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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개 기업 앞에서 반도체 들어 올린 바이든 

 

설계부터 생산까지 반도체 공급망 '자립' 공식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언 도중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중국과의 투자 전쟁을 공식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 대응 CEO 화상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세계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을 불러 모았다.

삼성전자와 TSMC를 비롯해 인텔, 마이크론, NXP 등 반도체 생산 업체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통신사인 AT&T, 자동차 업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방위산업 회사인 노스럽그러먼 등 19개 기업이 참여했다. 주요 반도체 공급자와 수요자를 모두 부른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며 2조3000억 달러(약 2589조원) 인프라 투자 계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를 ‘인프라 인스트럭쳐(기반시설)’라고 언급하며 반도체를 미국의 기반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공식화 했다.

아시아에 편중된 반도체 생산 미국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최근 23명의 상원의원과 42명의 하원의원들로부터 반도체 투자를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서한을 받았다고 소개하며 “서한에는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는 기다리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이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국(삼성전자)과 대만(TSMC)에 집중돼 있는 반도체 생산(파운드리)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의회와 업계를 향해 “일자리 계획을 처리하고 미래를 위해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반도체 문제는 초당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라고 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생산은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 점유율만 낮을 뿐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장비 등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15대 반도체 업체 중 8개가 미국 회사다. 하지만 ‘제조’에서 뒤쳐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에는 약 30개 기업들이 반도체를 생산했으나 반도체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기술이 고도화 되면서 TSMC, 삼성, 인텔 등 3개 기업만 살아남았다. 하지만 인텔은 삼성전자와 TSMC에 비해 생산 공정기술이 떨어진다. 최근 산업 전반에 걸쳐 반도체 품귀현상이 발생하며 파운드리 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됐고 미 정부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걸친 ‘자립’을 결정했다.

인텔 즉각 화답… 반도체 기업들 이미 미국 내 투자 계획 있어

이 날 회의에 참여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계획한 상태다. 인텔은 지난달 20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진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백악관 회의 이후 정부의 요구에도 즉각 화답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백악관의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 이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직접 나서겠다"고 말했다.

겔싱어 CEO는 이어 "향후 6~9개월 내에 실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미국·싱가포르·독일 공장의 생산량 확대를 위해 올해 1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대만의 TSMC는 지난해 5월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TSMC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북부에 반도체 공장 부지를 매입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 증설까지 2~3년이 걸리는 만큼 백악관 회의 전부터 이미 대부분의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를 계획해왔다"며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어떤 결정이나 발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회의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만큼 미국 정부의 투자 강요보다는 반도체 분야에서의 '反 중국 동맹 강화' 차원에서 회의를 구축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1581호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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