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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업계 ‘독점 콘텐트’ 경쟁, 소비자는 고단하다] 혜택 줄이고 콘텐트는 분산… 2~3개 가입 필수 

 

넷플릭스 30일 무료 서비스 중단, 티빙은 실시간 무료 채널 유료 전환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및 아태지역 콘텐트 총괄이 지난 2월 25일 열린 넷플릭스 한국 진출 5주년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넷플릭스
국내 OTT 시장이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혜택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특히 OTT 플랫폼들이 오리지널·독점 콘텐트를 강조하면서, 콘텐트 파편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과거와 달리 2~3개의 OTT를 동시에 구독해야만 다양한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시장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1000억원대에 불과했던 국내 OTT 시장 규모는 지난해 7800억원 수준까지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넷플릭스의 결제 금액도 2월 한달간(와이즈앱 조사 결과) 전년 동월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725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고치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를 비롯해 ‘웨이브’, ‘티빙’, ‘왓챠’, ‘시즌’ 등이 자웅을 겨루는 춘추전국시대가 된 상황이다.

OTT 늘수록 콘텐트 분산 가속화


다양한 OTT 플랫폼의 등장은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플랫폼이 증가하면서 콘텐트가 점차 분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상파 방송 3사와 SK텔레콤이 합작해 출범한 웨이브는 전신 ‘옥수수’가 제공하던 CJ ENM 계열 채널을 출범 초기부터 이용할 수 없었다. 이후에는 JTBC 다시보기(VOD) 서비스도 중단됐다. 이는 JTBC와 CJ ENM이 따로 출범할 통합 OTT 법인을 고려해 나온 전략적 판단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콘텐트 기업 디즈니가 자사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의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경쟁 OTT 업체에서 자신들의 콘텐트를 내리기 시작했다. 콘텐트 제휴 재계약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은 것이다. 왓챠는 지난해 말부터 디즈니 관련 콘텐트 서비스를 중지했으며, 웨이브는 오는 30일까지만 디즈니 관련 콘텐트를 서비스할 방침이다. 앞서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 론칭과 관련해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자사 콘텐트를 내리기도 했다.

콘텐트가 본격적으로 분산되면서 결국 소비자들은 과거와 달리 2~3개의 OTT를 동시에 구독해야만 다양한 콘텐트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미 많은 소비자가 2개 이상의 OTT를 구독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A씨는 “현재 3개의 OTT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다”며 “각각의 OTT마다 가지고 있는 콘텐트가 달라 어느 하나를 쉽게 해지하기 어렵다. OTT 플랫폼이 늘어날수록 콘텐트가 더 많이 분산될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다양한 영화, 해외 드라마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국내 방송 콘텐트는 많지 않다. 반면 웨이브는 영화, 해외 드라마 등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국내 OTT 플랫폼 가운데 유일하게 지상파 실시간 시청이 가능하다. 사실상 해외 드라마 및 영화, 국내 방송 콘텐트를 모두 즐기려면 최소 2개 이상의 OTT 서비스에 가입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특히 OTT 플랫폼들은 경쟁이 가속화되자, 오리지널·독점 콘텐트를 강점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독점이다 보니, 해당 플랫폼 외에는 시청이 불가능하다. 이 역시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현재 OTT 이용료는 프리미엄 기준 1만4000원 내외다. 7000원대인 베이직과 1만원대인 스탠더드 요금도 있지만 많은 이용자가 화질 등을 이유로 가장 비싼 프리미엄 요금을 쓴다.

트래픽 관리비용 탓에 ‘공짜 서비스’ 줄여

콘텐트 분산과 더불어 소비자 혜택도 줄어들고 있다. 티빙은 지난 2017년 1월부터 무료로 제공해 오던 실시간TV 채널 서비스를 오는 29일부터 유료로 전환할 예정이다. 티빙은 사용자 증가에 따른 실시간 트래픽 관리 필요성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1월 국내 정식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적용했던 신규 가입 30일 무료 서비스를 최근 중단했다.

웨이브도 SK텔레콤 가입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던 웨이브 ‘기본 월정액’ 무료 혜택을 지난해 8월 중단했다. 기본 월정액은 실시간 라이브와 방영 6주가 지난 방송의 주문형 비디오(VOD)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SK텔레콤의 4만2000원 이상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에게만 주던 혜택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티빙의 실시간TV 채널 유료 전환을 계기로 웨이브도 실시간 지상파 무료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OTT업계 관계자는 “실시간 무료 서비스의 경우 짧은 광고를 넣어 매출을 올리지만, 해당 매출로는 서버 관리 비용도 충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OTT 콘텐트 분산 및 혜택 감소 등으로 소비자들이 구독에 피로감이 높아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OTT 서비스 각각이 고도로 차별화된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어, 이제 단일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콘텐트를 원스톱으로 시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복수의 OTT 서비스를 동시에 가입해야 할 경우, 경제적인 부담뿐 아니라 심리적인 피로도 역시 상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민지 경남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OTT 플랫폼들이 독점 콘텐트를 강화할수록 구독해야하는 OTT가 늘어 소비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OTT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독점 콘텐트만 빠르게 감상하고 OTT를 해지하는 상황도 앞으로 빈번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1581호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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