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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안 돼” LNG발전소 갈 곳이 없다] 석탄발전 6기 모두 전환 표류… 비상 걸린 에너지 대계 

 

“전력 생산지 전기요금 인하 검토해야” 지적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를 마주한 아파트 곳곳에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LNG발전소 결사반대’ 현수막이 붙었다. 도로에도 더러 ‘LNG발전소 건설 반대’ 깃발을 붙인 차량이 오갔다. 구지면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용인 씨는 “지난해 초 한국남동발전이 구지면에 사무실을 차리면서 LNG발전소가 들어온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발전소 건설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찬성 목소리가 일부 있지만, 미세먼지 배출 등 환경피해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LNG발전소 건설 반대 목소리 높이면서 사업 추진이 안 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토지 확보도 안 되는 LNG발전소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 액화천연가스(LNG)복합발전소로 대체하겠다’는 정부의 저탄소 에너지 전환 대계(大計)가 시작부터 길을 잃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탄발전소 30기 문을 닫고 LNG발전소 24기를 신설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하지만 발전소 신설 사업 주체인 발전 공기업은 주민 반대에 부지 확보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발전 공기업은 오는 2025년까지 총 6기 석탄발전소를 LNG로 전환해야 하지만, 모두 주민 반대에 막혀 표류하고 있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LNG발전으로 전환 지연은 기후위기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 미실현과 전력 공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 정책 지원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계획에 따라 당장 내년 LNG발전소 착공에 나서야 하는 발전 공기업 한국남동발전의 지역 반발 넘기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남동발전은 2017년 12월 나온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이미 석탄발전소의 LNG발전소 전환을 떠안은 첫 번째 발전 공기업이다. 지난해 12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선 2024년 삼천포 석탄발전 3·4호기 폐쇄 및 전환이 확정됐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1120㎿ 규모 삼천포 3, 4호기가 문을 닫는 2024년에는 신설 LNG발전소로 전력 생산 공백을 메워야 한다”면서 “공사 기간을 고려하면 내년에 착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 2년 넘는 LNG발전소 공사 기간을 고려할 때 남동 발전은 2021년 3월 현재 발전사업허가 및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야 하지만, 사업허가 전 단계인 부지 확보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먼지를 내뿜는 LNG발전소 옆에선 살 수 없다”는 주민 반발이 커지자 남동발전이 LNG발전소 건립 예정지로 택한 대구시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 토지 분양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류했다. LH는 대구국가산업단지와 인근 주거 지역 필지를 개발한 사업 시행자로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발전사업자에 필지(토지)를 넘기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당초 LNG발전소 건설을 반겼던 대구시도 한발 물러섰다.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LNG발전소 건설을 막기 위한 ‘구지LNG복합화력발전소건립반대추진위원회’가 설립됐고, 지난 1월 이후 지난 2월 19일까지 3차례 시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지난 2월 남동발전에 “추가적인 사업설명과 주민 의견 수렴을 진행해 달라”는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1월 1조7000억원 규모 발전소 건립에 따른 세수 증대, 일자리 창출 및 인구유입 효과를 기대, “관련 법규에 따라 적극 추진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공문을 보냈던 것과 대조된다.

지역 주민의 발전소 건설 반대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남동발전이 LNG발전소 건립을 예정한 대구국가산업단지 주변으로 8000세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지언 구지LNG복합화력발전소건립반대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3000세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고, 5km 이내 이미 수천 세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상태”라면서 “구지면 평균 연령이 33.5세, 이들의 아이들이 다니는 병설유치원 학급만도 30학급에 달하는데 발암물질과 미세먼지를 내뿜는 LNG발전소 건설은 말이 안 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건설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 “미세먼지 때문에 못 살아”


▎한국남동발전이 대구시에서 건설을 추진 중인 LNG발전소 조감도. / 사진:한국남동발전
특히 구지LNG복합화력발전소건립반대추진위원회는 삼천포 석탄발전소를 대체하는 1200㎿ 규모 LNG발전소가 들어설 경우 미세먼지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 200t이 매년 뿜어져 나올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800㎿ 규모 LNG발전소인 서울복합화력발전소만 해도 지난해 225t의 질소산화물을 내뿜었고, 이는 ㎞당 0.049g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경유차 30만대(연 1만5000㎞ 주행 기준)에 맞먹는다”면서 “우리 지역에 들어서는 LNG발전소는 용량이 더 크다. 아이들이 사는 아파트 앞에 경유차 30만대가 달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남동발전은 그러나 우려할만한 환경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울복합화력발전소만 해도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고,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예정된 LNG발전소는 질소산화물 배출량 설계 기준이 4PPM 이하의 최신 설비가 들어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주영 남동발전 대구복합건설사업총괄은 “대구 LNG발전소는 2020년 이전 가동한 LNG발전소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20PPM)의 5분의 1이 되지 않는다”면서 “특히 수도권에만 59대 LNG발전기가 있고, 20년 넘는 LNG발전소 가동 기간 동안 발암물질 배출 등 환경피해 사례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앞서 남동발전은 대구국가산업단지의 경우 추가 송전 선로 건설 필요가 적고, LNG 공급이 기확보 됐다는 장점에 기대 산업통상자원부와의 협의 끝에 대구국가산업단지를 LNG발전소 건립 예정지로 정했다. [이코노미스트]가 확보한 ‘대구국가산업단지 LNG발전소 건설 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9년 1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사업 타당성 있음’으로 평가했다. KDI는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고용유발효과만 약 9500~9600명”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에 있는 환경오염물질 분석 업체는 LNG발전소 건설이 지역 주민 우려만큼 큰 환경피해를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해당 업체 소속 한 연구원은 “경유차 30만대 규모 질소산화물 배출은 사실 연간 단위로, 집 앞 도로에 365일간 30만대가 지나가는 것과 같다”면서 “연간 30만대를 1년 365일로 환산하면 하루 821대 경유차가 지나가는 것으로 1300㎿ 규모 LNG발전소는 대구시 전체 질소 산화물 배출량의 0.3%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발전사와 주민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대화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이어 구미, 함안 모두 LNG발전소 반대


