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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DOWN] 배진한 삼성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 

 

CFO가 불 지핀 삼성중공업 위기론

▎ 사진:삼성중공업
배진한 삼성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가 내년 2분기 자본 잠식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삼성중공업을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장에선 “시가총액 5조원의 기업이 3개월 단기사채로 연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드릴십 악몽에 단기사채 ‘고육지책’


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1년간 3개월 만기의 일반단기사채를 지속적으로 발행해 자금을 수혈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4월 300억원의 단기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시작으로 6월 700억원, 7월 300억원, 9월 500억원, 10월 700억원, 12월 500억원, 올해 1월 500억원, 4월 300억원 등 총 3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시가총액이 약 5조원에 달하는 회사가 3개월 만기의 단기사채를 통해 빚을 빚으로 갚는 상황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업계 등에선 삼성중공업이 강점을 갖고 있는 해양플랜트 사업이 유가 하락으로 고꾸라진 여파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많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들이 올해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고 있지만, 시황 자체로 보면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해양플랜트에 집중해왔던 삼성중공업의 경우 현대중공업 등과 비교하면 더욱 불리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삼성중공업이 선주사 측의 계약 파기 등으로 드릴십(원유 시추선) 5척을 떠안은 것도 여전히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이들의 총 계약가는 29억9000만 달러지만, 이들 계약으로 받은 선수금은 10억1000만 달러 수준이다. 2조원이 넘는 금액을 돌려받지 못한 채 드릴십 5척을 재매각해야 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 드릴십의 재고자산 가치도 하락 중이다. 2019년 말 드릴십 5척의 장부가치는 15억9000만 달러였는데, 지난해 말 12억8000만 달러로 약 20% 하락했다. 약 3465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증권업계에서 “드릴십 5척에 대한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삼성중공업의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의 이른바 ‘저가 수주’ 우려도 끊이질 않고 있다. 통상 조선소 일감이 채워져야 선가(船價) 상승도 기대할 수 있는데,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조선소들이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일본 조선사들의 경우 일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저가 수주를 무릅쓰고 수주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이들과 경쟁하는 한국의 조선사들도 출혈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선박용 후판 가격 인상도 부담이다. 철강 업계와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이들 업계는 선박용 후판 가격을 톤당 10만원 인상하는데 합의한 분위기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선가 상승 등으로 조선업계 시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전망이 있지만, 실제 선가 상승폭은 후판 가격 인상을 보전하기도 빠듯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삼성重 CFO는 왜 자본잠식을 언급했을까


재계 등에선 배 부사장이 내년 2분기 자본잠식과 워크아웃 등을 거론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에선 “삼성중공업의 재무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내몰린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삼성중공업이 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강조해 인력 구조조정의 판을 깔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실제로 극단적 상황에 내몰린 것이 아니라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명분으로 자본잠식 등을 거론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회사의 위기를 강조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사측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측은 “회사가 고정비 절감 등을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을 통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력 구조조정을 감행한다면 전사적으로 대응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자금 수혈을 위해 유상증자 등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거론되기도 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6년과 2018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실시해 2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당시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의 참여로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측은 “단기사채 발행은 회사 운영자금, 차환(借換) 등의 목적으로 발행한 것”이라며 “자본잠식 등의 언급은 회사 위기 상황을 극복하자는 독려 차원의 발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 이창훈 기자·김채영 인턴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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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1호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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