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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플랫폼 강자’ 한유순 다방 대표] “6월부터 전·월세 ‘전자계약’ 시대 연다” 

 

상태 확인에서 권리관계까지 ‘온라인 원스톱’… 부동산중개 인식 높이고, 투명거래 초석

▎한유순 다방 대표는 “전자계약은 건전한 부동산 시장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다. 부동산 거래 선진화를 꾀하겠다”고 강조했다. / 사진:전민규 기자
프롭테크(정보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산업) 스타트업 ‘다방’이 부동산 전자계약에 도전장을 냈다. 다방은 2013년 창업한 부동산정보 플랫폼으로, 6월 ‘다방 전자계약’ 서비스를 출시한다. 전·월세 임차인은 다방 애플리케이션에서 허위매물 여부와 등기부등본·건축물대장·권리 분석 등 계약에 필요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임대인은 체계적으로 매물을 관리해 공실을 줄이고 인건비·광고비를 줄일 수 있다. 다방은 일종의 전자 공인중개사로서,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데이터를 구축해 임대계약을 지원한다.

다방은 출범 초기부터 암행어사 제도 등을 도입해 허위매물 줄이기에 주력했다. 데이터가 투명하고 매물이 건전해야 플랫폼으로서 역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물확인 메신저’ 등을 운영해 허위매물 신고 건수를 대폭 줄였다. 1월 25일 초 만난 한유순 다방 대표는 “전자계약은 건전한 부동산 시장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라며 “공인중개사에 대한 나쁜 인식을 낮추고, 부동산 거래 선진화를 꾀하겠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경영의 어려움이 있었을텐데.

“코로나19 사태로 안전 문제에 민감해지면서 지난해 많은 시간을 지체했고, 부동산 광고법 강화 영향도 받았다. 다방이 수년간 준비해 온 전자계약 사업이 지난해 출시됐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2020년의 고충은 새로운 경험이었고,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프롭테크 플랫폼 기업으로서 차별화 포인트는.

“매매보다 1~2인 가구에 최적화한 전·월세 시장에 집중한다. 아직 인공지능(AI) 수준에 이르진 못했지만,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가격·입지·교통·편의시설 등 요소별 점수를 종합적으로 계산해 매물 정보를 제공한다. 법무법인과 손잡고 매물의 권리 분석도 하고, 추천 알고리즘도 마련했다. 창업한 뒤 7년간 등록된 수백만 건 매물의 데이터를 확보해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허위매물 잡는데 전력, 추천알고리즘도 개발


▎다방은 매물의 엘리베이터·CCTV 개수는 물론 권리관계 등의 정보도 제공한다. / 사진:김유경 기자
데이터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서비스는.

“허위매물을 잡는 것이다. 조사했을 때와 실제 간 가격 괴리가 있으면 재빨리 수정해 사용자에게 올바른 수치를 보여준다. 히트맵(사람의 열분포를 비주얼로 보여주는 그래픽)을 이용해 유동인구를 나타내기도 하고, CCTV 위치 등 여성 안전지대를 초록색으로 표시해준다. 주거 성비·연령대 등 데이터를 어떻게 세분화해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다.”

한 대표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규모에 비해 프롭테크 유니콘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해외와 비교해 시장의 성숙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해외의 경우 더욱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은 카카오톡이나 배달의민족과 달리 1~2년에 한 번씩 정도 때문에 다른 산업에 비해 시장 관심도가 떨어진다”며 “다방은 경쟁사들 보다 노하우는 상당히 앞서 있지만 아직 7년차 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은.

“올해 출시하는 전자계약이다. 온라인으로 모든 부동산 업무를 볼 수 있는 모델이다. 호텔을 예약하듯 실제 방을 보지 않고도 집 계약부터 잔금지급·등기·세금 등 모든 업무를 온라인에서 처리한다. 비즈니스 측면으로도 그동안 광고와 매물 정보에 집중했던 것을 계약까지 확대하고 있다.”

부동산 계약의 온라인화는 제도적 허들이 높지 않나.

“3년 전부터 스토리보드를 숱하게 썼다 지우며 전략을 설계하고 많은 법률 검토를 진행했다. 공인인증서 폐지와 같은 굵직한 이슈가 있었고, 최근 온라인으로의 트렌드 변화를 살펴봤을 때 현실화에 가까워졌다. 내부에서도 자신하지 못하는 의견은 있지만, 첫술에 배부를 거란 생각은 안 한다. 간편한 거래와 비용 절감을 지향하는 특정 매물과 전·월세 시장을 겨냥한다.”

사용자의 온라인 부동산 거래 경험이 부족한데.

“집은 보고 계약해야 한다는 대중의 생각은 큰 장벽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정보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 많은 사진과 VR(가상현실) 동영상 자료 등으로 비대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플랫폼을 통해 소통하도록 지원한다. 전자계약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다방이 신뢰 가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

소음·결로·누수 등은 영상만으로 알 수 없다.

