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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열 리얼 포커스] 지역주택조합, 유혹에 덥석 물었다 코 꿰일라 

 

겉으론 내 집 마련 비용 저렴해도 속으론 각종 추가분담·위험부담 커

▎ 사진:연합뉴스
가파르게 치솟는 아파트 가격에 내 집 마련은 하늘의 별 따기가 돼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역주택조합은 아파트를 공동 구매하는 방식이다. 집값이 일반적으로 분양하는 아파트보다 20~30% 저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지역주택조합은 대부분 상업용지나 단독주택 같은 저층 건물들이 밀집한 주거지를 매입해 아파트를 세우는 경우가 많아 입지적으로 우수한 편이다. 또한 요즘처럼 주택 수요가 몰려 청약경쟁률이 극심한 때에 청약경쟁을 하지 않고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지역주택조합에 주택시장의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이에 힘입어 최근에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성공한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2월에 입주를 시작한 상도역 롯데캐슬파크엘은 전체 950가구 규모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다. 이 가운데 절반인 474가구 정도가 일반분양으로 인기리에 팔려 성공적인 지역주택조합 사례로 꼽힌다. 이 밖에도 2019년 11월 경기도 수원시에서 분양한 수원 하늘채 더퍼스트와 울산 남구에 공급한 문수로대공원 에일린의 뜰도 지역주택조합 사업방식을 통해 성공적으로 분양해 인기를 끌고 있다.

조합 탈퇴 까다롭고 납부금 돌려받기도 어려워

하지만, 부동산을 잘 아는 사람이라도 지역주택조합은 어렵고 사업 기간도 오래 걸리고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에 철저하게 따져보고 준비해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은 사업을 원만하게 마무리하는 조합도 있다. 하지만 일부 조합들은 편법 홍보나 과도한 추가 분담금 요구, 조합 내부 비리 등으로 가입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조합원이 되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많다. 이는 지역주택조합의 사업 진행 순서만 파악해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끼리 돈을 걷어서 남의 땅에 아파트를 올리는 방식이다. 즉, 조합원들이 토지주인을 설득해 토지를 사들이고, 조합원이 모은 돈으로 아파트를 준공시키는 방식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모집도 쉽지가 않지만 땅 주인을 설득시키기는 일도 상당히 어렵다. 땅 주인을 설득해 토지를 매입했다고 하더라도 건축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아파트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 심지어 아파트 종 변경 불가나 환경적인 문제로 아파트 준공도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렇게 아파트 규모가 줄어든다면 기존에 있던 조합원을 쫓아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남은 조합원들은 나간 사람들이 갖고 나간 계약금을 다시 분담해야 해 비용 추가 부담을 짊어질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 간 갈등이 커지고 이는 민형사상 소송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주택조합 모집과정에서 토지 확보나 개발 허가 승인 등으로 당장 준공될 것처럼 홍보하는 점도 문제다. 토지의 경우 아파트 건립에 필요한 수 만 평의 땅 중 일부만 확보하고도 토지 대부분을 확보한 것처럼 과장 광고하는 행태에 주의해야 한다.

이 밖에도 1군 건설사나 유명 건설사의 이름을 붙이며 지역주택조합을 홍보하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에서 주체는 조합원이다. 건설사는 조합의 위탁을 받고 업무를 처리해주는 업체에 불과하다. 따라서 유명 건설사 이름만 보고 지역주택조합에 참여하면 안 된다. 건설사 이름을 내건 시공 예정 계약은 어디까지나 ‘사업인가가 나오면 우선하여 도급 계약을 맺겠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건설사가 조합원 모집에 일조하기 위해 브랜드를 빌려주는 것일 뿐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일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예비 수주를 마다할 이유가 없으며 지역주택조합사업에 대한 책임도 없기 때문이다.

이뿐 만 아니라 지역주택조합은 한번 가입하면 탈퇴가 굉장히 까다롭다. 비교적 쉽게 해제나 취소할 수 있는 일반 아파트 매매와 분양계약과는 차이가 있다. 지역주택조합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용역비·설계비 등 지금까지 사업 추진에 들어간 비용을 빼고 반환해주므로 납부금을 완전히 돌려받기도 어렵다.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 입장에선 조합원들의 탈퇴가 자유로우면 사업 추진에 속도가 안 나고, 재정적으로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기 전에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서울시가 지역주택조합 현황 파악에 나선 결과, 서울시내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착공률은 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지난 2월 19일까지 파악한 서울 내 지역주택조합 사업지는 2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중 정상적으로 착공한 사업지는 5곳 정도에 불과했다. 주원인은 토지 확보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를 경우 일부 땅 주인이 ‘알박기’ 등으로 땅을 팔지 않거나, 땅 매입 단가를 급격히 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조합원이 추가 분담금까지 지급해야 일이 생긴다.

토지 사용권은 땅 확보가 아닌 가계약에 불과해

정부는 이 같은 지역주택조합 피해를 줄이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 7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조합업무대행자 자격요건을 자본금 기준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시켰다. 또한, 지역주택조합 발기인은 조합원 모집 신고일부터 설립인가일까지 조합원 자격요건을 충족하고, 조합원 모집 신고일 1년 전부터 해당 지역에 거주하도록 개정했다. 이 외에도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려면 15% 이상의 토지를 소유해야 하고, 조합원을 모집할 때는 토지 사용권 50%를 확보하도록 했다.

하지만, 토지 사용권의 경우 실제 토지를 매입하지 않는 상태에서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해 아파트를 짓는 계획에 동의해달라는 가계약을 맺는 것이지, 실제 조합 소유의 땅이 된 것이 아니므로 문제가 생길 소지가 다분하다. 또한 개정된 주택법은 대형 건설사와 계약한 것처럼 보이는 허위광고도 금지했으며,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장기화할 경우 조기에 사업을 종결하거나 조합을 해산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므로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안전장치 설치와 제도 개선에 정부의 관심이 절실하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수많은 위험성이 도사리는 만큼, 섣불리 가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1579호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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