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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의 ‘독자 금융 플랫폼 기업’ 도전] 네이버·카카오·토스와 결별… 그룹사 아우르는 수퍼 앱 개발 

 

고객 접점 잃으면 종속 가속화 우려… 앱 이용자, 영업망 탄탄해 겨뤄볼 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1월 4일 유튜브 생중계 등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의 ‘2021년 시무식’을 가졌다 / 사진:KB금융
2014년 10월 윤종규 KB국민은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에 오를 당시만 해도 그가 3연임 할 것으로 본 사람은 드물었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갈등이 도화선이 된 회장 선출이었기에 신임회장은 조직을 추스르는 차원의 단임 인선이 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윤 회장은 지난해 9월 다시 회장에 선출되며, KB금융지주의 첫 3연임 회장이 됐다. 실적, 조직 관리·확장 등에서 주주와 금융당국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회계사 출신인 윤 회장은 재무·전략통이다. 경력 특성상 안정 지향적인 관리형 경영자 성향이 뚜렷하다. 조직 내부의 갈등 봉합과 치유, 꾸준한 성장 등에 적임자다. 물론 윤 회장은 현대증권 인수 등 조직의 외연 확장·통합에도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다만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진 않았다.

그런 그가 회장 8년차에 접어들며 지금까지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도전을 선언했다.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이다. 체질 개선이라는 근본적 변화다. 게다가 경쟁 은행이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핀테크 선두주자들과 손을 잡은 것과 달리 독자 노선을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KB금융지주는 인공지능(AI) 금융 스피커를 개발하기 위해 네이버와 협업했지만 최근 이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이른바 빅테크 3인방과 동맹을 맺지 않은 유일한 금융회사가 됐다. 빅테크 기업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윤 회장의 의중을 반영한 조치다.

올해 주요 경영전략으로 ‘넘버원 금융 플랫폼 기업’을 제시한 윤 회장은 KB금융의 모든 금융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는 ‘수퍼 앱’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톡이 채팅·커뮤니티·뉴스·검색·쇼핑·예약 등 기능을 백화점 식으로 제공하는 것처럼 다양한 콘텐트를 공급하는 통합 앱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수퍼 앱의 중심축은 KB페이다. 은행·카드·보험 등 여러 금융 서비스를 패키지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페이 서비스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넓혀나간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네이버와 2년여의 IT 협업 중단


지난 10일 KB금융은 오는 11월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통합 KB페이 구축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앱인 리브메이트 3.0에 KB국민카드·KB페이를 연동할 계획이다. 여기에 KB손해보험·KB저축은행 등 계열사 서비스도 연동한다. 또 직방·호갱노노 등 신흥 강자들을 겨냥해 부동산금융 플랫폼 ‘리브부동산’을 내놓았다. KB시세 데이터를 즉각 반영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시세 예측, 빌라 시세 제공 등으로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했다. KB금융은 수퍼앱 구축과 더불어 부동산·투자·대출 등 돈과 관련한 종합 서비스를 다루는 플랫폼으로 변신할 계획이다.

대중이 익숙한 네이버·카카오·토스 등과 손을 잡으면 좀 더 쉽게 목표를 이룰 수도 있을 텐데 굳이 독자 노선을 걸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 회장이 디지털 주권 확보를 선언한 건 이대로 가면 빅테크 기업에 금융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네이버·카카오·토스 채널에 자사 계좌 등을 연동하는 방식의 제휴를 맺고 있다. 쉽게 새롭고 간편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과의 접점을 잃기 시작하면 빅테크 기업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빅테크 기업들이 기존 금융회사와 비슷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는 것도 윤 회장의 독자 노선 선택 이유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안에 자영업자 대출과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네이버페이는 후불결제 시장에도 뛰어들어 신용카드사에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저금리 고착화로 금융업의 수익 모델이 예대마진에서 수수료 등으로 무게중심이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독자 채널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KB금융이 2년 넘게 이어온 네이버와의 협업 관계를 정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KB금융 관계자는 “카카오·네이버 페이 서비스 제휴는 유지한다. 완전한 결별을 선언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KB금융만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내부 역량을 활용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여유만만하다. 디지털 영역에서 사용자들과의 접점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KB금융의 일회성 일탈 행위로 보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KB금융이 빅테크 기업의 페이 생태계에서 벗어나면 소비자들이 먼저 반발할 것이다. 독자생존은 어려울 것”이라며 “KB금융도 아직 구상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 액션에 나서기 전까지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KB금융도 맨땅에 헤딩할 수는 없다. 윤 회장이 ‘믿는 구석’은 무엇일까.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앱 월간 이용자 수(MAU)는 지난해 6월 기준 660만명이다. 절대강자인 카카오뱅크(754만명)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빅테크 기업 대비 뚜렷한 강점도 있다. 급여통장 등 풍부한 저원가성 예금 조달 능력과 오랜 기간 쌓은 기업금융 네트워크 등이다.