문제는 환경피해를 우려하는 지역 주민 반발에 따른 LNG발전소 신설 사업 표류가 대구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남동발전에 이어 2025년 보령에 있는 석탄발전소 5, 6호기, 태안에 있는 석탄발전소 1, 2호기를 각각 LNG로 전환해야 하는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모두 지역 반발에 따른 사업 추진 정체에 빠졌다. 특히 서부발전은 2019년 대전시와 대전시 내 서구평촌산업단지로의 LNG발전소 입주를 추진하는 업무협약을 맺고도 사업을 접었다. 대구시 구지면과 같은 주민 반발에 놀란 대전시가 “시민이 동의하지 않는 사업을 강행할 수는 없다”며 건설 중단을 밝혔다.

현재 서부발전은 대전시 대신 경기도 남양주시와 경북 구미시로 각각 LNG발전소 건설을 타진하고 있다. 오유근 서부발전 예산자금부 실장은 “구미시 내 LNG발전소 건설 타진도 쉽지 않다”면서 “사업 추진 속도를 내기 위한 별도 부서 구축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부발전도 경남 함안군 군북일반산업단지를 550㎿ 규모 LNG발전소 건립 예정지로 정했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대 시위에 부딪혔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중부발전이나 서부발전은 2025년 전환이 예정돼 당장 2024년 LNG를 돌려야 하는 남동발전보단 부담이 적지만, 앞으로 5년 내 석탄발전을 LNG발전으로 전환해야 하는 모든 발전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동서발전이 충북 음성에서 추진 중인 LNG발전소 건설도 난항을 겪고 있다. SK가스의 석탄발전소 구축을 LNG발전으로 돌린 것임에도 음성복합발전소건설반대투쟁위원회,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LNG 발전 과정에서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이 다량 배출돼 주민 건강을 위협한다”며 발전소 건립 중단을 요구했다. 동서발전은 “정부의 전력 수급 계획에 따라 2024년 발전소를 준공해야 한다”며 “더 이상은 사업을 늦출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LNG발전소가 갈 곳을 찾지 못하면서 정부의 탈탄소 에너지 전환 계획은 좌초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 60기를 절반인 30기로 줄이고 이 가운데 24기는 LNG발전소로 전환하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고, LNG 전환을 골자로 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했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석탄발전 대신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고 저탄소 발전인 LNG발전을 축으로 2030년까지 2017년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24.4%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LNG발전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서 석탄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제 43조)에서 정한 청정연료인 LNG를 사용, 석탄발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평균 43.5% 적게 배출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내 LNG발전소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포스코복합 4호기마저 1㎿의 전력을 생산할 때 651㎏의 이산화탄소를 방출, 최신 석탄발전소로 꼽히는 당진 10호기(840㎏)보다 배출량이 22.5% 적다. 박상원 계명대 교수(환경학과)는 “LNG발전은 석탄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석탄 중심에서 탈탄소 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LNG발전 전환은 LNG발전소 신설 예정 지역 주민들이 우려하는 미세먼지 문제와도 거리가 있다. LNG발전이 석탄발전보다 미세먼지를 적게 배출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이 국내 석탄발전소 61기와 LNG발전소 59기의 2018년 전력 생산량과 오염물질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전력량 1GWh를 생산할 때 석탄발전은 평균 438.5㎏의 대기환경 오염물질(먼지와 질소산화물 등)을 배출했다. LNG발전에선 평균 138.1㎏의 대기환경 오염물질이 나왔다. 환경부 관계자는 “LNG발전 전환은 정부의 미세먼지 감축 대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력 공백 우려, 정부 지원책 나와야”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아파트에 ‘LNG 발전소 결사반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에선 더 차이가 났다. 전력량 1GWh를 생산하는데 석탄발전은 평균 98.4㎏의 초미세먼지를 배출했지만 LNG발전은 10.9㎏에 그쳤다. 박 교수는 “LNG발전은 석탄이나 원자력발전과 달리 온배수를 해양으로 거의 배출하지 않고, 건설 기간도 절반 이하여서 전력수급 안정화에 효과적”이라면서 “탈탄소 에너지 전환 모범 국가로 꼽히는 독일 등 선진국도 LNG발전소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주민 반발에 따른 에너지 전환 지연이 자칫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주영 총괄은 “제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석탄발전소를 언제 얼마나 폐쇄하고 폐쇄한 석탄발전소의 전력 생산을 LNG발전으로 대체할지에 대한 계획이 나온 상태”라며 “가령 2022년 LNG발전소 착공을 진행하지 못하면 1200㎿ 상당의 전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 석탄발전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NDC에 LNG전환이 반영됐다”면서 “석탄 가동 유지는 NDC 미달성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NG로의 에너지 전환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동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제는 정부가 정책을 통해 전력 생산이 이뤄지는 지역에서는 전기요금을 낮추고, 전력 생산이 적은 지역 전기요금은 높이는 시장제도 강화를 추진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 대구=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76호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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