“물은 잘 내려가는지, 곰팡이는 없는지, 온수는 잘 나오는지 등 50가지 넘는 체크리스트를 갖고 있다. 전자계약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허위 매물이다. 전자 계약을 통한 매물은 더 꼼꼼히 선별, 관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호텔처럼 억지로 꾸밀 필요는 없다. 매물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더욱더 쌓을 수 있다.”

전자계약이 안착해도 사업 모델화가 어렵지 않나.

“전자계약이 길을 뚫으면 인테리어·법무·수리·이사 등 여러 비즈니스가 따라온다.”

전자계약으로 소비자가 얻는 효용은.

“창업 당시에 익숙지 않은 부동산업에 진출하는 게 타당한가 하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작은 변화를 일으켜 시장을 발전적으로 만들 수 있으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팀을 설득했다.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 허위매물과 가짜 광고를 몇 천건씩 검수한다. 전자계약도 건전한 시장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다. 한국은 공인중개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시스템이 낙후됐는데도, 막대한 수수료를 챙겨서다. 이런 인식을 바꾸고, 부동산 거래 선진화를 꾀할 것이다.”

전자계약 활성화되면 새 비즈니스 모델 문 열려

직방·호갱노노 등과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나.

“규모도 잘 키웠고, 운영도 잘하고 있다. 일부 경쟁 관계가 있지만, 목표 시장은 다르다. 다방은 한국의 부동산 거래 방식을 의미 있게 진전시키고 혁신하기 위해 정보기술(IT)에 접근하고 있다. 직방은 전자계약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아파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도 기반의 부동산 매물 정보라는 골격은 똑같은데.

“부동산 플랫폼들은 모두 광고 플랫폼에 가깝다. 그것을 한 꺼풀 벗겨보면 어떤 매물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제공할 것이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제공하는 정보량과 방식도 다르다. 광고와 고객 피드백, 정보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관건이다.”

광고만으로 사업을 영위하긴 어렵지 않나.

“최초부터 광고 플랫폼으로 시작해 사업을 조기 안착시키기 수월했다. 다만 광고사업은 한계가 있어 신사업으로 넓혀야 한다. 사용자를 많이 확보했지만, 수익화 모델이 없어 고민하는 플랫폼이 많다. 동네 중고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들이 대표적이다. 몇 년 전에는 일단 사용자를 많이 확보하면 뭘 해도 된다는 기류였지만, 요즘에는 튼튼한 수익 모델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몰린다.”

공유주거라는 새로운 경쟁상대도 떠오른다.

“공유주거는 소유를 중시하는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다. 주차장 등 여러 공간 공유 비즈니스가 등장했지만 성장하지 못했다. 한국인은 아무리 작은 공간이어도 자기 것에 대한 애착이 있다.”

통계를 통해 파악한 최근 부동산 동향은.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찜하고 찾아본 지역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업 초창기에는 서울의 자곡·세곡·마포·공덕, 인천 청라 등 지역에서 활동이 두드러졌는데, 최근에는 서울·세종·경기를 중심으로 대부분 지역이 뜨겁다. 전 국민이 부동산 투자에 뛰어든 듯하다. 전 연령대가 고르게 늘었고, 전세보다는 매매에 관심이 많다. 인기 지역은 예나 지금이나 강남이 압도적으로 높다.”

서울·세종·경기 모두 뜨겁고, 강남 인기는 여전

한 대표는 다방의 부동산 시장 접점을 전·월세 중개로 정한데 대해선 “젊은층의 부동산 시장 입문”이라며 “원룸·월세로 첫 부동산 거래를 경험하는 젊은층이 중개사들과 좋은 경험을 시작으로, 향후 오피스·아파트로 넘어갈 수 있도록 다방이 돕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2030 직장인들은 회사와 가깝고 본가와 먼 곳을 좋다고 평가한다”며 가성비 좋은 동네로 서울 교대역 부근을 꼽았다. 강남역에 비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그 밖에 서울 지역에선 수유리 등 강북 일부 지역과 강서를 가성비 좋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성동·강동은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평가했다.

미디어윌에 인수됐는데, 창업자로서 어려움은 없나.

“의사 결정 과정에서 많은 이견이 있었지만, 지난 5년을 돌이켜보면 잘 맞는 조합이란 생각이 든다. 모기업은 스타트업이 아니기 때문에 청년정신이 없을 수 있지만 30년 노하우로 무장한 각 분야 고수들이 사업의 원숙한 운영을 도와준다. 투자자이자 조언자로서 미디어윌은 최고 파트너며, 함께 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후회는 전혀 없다.”

자신을 어떤 CEO라 생각하며, 어떤 기업 문화를 만들고 싶나.

“대개 부하직원들에게 져주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조금씩 의견이 뒤틀리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리더가 희생하는 게 좋다. 직원들보다 더 희생하고 더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평가 영역은 정량적으로 관리하면 수치만 채우면 되기 때문에 쉽다. 그러나 그 사람을 온전하게 평가할 수 없어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부동산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전자계약은 2020~21년 이뤄야 할 일종의 미션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걸고 있다. 기대하는 공인중개사들도 많다. 앞으로 사용자 경험 등 극복할 허들이 많지만, IT기술을 기반에 둔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기대한다. 더 나은 부동산 시장을 만들기 위해 다방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72호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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