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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탈통신 슬로건 ‘디지코’그런데 전체 실적으로 넓혀보면 디지코 KT의 성과가 불분명해진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 증가했지만, 매출은 23조9166억원으로 1.7% 줄었다. 당초 매출 목표로 세웠던 ‘25조원 달성’에도 실패했다. KT의 부진한 실적은 경쟁사와 견줘보면 더 돋보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4.9%, 8.3% 증가했다.KT는 매출 감소 이유를 ‘금융·부동산 계열사의 부진’으로 설명했다. KT는 부동산 관리·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KT에스테이트’를 운영 중이다. 공기업 시절 사용하던 전화국 주변 토지·건물 등 유휴부지가 대상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매출이 2019년 4852억원에서 2020년 3644억원으로 감소했다. 1년 넘게 이어온 팬데믹 때문에 부동산 공실이 늘어난 탓이다.금융 계열사 BC카드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오프라인 가맹점 사용이 줄어들면서 실적이 악화했다. 본업이 아닌 일부 계열사의 일시적인 부진인 만큼, 금세 실적 회복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문제는 KT의 본업인 이동통신업의 경쟁력 역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2월 2890만2965명에서 올해 2월 2936만1406명으로 가입자 수를 늘렸고, LG유플러스 역시 같은 기간(1428만4074명→1478만587명) 성장세를 보였는데, KT만 줄었다. 1826만8420명에서 1741만4392명으로 감소 폭(-4.6%)도 적지 않다.번호이동 실적에서도 KT의 흔들리는 입지가 잘 드러난다. 지난해 KT로 번호이동을 꾀한 국민의 숫자는 117만6371명이었다. SK텔레콤(167만3832명), LG유플러스(131만6061명), 알뜰폰 사업자(119만3017명) 가운데 가장 낮은 실적이었다.해가 바뀌었음에도 반등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올해 2월 누적 번호이동 실적은 알뜰폰(29만5228명)이 가장 많았다. 이어 SK텔레콤(21만3684명), LG유플러스(16만1606명) 등의 순이었다. KT(15만8811명)는 또 꼴찌였다.
이통3사 중 유일하게 무선 가입자 감소일부에선 신사업 성과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가령 KT가 자랑하는 ‘DX·AI 사업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IT 업계 관계자는 “매출 볼륨이 24조원에 달하는 공룡 기업이 AI나 클라우드 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위해선 내수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면서 “KT가 해외에서도 통할만 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KT의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했다.KT의 불안 요소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고 2년째 결론이 나지 않았던 ‘불법 정치자금 기부 의혹’의 수사가 재개될 조짐이라서다. KT는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상품권 깡’으로 19·20대 국회의원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2019년 1월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전·현직 임원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민영화된 공기업’ 또는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며 정치 권력에 흔들리던 KT가 또다시 사법 리스크와 마주하게 된 셈이다. 특히 현 CEO인 구현모 KT 사장도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문제는 가볍지 않다.성장 사업 중심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서의 진통도 뚜렷하다. KT는 지난 1월 21일 이사회를 열고, 무전기 서비스 업체 KT파워텔의 매각을 기습 결정했다. 갑작스러운 매각 결정은 곧바로 KT파워텔 노조의 반대에 부딪혔다. KT가 비주력 계열사를 타깃으로 강도 높은 구조개편을 추진 중인 만큼, 비슷한 갈등은 언제든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손일곤 KT새노조 위원장은 “IT 업계가 릴레이 연봉 인상을 통해 경쟁적으로 우수인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정작 KT는 뿌리 깊은 관료 문화에 절망하고 기업을 떠날 궁리를 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KT 직원 커뮤니티에선 탈통신이 아닌 ‘탈KT’가 화두가 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KT의 직원은 2019년 말 2만3372명에서 2만2720명으로 감소했다. 디지코 KT의 순항을 쉽게 점치기 어려운 이유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