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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HMR로 승부수 띄운 CJ제일제당] 염분 덜고, 영양 더했다 

 

CJ제일제당, 건강간편식 ‘더비비고’ 론칭… 도가니·가자미·문어 등 식재료도 차별화

▎ 사진:CJ제일제당
#1. CJ제일제당 건강간편식(Healthy HMR) ‘더비비고 차돌우렁강된장 덮밥소스’에는 우렁(논고동살)이 들었다. 우렁은 식재료로 사용 가능한 부위와 이물로 느낄 수 있는 부위가 나뉘는데 형태상 손질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측은 우렁 7종을 구해 머리·내장·식도 등을 해부하는 동시에 관련 논문 연구 등을 통해 이물 구분 방법이 표기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더비비고 원물 선별장에선 이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일일이 수작업으로 우렁을 손질한다.

#2. 현대백화점이 현대식품관을 통해 선보인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원테이블(1Table)의 ‘담양 죽순밥’은 담양산 죽순을 주재료로 만든 요리다. 가마솥 직화방식에 다시마를 우려낸 물로 밥을 지었다. 죽순과 표고버섯·부추 등도 모두 국내산 재료로 엄선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죽순 수급을 비롯해 프리미엄 재료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며 “팬에 기름을 두르고 3분 정도 볶아 주기만 하면 될 정도로 간편하지만 영양식으로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건강간편식 시장 10조원 추산


가정간편식이 달라졌다. 외식 대신 가정에서 요리하는 ‘홈쿡족’이 늘면서 HMR을 찾는 이들이 증가했지만 그동안 ‘HMR’과 ‘건강’은 쉽게 연관되지 않는 키워드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찌개류 HMR 687개의 영양성분을 분석한 결과, 이들 제품의 나트륨 함유량은 1일 기준치의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열량·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영양성분 함량은 1일 기준치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HMR을 꺼리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은 2019년 기준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연평균 약 1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가정에서 요리하는 비중이 크게 늘며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HMR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수록 저염·저칼로리·저당식 등 식단으로 건강을 챙기려는 이들도 늘었다. 식약처에 따르면 ‘나트륨 저감 섭취 필요성 인식도’는 2015년 78.6%에서 지난해 84.7%로 높아졌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건강간편식 브랜드 ‘더비비고’를 론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에 일부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영양기능식이나 다이어트를 위한 저칼로리 간편식은 존재하지만 건강한 한식을 지향한 HMR 시장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며 “HMR 소비가 늘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더비비고가 차세대 한식 HMR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HMR 시장은 1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건강간편식’으로 볼 수 있는 ‘헬스 앤 웰니스 간편식(Health&Wellness Ready Meals)’ 시장은 10% 수준인 약 10조원 규모다. 과거 이 시장이 유기농이나 저칼로리 제품 위주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소비자의 다양한 식생활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세분화되고 있다.

글로벌 식품회사 네슬레가 지난해 출시한 ‘라이프 퀴진(Life Cuisine)’의 경우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저탄수화물·채식·고단백·글루텐프리가 그것이다. 네슬레는 1981년부터 저지방, 저칼로리 다이어트 콘셉트의 ‘린 퀴진(Lean Cuisine)’을 선보였다. 이는 비건·유기농, 집밥, 이국음식, 전통음식 등이 포함된 카테고리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HMR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20여 년 만에 라이프 퀴진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기존 제품이 주로 채식주의자나 영양식이 필요한 일부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일반인이 주로 즐겨 찾는 메뉴에서도 건강과 영양균형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CJ제일제당은 ‘더비비고’ 브랜드를 론칭하며 국물요리·덮밥소스·죽 등 세 가지 카테고리 각 4종씩 12종을 우선 출시했다. 건강식에 주로 사용하는 식재료를 사용해 과한 섭취가 우려되는 나트륨과 콜레스테롤은 줄이고,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인 단백질과 식이섬유는 더했다. 기존 HMR에선 들어가지 않은 도가니·수삼·문어 등 건강식에 주로 사용하는 재료의 원물감을 살리면서 아낌없이 넣은 것도 특징이다.

