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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탈환 대작전’ 신세계, 남매가 뭉쳤다] 9년 전 롯데에게 당했던 치욕 되갚을까 

 

정용진 부회장 스타필드·야구단으로 판 키우고, 정유경 총괄사장 백화점·면세점으로 지원

▎신세계 백화점 을지로 본점 전경. / 사진:신세계그룹
'지금이 기회다. 인천으로 가자.’

신세계그룹이 전쟁을 준비 중이다. 무대는 인천이고, 상대는 롯데다. 2012년 반강제적으로 인천 알짜 사업장을 롯데에 뺏긴 것에 대한 분풀이를 하려는 듯 전사가 움직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총괄사장이 손을 잡고 백화점, 복합 쇼핑·문화 공간, 면세점까지 신세계그룹의 역량을 인천에 집중시키고 있다.

역량 총동원해 인천 유통 벨트 구축


신세계그룹은 인천 연고지의 SK와이번스 야구단 인수, 인천 신도심 백화점 출점, 인천공항 면세점 확장 등 오프라인 사업을 인천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미 조성에 들어간 스타필드 청라와 야구단은 정 부회장이, 신도심 백화점과 면세점은 정 총괄사장이 각각 사업을 맡아 움직인다.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세계그룹의 유통 벨트가 인천에 구축되는 셈이다.

신세계의 인천 공략은 스타필드 청라가 시작점이었다. 스타필드 청라는 2017년 8월 청라국제도시에서 건축허가를 획득한 이후 여러 행정적 절차를 통과한 끝에 지난해 7월 본격 조성에 들어갔다. 오는 2024년 완공될 예정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스타필드 청라를 통해 그동안 조성해 왔던 스타필드(하남·코엑스·고양·안성 등)보다 한 단계 진화한 새로운 개념의 테마파크를 선보일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른바 ‘2세대 스타필드’다. 당초 이 사업이 추진 될 때만해도 신세계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을 예측하는 이는 없었다. 단지 인천에 스타필드가 들어선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판이 바뀌었다. 정 부회장은 인수를 공식화하며 장기적으로 돔구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이를 두고 추후 스타필드 청라와 연계해서 인근 부지에 짓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부지 용도에 ‘운동시설’이 포함돼 있어 실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더욱이 신세계그룹은 일본 프로야구 구단인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를 벤치마킹하려 하고 있다.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홈구장 ‘생명파크 미야기’는 주변에 레스토랑·쇼핑·숙박·테마파크·체육시설 등을 배치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거래액 100조원, 회원 수는 1억명을 보유한 일본 최대 e커머스 업체 중 한 곳인 라쿠텐을 알리는 데 프로야구가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점 유치를 통해 인천지역 유통 패권 재탈환에 나서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최근 송도와 청라 등 인천 신도심을 중심으로 인천 복귀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두 지역 모두에, 혹은 두 지역 중 한 곳에 백화점을 출점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포석이다. 실제로 신세계는 최근 송도 부지에 대해 백화점 출점 컨설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2015년 송도신도시 내 인천대 입구역 근처 부지 5만9600㎡을 매입해 놓은 상태다. 청라에서도 백화점 출점이 전망된다. 쇼핑몰, 테마파크, 호텔 등과 함께 백화점도 입점하는 것으로 계획돼있다.

이외에도 신세계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T1)에 있는 면세점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탈한 롯데·신라면세점 자리를 일부를 메우기로 했다. 현재 인천공항 T1 신세계면세점의 면적은 7905㎡인데 8476㎡으로 571㎡가 늘어난다. 신세계 측은 당장 코로나19로 사태로 인한 위기만 잘 극복한다면 현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 뒤쳐져 있는 면세 사업을 한층 더 성장 시킬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인천 유통시장 재탈환 위해 백화점 출점 필수

현재 신세계는 그룹의 역량을 총 동원해 인천에서 오프라인 유통사업을 통합시킨 일종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왜 인천인지에 대한 나름의 이유도 있다. 유통 대기업 1, 2위 간의 자존심 문제도 걸려있다.

사실 1997년부터 인천터미널에서 백화점을 운영했던 신세계는 2017년까지 인천지역을 대표하는 유통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연매출이 9000억원 수준으로, 서울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에 이어 매출 3위를 기록하는 주요 매장이었다. 하지만 2012년 롯데그룹이 인천시로부터 신세계백화점이 위치한 인천터미널 부지와 건물을 9000억원에 매입한 뒤, 신세계백화점은 2018년 쫓겨나듯 인천을 떠나야 했다. 이후 롯데는 인천에서 다수의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며 인천 유통시장을 장악했다.

특히 백화점분야에서는 거의 롯데가 독식하는 상황이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소위 말하는 ‘백화점 빅3’ 중 인천에서 운영하는 백화점 점포는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단 1개다. 실제 송도와 청라는 인천 신도심으로, 이곳에 구매력과 인구가 집중돼 있지만 이들이 쇼핑할 곳은 마땅히 없는 상태다. 청라 거주자들은 주로 모다아울렛 인천점에서, 송도 거주자들은 주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에서 쇼핑한다. 송도 거주자들은 백화점 쇼핑시 그나마 제일 가까운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까지 나가는 게 보통이다.

이로 인해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은 롯데백화점 전국 매장 중 면적과 매출 측면에서 모두 상위 5위 안에 드는 우수 점포로 매출도 좋다. 인천의 백화점 구매 수요가 롯데로 모두 쏠리고 있는 만큼 인천 유통시장 재탈환을 위해선 백화점 출점이 필수적이다. 인천은 수도권 지역으로 인구가 300만명에 달하고 청라, 송도 국제도시 등을 중심으로 구매력이 높다. 유통업체가 포화상태인 서울, 경기와 달리 성장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시점도 딱 맞아떨어졌다. 롯데그룹 유통사업 부문이 대부분 사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신세계의 반격에 대응할 여력이 녹록치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16조762억원, 영업이익 3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8%(1조5458억원), 19.1%(818억원)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017년 8010억원, 2018년 5970억원, 2019년 4279억원 등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롯데그룹 유통부문과 달리 실제 실적이 준수한 편이다. 2019년 사성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던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7.4% 늘었다.

- 차완용 기자 cha.wanyong@joongang.co.kr

1576호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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