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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널린 ‘유사투자자문’ 서비스 피해 주의보] 주식 활황 타고 현재 2000여곳 운영 중 

 

2019년 가입비 환불 등 피해액 100억원 넘어… 제도 폐지 목소리도 나와

얼마 전부터 스마트폰에서 유튜브 앱을 켜면 메인 화면에 나타나는 광고가 조금 달라졌다. 게임이나 건강식품, 중고차 견적 비교, 카드사 등의 광고가 주를 이뤘는데 2~3개월 전부터 핸드폰 번호까지 공개하면서 급등주식을 알려준다는 광고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광고 설명을 보면 대부분 접속 링크가 있는데, 이 주소로 들어가면 상한가 종목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는 광고가 나온다. 요즘 말 많고 탈 많은 ‘유사투자자문 서비스’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봤다. 유튜브와 카톡 채팅방 등을 통해 번지고 있는 유사투자자문 서비스의 운영방식은 대부분 비슷하다. 유사투자자문 서비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100% 수익 약속’ ‘인공지능을 이용한 급등주 추천’ 등의 홍보 문구와 함께 상승 종목을 추천한다는 안내글을 볼 수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주식 정보가 대부분


물론 유료다. 가격도 1개월에 수십만원부터 수백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실시간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제공하고, 추천주 종목 분석 정보, 내일장 예상 1순위 종목 추천과 심지어 발표되지 않은 기업 정보를 제공한다고 홍보한다. 유사투자자문사 대부분은 무료 체험을 할 수 있는 신청란이 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겨놓으면 10여 분 후에 담당자의 전화가 온다. 직업과 연령대, 주식투자 여부 등을 확인한 후 오픈 채팅방에 입장할 수 있는 링크와 패스워드를 받는다.

2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고 있는 오픈 채팅방에 입장했다. 일명 주식 리딩방이다. “오늘 장이 어땠다” “수익률이 좋았다” 등의 대화가 계속됐다. 간단하게 보내온 주식 정보를 보니 “우리가 추천한 종목이 50% 수익을 올렸다” “100%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등의 홍보가 대부분이다. 이홍보 문구에 ‘혹해’ 가입비를 내고 유료 회원 서비스를 이용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정보지를 받아봤는데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복사한 것도 있고, 정보지를 분석한 자료나 신문 기사를 뿌려주기도 한다”면서 “특별한 수준의 정보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주식 리딩방 운영자에 대해 “금융 전문성과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이 사전에 검증되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누가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많은 이들이 유사투자자문 서비스에 가입하고 또 그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 피해가 늘면서 ‘유사투자자문 제도를 폐지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사투자자문업은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정한 대가를 받고 간행물·출판물·통신물·방송 등을 통해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에 자문 서비스를 1:1로 제공하는 투자자문업과는 다르다. 1990년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운영되던 사설 투자자문업자(일명 부티크)의 폐해가 커지면서 이를 양성화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1997년 1월 증권거래법(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이 제도가 도입됐다. 투자자문업은 등록제지만, 유사투자자문사는 금융감독원에 신고만 하면 운영이 가능하다.

2016년 500개에 불과했던 유사투자자문사는 2019년 12월 1826개, 2020년 12월 2122개로 늘었다. 지난해 주식투자 열풍이 불었음을 유사투자자문사의 급증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금융위에 신고한 수치이고, 신고하지 않고 운영하는 유사투자자문사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투자자문사가 난립하면서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6월 ‘주식 리딩방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낼 정도였다.

유사투자자문 서비스로 인해 나오는 피해 중 가장 빈번한 것이 유료 가입비 환불을 거부하거나 지연, 혹은 위약금을 과다하게 청구하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피해들이 많다.

유료 가입비 환불 문제 빈번히 발생

유사투자자문 유료 서비스 가입자 A씨는 주식투자정보 서비스를 13개월간 이용키로 하고 600만원을 결제했다. 그러나 주식투자로 손실을 봤고, 결국 계약해지를 요청했다. 주식 리딩방 운영자는 연락을 거부하면서 환급해주지 않았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1년간 서비스를 이용키로 하고 300만원을 결제했다. A씨와 마찬가지로 손실을 봤고, 해지를 요청했는데 서비스 정상 가격이 1200만원이라면서 환불받을 금액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피해자 C씨 역시 1년 계약으로 330만원을 결제하고 주식투자를 했지만 손실을 보고 해지를 요청했다. 유사투자자문사는 1년 중 1개월만 유료기간이고 나머지 11개월은 무료기간이기 때문에 환급할 금액이 없다고 환불을 거부했다. 이 외에도 정보이용료 외에 ‘교재비’ 등의 명목으로 추가금액을 공제하고 환급을 해준 곳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주식투자정보서비스 가입비는 1인당 평균 계약금액이 373만원이고, 최고가 계약금액은 3600만원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신고 건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건수는 2017년 475건이었지만, 2018년 1621건, 2019년 3237건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10월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 피해 금액은 2016년 4억7830만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 52억2776만원, 2019년 106억3865만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도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유사 투자자문업자 263곳을 점검해 무인가·미등록 영업 48건을 적발해 경찰청에 통보했다. 금융위원회도 금융위·금융감독권·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집중대응단을 가동하기로 했다.

제도 자체의 폐지는 어떨까?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 최창보 팀장은 “유사투자자문업을 없애면 정보를 얻기 어려운 이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유사투자자문업에 대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 개정을 포함해 여러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주식을 하는 데 개인이 주체적으로 정보를 얻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형구 사무처장도 “주식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금물이다. 다양한 정보는 참조만 하고, 주식 투자에 관한 공부를 스스로 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중요한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취재를 위해 참여한 무료 체험 주식 리딩방에는 끊이지 않고 사람이 입장했다. 방장봇이라는 챗봇은 ‘입장을 환영합니다. 문의 사항은 아래 링크로 문의주세요’라는 고정적 멘트를 계속 내보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유료 회원 가입 서비스로 연결된다.

-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1571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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