‘HMR은 저렴해야’ 인식 어떻게 깰까

영양과 원물을 채운 만큼 가격도 높아졌다. 더비비고의 경우 ‘수삼갈비탕’이 8980원, ‘도가니탕’이 9980원으로, 사실상 값이 1만원 대에 달한다. 비슷한 메뉴의 비비고 브랜드 제품에 비해 2~3배 높은 가격이다. 현대식품관 ‘우미학 차돌 깍두기 볶음밥’(8900원), 마켓컬리 ‘닭곰탕’(9500원), 현대 그린푸드 ‘바다향 물씬 전복 흑미 리소토’(1만1500원) 등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어지간한 외식비와 맞먹는다. “이 가격이면 직접 맛집을 찾아 가서 먹겠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소비자가 HMR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저렴해서(23.1%)’인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가격은 중요한 조건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출시 첫 달인 11월 매출이 월 평균 매출 대비 70% 가량 증가했다”며 “짜지 않고, 건강한 음식을 찾는 동시에 간편함을 추구하는 ‘편리미엄’ 소비 트렌드에 따라 관련 시장 역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뷰] 정우영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HMR팀 선임연구원 - “가정식 닮은 건강한 HMR, 저희 아이들도 먹입니다.”


▎ 사진:CJ제일제당
맞벌이를 하는 정우영(40)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HMR팀 선임연구원이 매일 하는 고민은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오늘 저녁엔 또 뭘 먹지”였다. 바쁜 아내와 가정간편식(HMR)을 즐겨 먹는 정 연구원은 초등학생 두 자녀가 함께 먹기에도 부담 없는 건강한 HMR 제품에 대해 늘 고민했다. 3년여 연구 끝에 나트륨을 줄이고, 맛과 품질은 가정식에 가까운 건강간편식 브랜드 ‘더비비고’가 탄생했다. 정 연구원은 “더비비고를 통해 가공식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과 연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소비자가 원하는 영양소를 선정하고, 법적 기준을 토대로 내부 영양 설계 기준을 설정하는 동시에, 나트륨은 줄였지만 맛은 살리는 간편식을 만드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이와 관련해 단순히 염도(나트륨)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각 메뉴마다 셋팅된 염도를 기반으로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도록 고형물 구성, 원물 전처리, 살균 조건 등을 고려했다. 기존 HMR에서 찾아볼 수 없던 메뉴와 구현 가능한 원물을 수급하는 것 자체도 어려운 과제 중 하나였다.”

가자미, 문어 등 HMR 제품에서 볼 수 없었던 재료를 썼는데.

“건강식 콘셉트의 제품을 연구하다 보니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원물을 많이 다뤄야 했다. 가장 난항을 겪었던 원물은 스지(소의 사태살에 붙어 있는 힘줄)와 도가니를 꼽을 수 있다. 원산지나 사용 부위, 사육 방식 별 품질 편차가 커서 가장 적합한 품질의 원물을 선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문 음식점 수준의 원물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전처리 조건을 테스트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깔끔한 국물 맛을 구현하기 위해서 공정 과정에서 원물의 지방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했다.”

정 연구원은 2013년 국내 최초로 ‘건강기능식품 즉석밥’을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6년 여의 연구 끝에 ‘식후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햇반’을 개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후 당의 흡수를 완만하게 도와주는 기능성 원료로 인증한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 소재를 함유해 만든 즉석밥으로, 주식류 가운데 처음으로 식약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 받았다. 2015년 국·탕·덮밥·비빔밥 등의 상온간편식 ‘햇반컵반’을 출시해 ‘컵밥시대’를 연 것도 정 연구원의 공이 컸다. 이 제품은 현재 컵밥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연구개발 기간 동안 코로나19 등으로 HMR 트렌드가 급변했다.

“최근 가장 큰 변화는 HMR의 ‘프리미엄화’와 ‘건강한 HMR’이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정에서 직접 조리나 HMR 제품을 활용하는 등 내식의 비중이 커졌고, 집에서 직접 손질하기 어려운 고급 식재료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편리미엄’이 전체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제 HMR은 가정에서의 요리를 대체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외식까지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이 돼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간편식 ‘더비비고’는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건강간편식’ 시장 전망과 앞으로 집중할 연구 계획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안심할 수 있는 건강한 식품에 대한 소비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춰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으면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메뉴들을 중심으로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더비비고’ 제품이 지향하는 저나트륨 제품에 대해서도 짜지 않지만 너무 싱겁지도 않은 적정선을 설정해 다양한 원물을 넣은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70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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