

안 터지는 5G, 고가요금제 논란 피하려는 꼼수 지적도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영상 SKT MNO 사업대표가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종로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이동전화 요금제를 변경하려다 마음을 바꿨다. SK텔레콤 이용자인 그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싶어 30% 저렴하다는 언택트 플랜 요금제를 써볼까 했지만, 따져보니 메리트가 없었다”고 말했다. 언택트 플랜 요금제를 선택하면 다른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요금 인하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상 통신사가 생색내기 위해 만든 요금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지난 1월 15일 출시한 언택트 플랜 요금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 측은 “기존 요금제와 비교해 약 30% 저렴한 요금 수준으로 설계됐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다른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막아놓아 요금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SKT “선택약정할인 전 요금보다 30% 저렴”


‘언택트 플랜’은 SK텔레콤이 최근 선보인 새 요금제다. SK텔레콤 측은 데이터 제공량 등 기존 요금제와 비슷한 조건에 월정액이 30%가량 저렴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데이터, 집전화·이동전화 무제한 상품인 ‘5GX프라임’ 요금제는 월정액 8만9000원인데, 같은 조건의 ‘5G언택트 62’ 요금제는 월정액 6만2000원이다.

문제는 기존 요금제와는 달리 SK텔레콤이 언택트 플랜 가입자에게는 선택약정할인, 결합할인 등의 혜택을 주지 않는 데 있다. 기존 요금제도 이런 혜택을 중복해 받으면 월정액 요금이 확 줄어든다. 경우에 따라 통신비가 언택트 플랜 요금제와 비슷하거나 저렴해질 수도 있다.

선택약정할인은 자급제폰 사용자가 통신사와 12개월 또는 24개월 약정을 하면 월정액의 25%를 깎아주는 제도다. 8만9000원짜리 요금제 사용자가 선택약정을 할 경우 내야 하는 통신요금은 6만6752원이다. 5G언택트 62(6만2000원)와 요금차이는 5% 수준이다. 여기에 일반 요금제 이용자가 집에서 인터넷을 사용해 이동전화와 인터넷 결합(개인형 결합) 할인 혜택을 받으면 이동전화 월정액의 10%를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다. 선택약정할인과 개인형 결합 혜택을 동시에 받을 경우 월정액의 35%를 감면받아 월 8만9000원짜리 요금제를 5만7850원에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SK텔레콤 이동전화를 사용하는 가족 구성원의 가입 기간 총합이 30년 이상이면 월정액 30% 할인 혜택(패밀리형 결합)도 받을 수 있다. 선택약정할인과 패밀리형 결합할인 혜택을 함께 받으면 월정액의 55%를 감면받게 된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언택트 플랜 요금제 이용자만 이런 결합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만들면서 소비자가 볼 수 있는 요금 감면 혜택도 줄였다. 그러면서도 이런 상황 설명을 생략한 채 언택트 플랜 요금제가 다른 요금제보다 ‘30% 저렴하다’고 홍보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일반요금제 사용자가 선택약정할인을 받기 전 요금과 비교하느냐 받은 후 요금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달리 볼 수 있지만, 받기 전 가격과 비교하면 30%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다른 요금제를 사용하면서 할인 혜택을 받으면 언택트 플랜과 요금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SK텔레콤 측도 알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원욱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이 주도하는 고객 통신비 절감 정책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실제 요금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이원욱 의원실 관계자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언택트 플랜은) 결합할인을 신청하지 않는 이용자를 위한 요금제”라며 “수치상으로 저렴한 요금제가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이 요금제를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SK텔레콤 관계자는 “요금 측면도 있지만, 이용자들의 선택지를 다양화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합할인이나 약정할인을 받기 위해선 다양한 절차가 필요하고 일정 기간 요금제 이용을 약속해야 하는데, 언택트 플랜에 가입하면 번거로움 없이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급제폰을 이용하면서 약정할인 혜택을 받지 않는 가입자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저렴한 요금제가 더 유리하다”며 “기존 요금제와 할인제도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이용자가 자신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렴한 요금제? 저렴해 보이는 요금제?

하지만 일각에서는 5G 인프라 확충 미비로 비판을 받은 통신사가 ‘비싼 요금제’ 문제로 논란이 커지자 면피성 대책을 내놓은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5G 품질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5G 초기 가입자들은 망 불안정성 등의 문제로 연결 끊김, 배터리 소모 증가 등의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도 월정액 요금은 최고 수준이었다. LTE의 경우 상용화 10개월 만에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데 반해 5G는 가입자 1000만명을 기록하기까지 19개월이 걸린 것을 보면 이용자들의 불만을 짐작할 수 있다.

급기야 지난해 통신사들은 국정감사에서 5G 고가요금제와 관련해 질타를 받았다. 2020년 10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서비스는 제대로 안 되는데 돈을 다 받는 모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 대표는 당시 “고객 친화적이고 편익이 증대되는 요금제 개편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늦어도 연말에서 내년 초까지는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내놓은 요금제가 언택트 플랜이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 말대로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요금 인하에 대한 압박을 받은 통신사들이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대신 ‘저렴해 보이는 요금제’를 출시하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1570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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