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다각화 모색했지만 수익 미미… 도시정비사업으로 코로나 손실 메워
▎서울 영등포구 한 재개발 현장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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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지난해 실적이 움츠러들었다. 전체 매출이 늘었어도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등 손에 쥔 돈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건설 사업 비중이 큰 건설사는 코로나19 타격에 따른 부침을 겪었다. 반면 국내 주택시장 열기에 탄력을 받은 건설사는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늘었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19사태 속에서 나름 선방했다는 게 업계 평가지만, 건설사 간에 실적 희비가 갈리는 양극화가 예전보다 두드러졌다.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공시한 2020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실적(잠정)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실적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매출이 2019년 11조6520억원에서 2020년 11조702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400억원에서 531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삼성물산은 자산과 지분 구조가 얽혀 있어 건설부문의 당기순이익을 분리해 밝히진 않았다. 다만, 건설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로 미뤄봤을 때 코로나 사태에도 손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부문의 실적은 건축·플랜트·국내사업이 주도했다. 특히 플랜트 사업의 공정 호조가 실적 확대를 이끌었다. 지난해 수주 실적을 봐도 토목보다는 건축(약 6조9770억원)과 플랜트(1조9770억원)가 대부분이었고, 국내 수주(6조2320억원)가 해외 수주(3조2650억원)의 2배에 이른다. 국내에서 지난해 하반기에만 사학연금 서울회관, 부산 에코델타시티 스마트빌리지 등 약 4000억원의 공사를 수주했으며,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에서도 1조490억원어치를 따내 실적을 키웠다.
국내 최다 공급했던 대우건설, 수익성 개선대우건설 실적도 호조를 나타냈다. 매출이 2019년 8조6519억원에서 2020년 8조1367억원으로 6.0%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3%(3641억원→5583억원), 당기순이익은 40%(2012억원→2826억원) 각각 증가했다. 수익성을 크게 개선한 모습이다. 이는 5대 빅 브랜드 건설사 중 가장 두드러진 실적이다. 2020년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GS건설(약 7504억원), 대림산업 건설사업(7413억원), 대우건설(5583억원), 현대건설(5489억원), 삼성물산 건설부문(5310억원) 순이다. 하지만 2019년 대비 괄목 성장한 곳은 대우건설이 유일하다. 신규수주도 지난해 13조9126억원으로 목표(12조8000억원)를 8.7% 초과 달성했다.대우건설 매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사업분야는 주택건축(약 64%)이다. 다음으로 토목(19%), 플랜트(14%), 연결종속기업(3%) 순이다. 지난해 초 코로나 공포로 국내 주택 분양에 제동이 걸렸지만 주택시장의 사재기 과열 덕에 하반기로 갈수록 분양행진이 순조롭게 이어졌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전국 총 3만5000여 가구를 공급하며 민간 건설사 중 최다 공급량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주택건축부문의 수주잔고가 급증하고, 부채비율이 줄면서 재무 안정을 다질 수 있었다.이와 달리 현대건설·GS건설은 2020년 실적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목표액을 매출 17조40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으로 계획했었다. 하지만 매출이 2019년 대비 2020년 1.8%(17조2787억원→2020년 16조9708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6%(8596억원→5489억원), 당기순이익도 -60%(5733억원→2276억원)를 보였다. 신규수주도 목표(28조원)보다 작은 27조1589억원에 그쳤다.
주 요인은 해외사업 부진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해외사업 영역을 플랜트·해양·수자원 등으로 넓혀왔다. 해외사업 비중이 지난해 기준 약 40%에 달한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발생한 공사 지연, 인력 수급, 방역 강화 등에 대응하는 비용이 발생하면서 실적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현대·삼성과 국내시장을 3등분하는 GS건설도 실적이 움츠러들었다. 매출이 2019년 10조4165억원에서 2020년 10조1229억원으로 2.8% 가량 감소했다. GS건설은 지난해 목표를 매출 11조5000억원으로 잡았는데 예상 밖으로 12%나 빠진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약 7672억원→약 7503억원), 당기순이익도 -26.3%(약 4474억원→약 3296억원)를 나타냈다. 손실의 일부는 지난해 목표(11조5000억원)를 8% 초과 달성한 12조4113억원의 신규수주로 채웠다.그간 성장에 한계를 느껴왔던 GS건설은 신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에만 인도 태양광 발전, 배터리 재활용, 영국·폴란드 조립주택 기업 인수, 스마트 양식장 조성 등에 뛰어들었다. 수익은 아직 미미하지만 건설과의 연쇄효과가 기대되는 분야다.
주택시장 물량 공세로 수익확보·원가유지
▎현대건설이 공사한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와 아치 구조물. / 사진:현대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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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은 건설사업과 석유화학사업 등을 합쳐 매출이 2019년 9조7001억원에서 2020년 10조265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1301억원→1조1781억원, 순이익은 7103억원→5715억원의 실적을 나타냈다. 건설사업은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특히 주택사업 분야에서 큰 이익을 거둬 7413억원에 이르는 별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부터 DL이앤씨로 독립한 대림산업 건설사업은 주택수요 폭증에 힘입어 올해 신규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많은 11조5000억원으로 잡고 있다.대림산업은 건설이 주력 사업부다. 특히 지난해엔 석유화학사업부가 코로나 사태로 수익이 악화되자 건설사업부가 대림산업의 실적을 책임져야 했다. 대림산업은 2018년부터 주택공급량을 늘리기 시작해 1만5139가구에서 2019년 20661가구, 2020년 21932가구로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다. 2021년에도 2만 가구 이상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양호한 원가수준 유지와 수익원천 확보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대림산업은 올해부터 체재를 전환해 DL홀딩스(지주사)·DL이앤씨(건설사)·DL케미칼(석유화학사)로 분할 출범했다. DL이앤씨 대표 자리엔 LG전자 출신 마케팅 전문가를 앉혔다. 홀로서기를 위한 신사업 발굴, 디지털 전환, 수주경쟁력 강화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읽히는 대목이다.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은 손실의 일부를 지난해 재개발·재건축 같은 도시정비사업으로 메울 수 있었다. 이 시장에서 현대건설은 약 4조7380억원을 수주했다. 창사 이래 역대 최대, 업계 최고 규모다. 다른 건설사들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포스코건설이 약 2조7456억원, 롯데건설 2조6326억원, GS건설 2조5090억원, 현대엔지니어링 1조4207억원, 대림산업 1조3958억원, 중흥토건 1조1553억원, DL 자회사인 대림건설(옛 삼호+고려개발) 1조746억원, 삼성물산 건설부문 1조487억원, 대우건설 8728억원을 거뒀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자, 집값 급등, 공급 부족, 규제 강화 등으로 수요가 폭증한 국내 주택시장에 건설사들이 주력한 것이다.이들 5대 건설사는 2021년에 신규수주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신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진데다 착수한 신사업들도 수익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연간 건설투자(건설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는 전년 대비 2018년 -4.0%, 2019년 -3.3%, 2020년 -0.1%로 3년 연속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 한 해에만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4.2%에서 4분기 -2.5%까지 떨어졌다. 2021년에 역대 최고 예산 558조원을 풀어 건설부동산 분야에서 기반시설(SOC) 확충, 신도시 건설, 주택공급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철한 연구위원은 “건설경기가 불황기에 접어들면 저점에 닿기까지 통상 2년~2년6개월 걸린다. 코로나 사태가 재확산 되지 않으면 2021년 하반기쯤 회복기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가 SOC 부양책을 통해 민간투자를 이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