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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 주주총회 그후] 이사회서 IB 전문가 빠진 속사정… 글로벌 시장에 무게 

 

“적극적인 글로벌 확장 기조의 연장선일 뿐”… ‘대우증권’ 지우기·국내 IB 포기설 일축

▎미래에셋 센터원 / 사진:미래에셋증권
2021년 미래에셋증권의 정기 주주총회를 전후로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기존 사내이사 가운데 IB전문가를 모두 교체하면서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통상적인 사내이사 변경일 뿐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지난 2020년 IB실적 부진과 연결 짓는 해석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자기자본 기준 국내 선두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의 위상을 생각하면, 한국 증권업계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3월 개최된 제5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미래에셋증권은 이사회 멤버를 교체했다. 지금까지 사내이사에 포함됐던 최현만 대표이사 수석부회장과 조웅기 대표이사 부회장, 김상태 IB총괄 사장 등 3명 가운데 조웅기 부회장과 김상태 사장이 빠졌다. 이들을 대신해 새로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이만열 글로벌부문대표 사장과 김재식 자기자본투자(PI)총괄 사장이다.

조웅기 부회장과 김상태 사장은 미래에셋증권에서 IB전문가로 꼽히는 인사들이다. 그리고 미래에셋증권은 2020년 IB실적이 부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IB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 인수주선과 PF, 자문 등 기업금융 수수료만 놓고 보면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3698억원에서 2020년 2681억원으로 영업수익이 축소됐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IB 실적과 관련해서 숫자만 보면 줄어든 건 맞지만 미래에셋증권은 단기적인 실적을 놓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문책성 인사가 아니며 기존 사내이사들도 등기이사에서 제외됐을 뿐 하던 업무를 그대로 한다”고 설명했다.

IB 실적 부진에 선긋는 미래에셋


미래에셋증권의 설명에도 IB 실적 책임론이 쉽게 잦아들지 못하는 이유는 경쟁사들의 성과 때문이다. 대면 영업이 필수적인 IB 분야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국내 증권사 ‘빅3’로 꼽히는 NH투자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은 IB 실적이 늘었다.

NH투자증권은 IB수수료로 2020년 한해 동안 3084억원을 거둬들였다. 2019년 실적은 2508억원이었기에 코로나19 확산에도 오히려 성장한 셈이다. 주요 딜만 놓고 보더라도 SK바이오팜, 빅히트엠터, 코람코에너지리츠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딜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또 8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회사채를 인수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등 고른 활약을 펼쳤다.

한국투자증권도 2020년 IB실적으로 5169억원 가량을 거둬들이면서 2019년 3865억원, 2018년 2782억원에 이어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 전 국민을 공모주 청약 열풍으로 이끈 대형 IPO 딜을 성사시키고 PF부문에서도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한국투자증권 IB 실적은 IPO 주관 실적뿐만 아니라 M&A 및 금융자문, 인수 및 주선 수수료 등 모든 분야에서 성장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이사회에서 IB 관련 인사가 사라진 데는 국내 증권업계의 상황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IB 위상은 자기자본 기준 국내 최대 증권사라는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 국내 IB 실적만 놓고 보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오랜 기간 선두권을 형성하면서 고착화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은 포기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에서는 글로벌 IB 딜은 글로벌 부문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글로벌 IB랑 국내 IB를 딱 나눠놓은 것은 아니고 딜 특성에 맞춰서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그룹의 창업자인 박현주 회장도 지속적으로 글로벌 IB로 도약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새로 이름 올린 인사에 이만열 글로벌 부문 대표 사장이 포함됐기에 글로벌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중시하는 것은 어제오늘은 아니다”라며 “딱히 올해를 기점으로 해서 변화를 주겠다는 것은 아니고 원래 있던 적극적인 글로벌 확장 기조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IB실적 부진으로 인한 교체설과 함께 대우 출신 사내이사 교체로 통합을 마무리하는 수순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번에 사내이사에서 제외된 김상태 사장은 대우증권이 미래에셋증권에 인수된 후 계속해서 명맥을 유지하던 대우 출신 사내 이사였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미래에셋증권은 김 사장의 사내이사 제외와 함께 기존 사명인 미래에셋대우에서 미래에셋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안건도 이번 주주총회에서 통과시켰다.

미래에셋증권은 2016년 대우증권 인수 후 대우증권 출신 인사를 사내이사로 포함시켰다. 여기서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균형 인사에 신경썼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김국용 부사장이 2016년 12월 29일 통합 미래에셋대우 출범과 함께 사내이사에 포함됐다. 김국용 부사장이 물러난 뒤 2018년에 김상태 IB부문 사장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김상태 사장은 대우증권 인수공모부에서 금융인으로서의 첫발을 뗐다. 이후 대우증권 기업금융부장, 주식인수 부장을 거쳐 유진투자증권에서 기업금융파트장을 맡다 대우증권으로 돌아와 기업금융본부장이 됐고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한 뒤 IB부문 수장에 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관성을 갖기 위한 변화

새로 사내이사에 포함된 인사들 가운데 김재식 사장은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취득후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했다. 이만열 대표는 서울대 졸업 후 장기신용은행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1997년 영국 임페리얼대 대학원에서 MBA 학위 취득 후 2000년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했다.

미래에셋 측에서는 사명 변경과 사내이사 교체를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은 억측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미래에셋(Mirae Asset)’ 브랜드만 사용하고 있었기에 국내에서도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명을 변경했다는 이야기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사명에서 대우를 뺐다고 대우증권의 색을 지우겠다는 게 아니라 일관성을 갖기 위한 것”이라며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미래에셋증권을 오랜 기간 지켜봤다면 예상할 수 있었던 변화”라고 말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79호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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