네이버 쇼핑에 의존하지 않고도 성공적으로 뿌리 내린 쿠팡, 자사 콘텐트만으로 넷플릭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 등의 사례도 있다. KB금융이 이미 보유한 구슬을 잘 꿰면 보배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KB금융의 온라인 역량을 어떻게,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그간 KB금융은 여느 금융회사처럼 각 계열사·사업부는 물론 서비스 기능별로 일관성 없이 앱 서비스를 내놨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KB금융 관련 앱은 리브·스타뱅킹·생명보험·차차차 등 50여 개에 이른다. KB카드와 기업카드 앱을 별도로 만들 정도로 체계를 잡지 못했다.

앱 메뉴도 사용자들의 사용 빈도보다는 기능별로 메뉴를 구성해 직관성·시인성이 떨어져 자주 쓰는 서비스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초 오픈서베이의 은행 앱 편의성 설문조사를 보면 카카오뱅크가 4.34(5점 만점)로 1위에 오른 반면, KB국민은행은 3.85로 6위에 그쳤다.

국내 대형 은행의 차세대 IT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한 개발자는 “사용자의 앱 편의성과 속도를 먼저 고려하면 초기 시스템부터 전면 교체하며 사용자경험(UX)·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설계해야 했다”며 “그러나 보수적인 은행권은 과거 자산(데이터) 보존을 위해 기능을 덧붙이는 식으로 개발한 결과 앱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KB금융은 클라우드 서버에 기반을 둔 ‘네이티브 방식’으로 통합 앱을 구축할 계획이며, 대형 IT 개발사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성·콘텐트 등 앱 경쟁력, 마케팅 다양화가 관건


KB금융 앱의 사용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마존이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를 제공하듯 풍부한 콘텐트가 뒷받침돼야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톡·네이버·토스는 쇼핑·웹툰·영화나 신용정보 조회, 예금 찾기 등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 공인인증이나 웹·앱 로그인, 공공서비스 알림 등의 용도로도 쓰인다.

정유신 한국핀테크지원센터장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모든 서비스가 연결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정체성을 금융으로 국한할 수 없다”며 “금융 플랫폼에 유통·콘텐트, 나아가 여러 기술 기업을 참여시킴으로써 융합 에너지를 창출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상업은행 미국 씨티그룹도 핀테크 앱 마켓 플레이스를 구축하는 한편 기술 기업에 고객 데이터와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를 제공함으로써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또 “빅테크 기업과의 제휴는 기술·서비스 종속 가능성과 샅바싸움이 불가피 하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테크핀 기업들과 연대해 독자적 생태계를 꾸리는 전략이 유리할 수도 있다”며 “궁극적으로 KB금융도 내부적으로 IT 역량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기술력 향상을 위해 인력 수급 등 측면에서도 자사 중심의 생태계를 꾸릴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국내 리딩뱅크라는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사용자의 지속적 방문을 유도하는 보상제도와 재미요인 등 마케팅 측면의 접근도 필요하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전 하나은행 최고정보관리책임자)는 “그간 KB금융이 축적한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로 다른 핀테크 회사들은 흉내 낼 수 없는 상품 개발과 마케팅 고도화를 꾀할 수 있다”며 “사용자의 습관을 만들어가는 서비스와의 상호작용적 설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76호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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