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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배’ 탄 테슬라·비트코인은 투기? 투자?] ‘롤러코스터’ 주가 변동성 테슬라·비트코인은 데칼코마니 

 

비주류 ‘반항’, 거품 논란, MZ세대 열광 등 공통점… 불안정성 해소 과제도 같아

▎ 사진:AP=연합뉴스
테슬라와 비트코인의 ‘롤러코스터’급 주가 변동성이 투자자들의 혼을 빼놓고 있다. 지난 1월 말 880.09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3개월여 만인 지난 3월 9일 563.00달러로 주저앉았다. 그러다 이내 600달러대로 반등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희망고문’을 안겨줬다. 비트코인도 시세에 큰 등락폭을 보였다. 비트코인 가격은 12일 6660만원을 넘어서는 기록을 넘보고 있지만 하루에 수백만원이 올랐다가도 1000만원 이상이 빠졌다. ‘대박’을 노리며 테슬라와 비트코인을 동시에 보유한 투자자들은 “멀미가 날 지경”이라고 호소한다.

“테슬라·비트코인 상관계수 0.951967”


테슬라와 비트코인의 최근 시세 흐름은 우상향하면서 변동성이 극심하단 점에서 닮은 모습이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지난 6개월 동안 테슬라 주식과 비트코인의 상관계수가 0.951967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동반자’적 변동성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 투자를 공식화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테슬라와 비트코인은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긴 했지만 둘을 묶어 부르진 않았다. 그런데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데 회사 현금성 자산(190억 달러)의 7.8% 규모를 쓰면서 시장의 시선이 달라졌다. 외신은 ‘한배’를 탄 둘이 어울린다고 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기차를 키워 자동차 시장에 큰 균열을 가져온 테슬라의 이미지와 들어맞는 투자”라고 했다.

① 주류에 대한 ‘반항’: 이런 현상은 테슬라와 비트코인의 탄생 배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의 출발점은 주류에 대한 ‘반항’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테슬라는 100년 넘게 세계 자동차 시장을 지배한 완성차 업체에 반기를 들며 교통과 에너지를 접목시켰다. 전기차 시대를 리드하며 주류에 보기 좋은 ‘한 방’을 먹였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업력이 한계로 남는다. 테슬라의 전기차 업력은 14년에 불과하다.

비트코인 역시 정부나 중앙은행의 개입한 화폐 제도를 뒤엎는 것이 목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중앙은행이 달러를 발행, 금융기관과 기업 CEO를 구제했지만, 이들이 그 돈으로 성과급 ‘파티’를 벌인 것이 문제였다. 제도금융에 대한 불신이 커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프로그래머는 누구도 개입이나 조작을 할 수 없는 화폐를 만들자는 이상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이를 통해 대중에 공개된 비트코인은 이제 막 12년이 지났다. 씨티은행은 “비트코인이 주류 화폐로 가는 길과 투기 붕괴 사이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변곡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② ‘거품’ 논란과 ‘튤립 파동’: ‘변화’에 뿌리를 두다보니 테슬라와 비트코인에 대한 ‘거품’ 논란도 닮았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 30여명이 제시한 테슬라의 목표주가 중 가장 낮은 수치는 67달러다. 투자 의견도 매수가 8명이지만 매도도 7명으로 입장 차가 팽팽하다. 워런 버핏의 오랜 사업 파트너이자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인 찰리 멍거는 지난달 CNBC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와 비트코인의 가격 폭등은 지나친 투자 광풍”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 거래를 매개하는 도구가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거품 논란은 테슬라와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가 ‘투기’에 불과하단 우려로 이어졌다. 이들을 빗대어 ‘튤립 버블’이 자주 언급된다. 경제적 버블을 의미하는 단골 표현으로 사용되는 ‘튤립 파동’은 약 400년 전인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났다. 오스만 제국에서 들여왔던 튤립은 식물 애호가나 귀족 계층이 선호하는 식물이 돼 가격이 급등했다. 여러 유통업자들의 손을 거친 튤립 구근 한 개 가격은 집 한 채와 맞먹을 정도로 거품이 극에 달했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수요자가 없어지자 튤립 가격은 약 4달 만에 최고점 대비 95% 이상 급락했다. JP모건은 한때 비트코인이 ‘튤립 버블’ 길을 걸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트코인과 튤립 모두 기존에는 시장에 없던 ‘새로운 것’이고 실물 가치가 없으며 높은 유동성이라는 시장 환경이 공통점이란 이유에서다.

③ 이상주의적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지지: 테슬라와 비트코인은 새로운 것과 실물 가치가 없는 미래 자산에 열광하는 투자자 성향도 비슷하다. 포브스는 두 자산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데는 “비슷한 성향의 투자자에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기술 덕후’를 넘어서 새로운 미래에서 자유를 느끼는 ‘스토리’에 열광하는 밀레니얼 세대란 설명이다.

테슬라 주주와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기관이 아닌 개미(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테슬라는 개인 주주가 절반 쯤 되는데 1980~1990년대 출생자가 주류를 이룬다. NPR은 “테슬라와 비트코인은 기술 유토피아적 이상주의를 표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비트코인 팬덤이 테슬라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 가능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두 자산의 투자자들은 ‘장기 투자’ 성향을을 나타낸다.

증권가에선 이들의 팬덤이 밀레니얼 세대에서 Z세대(2000년대 생)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수천만원 들여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젊은 세대에게 21세기의 금과 같은 물질적 실체는 중요하지 않다는 논리다. 실물 가치를 디지털이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는 시대에서 테슬라와 비트코인이 Z세대의 선택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단 것이다.

불안정성 해소가 과제, 보수적 금융당국 극복할까

이러한 공통점에서 테슬라와 비트코인이 뛰어넘어야 할 과제 또한 비슷하다. 결국은 불안정성의 해소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투자하면서 불안정성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이번 결정으로 테슬라는 각국 금융당국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암호화폐는 돈세탁과 범죄활동 등에 쓰인다”며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게다가 각국 중앙은행은 디지털 화폐(CBDC)발행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세계 모든 중앙은행의 80%가 디지털 통화 도입을 위한 시스템을 연구·개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이 만든 암호화폐에 대응해 탄생할 CBDC가 상용화되면 비트코인이 설 자리를 잃고 사라질 수 있단 예측도 있다. 주류를 뛰어넘기 위한 비트코인과 테슬라의 미래가 ‘투자’가 될지 ‘투기’가 될지 투자자들의 판단이 중요한 시점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은 급격한 가격 상승 흐름이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우므로 방어적인 관점에서 투자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1576호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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